양세종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도인범씨 아니세요?"
미디어 노출 횟수가 적은 신예들은 제 이름으로 불리기 쉽지 않다. 여기 20대 배우 기근 현상 속에 눈에 띄는 신예가 나타났다. 그것도 단 하나의 작품으로 말이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거대병원장 아들인 금수저 의사 '도인범'을 연기한 양세종(26)이 그 주인공이다.
양세종은 한석규, 유연석, 서현진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기량을 펼쳤다. 시청자와 만난 첫 작품에서다. 사실 그의 첫 작품은 현재 방영중인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사임당'을 먼저 찍었지만, 중국 심의문제로 방영이 연기되면서 '낭만닥터 김사부'로 시청자와 첫인사를 나누게 된 것.
강렬한 첫인상 때문일까. 시청자들은 그를 '낭만닥터 김사부' 속 도인범으로 기억했다. "길 가다가 '톡톡' 하시곤 '도인범씨 아니세요?'라고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럴 때면 매우 기분 좋죠."
중학생 시절 양세종은 학교가 끝나면 책방을 찾았다. 책방을 찾는 건 그의 기쁨이었다. 문지방이 닳도록 찾은 책방의 사장은 "맨날 올 바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라"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께 허락을 맡고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2년 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매일같이 와서 밤 10시까지 만화책 보던 제가 귀여웠나봐요. 삼촌뻘이셨던 사장님은 가게 근처에 사셔서 무슨일이 있으면 도와주시곤 했어요. 그때 당시에 손님이 없을 때는 만화책, 소설책 등 다양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재미에 살았어요. 손님이 올 때는 다양한 손님들이 오니까 그분들과 대화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여러가지 책과 영화를 보면서 양세종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잘 해내자는 생각을 중학생 때부터 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드는 생각이 '주어진 것들을 잘 행하자'였죠. 인터뷰할 때는 잡생각을 하지 않고 온전히 인터뷰에만 집중하고 솔직하게 답하고, 커피숍에 가면 커피를 마시는 일에, 집에서 청소하면 청소하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고2때 연극 '스노우 드롭'을 보고 나서다. 무대 위 배우들을 보며 양세종은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울먹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고개 돌려 확인한 반 친구들의 얼굴도 그의 얼굴과 겹쳤다.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배우들의 행위에 매력을 느꼈어요. 배우가 돼야겠단 생각보단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연기학원은 고3때 처음 다녔다. 연기를 몰랐던 수업 첫날, 양세종은 여덟 명의 친구들을 보고 마냥 좋았다고 했다. "마지막 차례인 친구가 나간 순간, 친구들과 선생님이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 친구의 연기를 다 보고 나서 저도 '연기 진짜 잘한다.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무대에서 내려온 양세종은 그 친구에게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쯤 되니까 스탠드 하나 켜놓고 감정의 흐름대로 움직여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날 구석에서 촛불 하나 켜고 받은 대본으로 연습했어요. 3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12시부터 새벽 4~5시까지 감정의 흐름대로 움직이다 보니 스스로 연습하는 방식이 생겼어요."
그저 연기가 좋았던 소년은 어느덧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연기로 말하는 배우가 되었다. 인터뷰 말미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냐는 물음에 양세종은 "계획과 목표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은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서로 믿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 현장에서 함께하는 분들과 편해지려고 해요"고 답했다.
"짧게 가지 말고, 멀리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한석규의 조언을 덧붙이며 양세종은 많은 조언 중에 그 말이 가슴 속에 남는다고 했다. "제 가치관이 확고하고, 맡은바 최선을 다하면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연기하느냐는 제 선택은 아니지만, 한석규 선배님의 말씀처럼 주어진 대로 행하면 더욱 굳건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수식어는 '주어진 대로 잘 행하는 배우'가 좋겠네요.(미소)"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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