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정주희 "아이돌 전문 작사가? 비슷한 또래라 편해요"
기사입력 : 2016.06.06 오전 9:00
정주희 작사가 인터뷰 / 사진: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주희 작사가 인터뷰 / 사진: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사랑이 멎지 않게', 갓세븐 'Mine', 엑소 'LIGHTSABER', 티파니 'TALK', 'Yellow Light'까지,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곡들이지만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인 작사가 정주희(소속: Jam Factory)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


작사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연상되는 이미지는 있을 것이다. 정주희 작사가는 흔히 생각하는 모습에서 조금 더 벗어나 있었다. "23살, 대학생, 정치외교학과"…정주희 작사가에게서 '작사'를 빼고 남아 있는 정보다.


아직 학생이라는 것도, 전공이 정치외교학과라는 것도, 그리고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작사가를 선택한 것까지 모두 신기하게 느껴졌다.


"원래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끈기가 없어서 소설과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좋아해서, 작사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갖다"며 정주희 작사가는 "대학교에 와서 여유가 생기면서 제대로 시작했다. 스무 살에 공부를 시작했고, 재작년에 처음 노래가 나왔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스무 살이 지나서였지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에 앞섰다. 고등학교 시절 SM엔터테인먼트로 가사를 보내기도 했다. 정주희 작사가는 "한국 가수가 일본어나 중국어로 노래를 부른 것에 한국어 가사를 붙여서 보내봤는데, 잘 안 됐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상할 것 같아서 각오했는데, 지금과 비슷한데 좀 더 유치한 정도"라며 웃음을 지었다.



정주희 작사가를 정식으로 데뷔시켜준 곡은 슈퍼주니어 '사랑이 멎지 않게'였다. 처음 자신의 이름이 나왔을 때 정주희 작사가는 소리를 질렀다며 "CD에 제 이름이 있는 것이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데뷔곡이라는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이지만, 정주희 작사가에게 슈퍼주니어 곡으로 데뷔했다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 그가 바로 슈퍼주니어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다. 노래가 삽입된 페이지도 마음에 들었냐고 묻자 "너무 좋았어요! 제가 규현을 좋아하는데, 딱 폈는데 규현 옆에 노래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했건만, 데뷔 이후는 더욱 어려웠다. 쉬지 않고 작업을 했지만, 약 1년 동안 자신의 곡을 내지 못했다. "처음에 데뷔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그다음에 쉰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됐다. 그래서 그냥 쉬엄쉬엄했는데, 어느 순간 죽도 밥도 아닌 기분이 들었다. 그 때부터 그냥 작정하고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바로 또 잘 되더라고요"


그렇게 나온 두 번째 곡은 갓세븐 'Mine', 그리고 엑소 'LIGHTSABER'였다. 이번의 공백기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연이어서 아이돌 스타들과 작업을 하게 됐다.


"운이 좋게 유명한 아이돌 작품을 많이 했다"며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까, 깊은 감성을 쓰는 것은 좀 어렵다. 경험도 별로 없어서, 비슷한 또래인 아이돌 가사가 좀 더 편하다. 제가 어른 것을 쓰면 좀 어색하다"며 공감하면서 쓰는 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주희 작사가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대체로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감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단어로 많이 커버하려고 한다. 같은 뜻이라도 뉘앙스나, 단어가 주는 느낌이 달라서 단어를 계속 찾는다"


스스로 감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이유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살면서 겪은 경험이 적은 것이 아쉽다"며 "상황을 경험하지는 않았어도, 감정에 공감이 가잖아요. 내가 그 상황에 있으면 이렇겠다는 상상을 하고, 감정은 언젠가 느꼈던 것을 꺼내본다"고 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해 작사를 하는 비결을 전했다.


또한, 아티스트의 특징 역시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에 해오던 콘셉트가 있어서, 노래를 다 들어보면 가수의 성격이 있다. 그걸 적용을 해야 그 가수의 노래 같아지는 것 같다"며 "이 가수가 저번에 뭘 했고, 이번에 이런 걸 했으니까, 다음에는 뭐를 할지, 성숙해가는 그런 것들을 혼자 상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정주희 작사가는 영감을 얻고, 좀 더 성숙한 가사를 쓰기 위해서 자신의 가사에 대한 피드백은 물론, 다른 작사가들의 가사와 반응까지도 꾸준히 살펴본다고 전했다. 특히 김이나 작사가 특유의 '꾸미지 않아도 묻어나오는 감정', 전간디 작사가의 '세계관, 비유' 등을 많이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연애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 나이 또래의 솔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작사를 하면서 얻게 된 것이 궁금했다. 정주희 작사가는 장난스럽게 "돈"이라고 말했다가, 이내 "좋은 기분을 얻는 것 같다.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 쓸 때도 재미있고, 내가 쓴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고 답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쓰는 노랫말 또한 아름다울 수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 정주희 작사가의 이름으로 나오게 될 많은 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인터뷰②] 정주희 작사가 "티파니 'Yellow Light, 가장 애착 가는 곡" 기사와 이어집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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