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해인 "연기에 관심 보이는 동생 걱정돼요"
기사입력 : 2016.08.15 오후 12:21
사진 출처: 정해인 인터뷰 / FNC 제공, 정해인 인스타그램

사진 출처: 정해인 인터뷰 / FNC 제공, 정해인 인스타그램


[인터뷰①에 이어] "제가 장남이다 보니까 동생이 부모님께 하는 행동을 관찰했어요. 동생이 군대에 가 있어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휴가를 되게 자주 나오더라고요. 귀찮을 정도로 자주 나오고, 전화도 거의 매일 와서(웃음) 동생이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봤어요. 동생이 애교가 많고 (애정)표현도 자주하는 성격이거든요."


정해인은 7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그는 동생과 나이 터울이 많이 나기 때문에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했다. "학창시절에는 동생을 많이 혼내기도 했어요. 아버지보다 저와 더 많이 마주치다 보니까 절 더 무서워하긴 했죠.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는데 그때는 동생이 저를 무서워하긴 했어요."


캐릭터를 보고 동생을 떠올리고, 관찰한 후 일부분을 녹여냈다고 하니 말은 안해도 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 했다. 그런 형의 연기를 본 동생의 반응도 궁금했다. "동생이 '전보다 좀 늘었네'라면서 웃더라고요. 대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대단하다고 했고, 한 화면에서 그분들과 함께 저를 볼 수 있어서 신기했대요. 근데 사실 저도 그래요."



손윗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그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형이 하면 멋져 보이고,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물며 7살이나 어린 동생의 눈에는 야무지게 제 일을 해내는 형이 얼마나 멋져 보였을까.


"동생이 어려서부터 제가 입는 거나 먹는 거를 똑같이 따라하긴 했어요. 하는 것도 똑같이 따라하려고 해요. 은연중에 연기에 관심을 보여서 조마조마하고 있어요. (동생이 연기자가 되는 건 싫어요?) 물론 제가 이 길을 먼저 걸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받을 순 있죠.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미래가 불확실한 것도 있어서 힘들잖아요. 부모님 속도 썩이고요. 저하나로 족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어요. 결국 자기 인생이니까."


일관성 있는 대답, 신중한 답변에서는 정해인의 '책임감'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하는 말에 대한 책임, 책임에 따른 무게감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예(禮)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고, 장남이라 의젓해야 했으며 늦둥이 동생이 있어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며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된 이유에 대해 조곤조곤 말했다.


◇"지인들과 있을 땐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죠"


요즘 1020 세대들 사이에서는 '남친짤'(남자친구처럼 보이는 사진)이라는 것이 유행한다. 정해인은 '훈훈한 남친짤'로 온라인 상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소위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외모인데다 연예인의 사생활로 분류되는 SNS 속 일상 모습이 여심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다. 필자도 SNS만 보고 다정다감하고 여자 형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저는 외동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형제가 있을 것 같진 않았어요.) 여동생이 있어서 다정다감하게 해주는 느낌이라.. 지금은 동생한테 다정하게 대하는데 제가 엄하고 불같은 성격이 있어서 동생을 많이 혼냈어요. 그래서 동생이 절 많이 무서워하긴 했죠."


정해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사 진중하지만 "가끔 돌발적일 때도 있다"고 했다. "가끔 엉뚱할 때가 있어요. 평소에는 워낙 차분하고 조용하다보니까 뭘 해도 튀어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농담을 해도 안하던 애가 하니까 '왜 저러지?' 이렇게 보이는 것처럼요."


까불거리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은 가까운 지인들과 있을 때 나온다고. 능청스럽고 능글능글한, 아주 짓궂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에게 '앞서 말한 모습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진지한 상황을 만들어서 속게 하는 몰래카메라 같은 장난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얘기를 옆에서 듣던 매니저가 "본인(정해인)이 더 잘 속는 것 같다"며 웃었다.


매니저의 한마디에 만우절 에피소드가 나왔다. "매니저 형이 만우절(4월 1일)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하는데 저랑도 잘 맞는데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는 거에요. 제 생일이 만우절인데, 생일도, 만우절도 잊고 당황해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진지하게 '오늘 만우절이라'고 하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끊으라고 했죠.(웃음)"


정해인은 배우와 매니저의 관계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속이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제가 친한 형들도 제대로 속인 적이 많거든요. 한번은 저를 보러 친한 형이 온다고 했는데 저희는 이미 촬영을 갔거나 끝나고 올라갔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어리바리하다가 3인조 계획을 짰는데 한 명은 방에 있고, 저희는 못 올 것 같다고 통화를 했죠. 그 친구도 가야 된다고 해서 결국 혼자 남았는데 꽝! 하고 나가서 놀래키니까 엄청 놀라더라고요. 제가 아직도 동심이 남아있나봐요."


정해인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맡은 '유세준'은 마침내 결혼을 허락한 장모가 "살면서 아내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형식적인 말도 않하냐"는 말에 "고생은 좀 시킬 수도 있다. 그건 약속드릴 자신이 없다"고 소신있게 말하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고 융튱성 없는 인물로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올해로 데뷔 3년차인 정해인에게 '10년차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참 열심히 일하는 배우로 각인되고 싶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르겠어요. 얼마 안 남았네요. 10년 안에는 안 될 것 같아요. 믿고보는 배우는 자신 없어요."


"자신 없다"는 말이 글자 그대로 "자신이 없다"로 들리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지켜야 할 신뢰의 약속으로 들렸다.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의심'은 '기대'로 바뀐다. 적어도 정해인에게 만큼은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어떤 배우로 성장할 지' 기대하게 만든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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