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연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청춘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잖아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그 나잇대에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소중한 걸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최근에는 '싱스트리트'와 '걷기왕'을 재미있게 봤고 좋은 메시지를 얻었어요."
올해 스무 살인 곽동연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박보검)의 호위무사 김병연 역을 묵직하게 소화해냈다. 또래보다 굵은선과 낮은 톤을 지닌 덕분에 '갓병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병연의 과거를 정리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백운회에 어떻게 들어갔느냐부터 시작했어요.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를 잃고 백운회에 거둬졌지만, 복수나 되갚음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 같은 아이가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한다고 생각했죠. 백운회의 행동 때문에 피해자가 생겨난다는 걸 깨닫고 회의감을 느끼던 병연은 영과 함께 지내면서 백운회와 영이 바라는 세상이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고 영은 백운회보다 부드럽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방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매료되고 충성을 다한다고 생각했어요."
곽동연은 병연에게 영은 "삶의 또 다른 희망"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병연이가 백운회에 소속돼 있지만 인간적인 정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조직의 수장도 10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고, 중간 관리자도 백운회와 김헌(천호진) 사이를 왔다 갔다한 인물이잖아요. 그런 병연에게 영은 인간적인 정에 대한 결핍도 채워주고 보듬어줬기 때문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영은 병연에게 "내가 만약 세상에서 딱 한 사람을 믿는다면, 지금도 변함없이 그건 너"라고 말한다. 병연이 영을 위해 목숨을 잃는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며 소중한 존재로 남는다. 곽동연은 추국장에서 병연이 죽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후반부에 영이 병연에게 품는 의심, 그리고 병연은 영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한 번에 밀려오면서 결말이 지어지고 폭발되어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에 서로 최대한 웃으면서 서로를 보내주려고 했죠. 아쉽게 잔상이 남아 있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싱그러운 네 청춘의 이야기와 로맨스, 궁중암투 등 다채로운 소재를 균형감 있게 다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인 영과 라온(김유정)을 제외한 윤성(진영), 병연의 비중이 다소 작았던 것은 아쉬운 부분.
곽동연은 "병연의 임무는 다했다고 생각해요. 이 드라마는 청춘 5인방의 성장스토리를 표방하고 있어요. 특히 영이 세자에서 왕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로 인해 겪는 변화를 담고 있죠. 저는 영의 곁에서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병연의 스토리가 추가된다면 어떤 장면이 나오면 좋을까. 곽동연은 "저희끼리 처음 구상했을 때는 병연과 영의 우정이나 충심 이상의 마음, 그러니까 연모한다든지 그런 감정들을 설정에 넣자고 얘기했었어요. 그런 게 나왔으면 좀 더 신선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과의 갈등이 좀 더 심각하게 그려졌다면 후반부에 죽는 장면도 더 슬프고 감동적이었을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 곽동연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하면서 "연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외모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동료 배우인 박보검, 김유정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그는 박보검, 진영과 "실제 성격은 다 다르지만, 주변 사람들을 애정하고 표현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진영이 형이 큰 형이라서 그런지 진중한 편이에요. 고리타분하다는 게 아니라 신경 써서 하려고 하고 평소에는 조용해요. 저는 현장에서 장난도 잘 치고 농담도 잘하거든요. 그러면 보검이 형은 웃어주고요. 셋이 성격도 조화롭고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 때문에도 친해졌어요. 저도 취미로 가끔 곡을 만들고, 보검이 형도 음악을 좋아해서 장난삼아 진영이 형이 곡을 쓰면 보검이 형이 반주하고 셋이 노래하자고 얘기했었어요."
2017년 성년이 되는 곽동연은 "주위 분들께 받았던 은혜를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성년이 되면 하고 싶은 일로 타인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고 말한 곽동연. "편지든 물건이든 작은 거라도 마음을 담아서 선물하고 싶어요. 봉사활동도 가고 싶어서 사내에 러브에프엔씨라는 봉사활동 주도 부서가 있는데 본부장님께 얘기하기도 했어요. 좋은 얘기를 주변에 알리고 싶고, 좋은 생각을 들려주고 싶어요. SNS도 제가 가진 좋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 하거든요."
브라운관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만큼 곽동연은 스크린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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