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①] '글로리데이' 지수, 정의 내릴 수 없는 '묘한 끌림'
기사입력 : 2015.10.07 오전 8:03
글로리데이 지수 인터뷰 / 부산=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글로리데이 지수 인터뷰 / 부산=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청년의 겉모습에서 묻어난 소년의 풋풋함, 낯선 눈빛을 지우는 귀여운 미소, 이처럼 ‘지수’는 양면성을 지닌 배우다. 스물 셋,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삶이 시작되는 시기를 살고 있는 그는 2015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봄 드라마 데뷔작인 ‘앵그리맘’에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 지수가 이번엔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식 레드카펫만 밟고 서울로 올라가 5일 첫 방송한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부산에서 ‘글로리데이’ 일정을 소화한 그를 어렵게 만났다.


생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지수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부산국제영화제만 생각하면서 기다려왔어요. 영화제 기간 내내 해운대에 머물며 바닷가에서 기타도 치고, 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도 오늘 영화도 처음 보고 관객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라며 의젓함을 보였다.


지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글로리데이’는 네 명의 친구가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나는 하룻밤의 이야기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젊은 배우들 사이에선 시나리오를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오디션도 약 4개월 동안 진행될 정도로 주목받는 작품이었다. 감독이 본능적으로 끌려 선택한 네 배우는 지수를 비롯해 EXO(엑소) 수호, 김희찬, 류준열로 충무로를 이끌 기대주들이다.


지수는 “감독님의 인터뷰로 유추해 봤을 때는 저희 넷 모두에게 본능적으로 ‘끌림’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하게 돼서 ‘(작품을) 더 하지 않아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좋았고, 그로 인해 많은 경험을 했기에 ‘내 인생 작품’이라고 말씀드린 거에요”라며 ‘글로리데이’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내보였다.



이 영화에서 지수는 ‘정의로운 반항아’ 용비 역을 맡아 사건의 중심에 선다. “네 친구가 사건에 휘말렸을 때 마지막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버티려고 하는 인물”이 바로 용비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단 한 줄. ‘정의로운 반항아’는 지수가 직접 얘기한 수식어였다. 그에 대한 정의도, 캐릭터와의 합의점도 분명히 알고 있는 현명한 배우란 확신을 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반항’은 강자한테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약자한테는 반항하지 않아요. 약자한테 하는 것은 강압적인 거겠죠. 반항아가 매력적인 것도 윗사람한테 내 의견을 굴하지 않고 표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고집이 셀 수도 있는데 저는 항상 제 신념이 뚜렷했던 것 같아요.”


지수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느낌, 다시 말해 본능에 충실한 연기로 캐릭터와 하나 되고 있다. 이번에 맡은 ‘용비’도 그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아도 숨어 있던 지수를 극대화한 인물일거란 느낌을 받았다. “친구들과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비극이 시작되고,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가 어떻게 되든 너희 넷은 꼭 절친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절친이 됐거든요. 그런 관계에서 (연기)해야 나올 수 있는 질감들이 많은 영화였어요. 진짜 사랑해야 우리가 하나씩 무너질 때 같이 아플 테니까.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과 실제를 오가며 ‘진짜 친구’가 된 네 사람은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에서 밤새 수다를 떨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갔다. ‘숙소에서 어떤 고민들을 밤새 이야기했냐’는 물음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던 지수가 미소로 답했다. “숙소에서요? ‘연기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했고 신 연습도 많이 했고요.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얘기하며 서로를 많이 알아갔죠. 사랑에 관해서도 얘기했고요.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가.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서로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공유했어요.”


네 사람의 구심점이 된 최정열 감독은 배우의 삶이 작품에 녹아들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지수는 “감독님은 제게 항상 큰 믿음을 가지고 계셨어요. 연기 디렉션을 하기 전에 꼭 제 의견을 먼저 물으셨어요. 제 대답을 듣고 ‘네가 그러면 맞는 거야. 네가 용비니까’라고 하셨죠”라며 캐스팅 단계에서 파악한 배우 본연의 질감을 자유롭게 담아내는 최 감독의 연출에 깊은 신뢰를 표했다.


최 감독이 했던 말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말을 끄집어낼 때도 지수는 “조금 웃긴 이야기인데 갈대밭에서 찍은 회상신을 마치고 나서 감독님한테 ‘몇 점이었어요?’라고 물었더니 ‘500점’이라고 해서 ‘진짜요?’라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티켓 오픈 15분 만에 전석 매진된 ‘글로리데이’ 속 청춘의 단면은 어떤 모습일까. 청춘 영화이니까 찬란하게 빛날 것이며, 밝고 유쾌할 거란 생각만 했다면 오산이다. 몇 글자로 요약할 수 없는 영화 ‘글로리데이’는 새로운 청춘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극장 밖을 나설 때 네 주인공들의 시선을 반추하게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강렬한 여운을 안길 ‘글로리데이’는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지수는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상황 때문에 무너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팠어요. GV때도 말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긴 말보다는 영화를 보고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BIFF 인터뷰②] 불규칙 성장 ‘지수’ 에서 계속됩니다.


글 부산=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글로리데이 , 지수 , 부산국제영화제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