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양 인터뷰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1987년 1월생으로 올해 29살이 된 배우 곽시양은 영화 ‘야간비행’(2014)으로 데뷔해 지난 3월 Mnet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를 끝마치며 세 개의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올려놓았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된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스타로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부분들을 습득했다. 모델 활동도 1년 정도 했지만 건널목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다리가 부러져 모델의 꿈도 함께 접게 됐다.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26살 즈음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건지 배우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른 채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20대 초반의 곽시양은 군대에 가기 전 꿈을 잃고 헤매는 여느 청춘처럼 방황했다. 정확하게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 제대할 쯤이다. ‘난 연기 아니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26살, 그 때가 곽시양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어릴 때부터 연예 활동을 준비하거나 시작하는 스타들이 많은 요즘 연예계에선 곽시양의 출발이 늦었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된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조금 더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퀴어 영화 ‘야간비행’에서 그는 모범생 용주 역을 맡아 소수성애자라는 이유로 일진에게 폭력을 당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좌) 영화 '야간비행' 포스터, (우) Mnet '칠전팔기 구해라' 캐릭터 포스터
‘야간비행’을 통해 곽시양은 경험하지 못한 동성애를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꺼려하는 이야기를 담백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해야 했다.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대본을 보면 볼수록 성장 드라마 같았어요. 동성애 연기는 생각할수록 쉽더라고요. 남자끼리 좋아하든 남녀가 좋아하든 방식은 똑같다 생각했거든요.”
곽시양은 이송희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야간비행’ 주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왜 저를 캐스팅하셨어요?”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몰라 이 XX야”라고 했다지만 쑥스러움 뒤에 감춰놓은 진짜 이유는 존재했다. “얼핏 듣기에 감독님께서 제 눈이 사연 많아 보이는 눈이라면서 슬퍼 보인다고 하셨어요. 처음에 시나리오 내용은 말씀 안 해주시고 얼굴 먼저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만난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주셔서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대본을 넘길수록 매력에 빠지더라고요. 바로 오디션을 보고 돌아왔는데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보름 후에 연락 주셨어요.”
첫 드라마 주연작인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곽시양은 1만 대 1 경쟁률을 뚫고 남자 주인공 강세종 역에 낙점됐다. 그는 ‘슈퍼스타K 2’에 출전하며 가수의 꿈을 이뤄가는 강세종 역을 위해 춤과 노래까지 소화해야 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몸을 써보지 않아서 춤추는 게 가장 힘들었죠. 기초부터 다져야 하니 다른 배우들보다 더 늦게까지 연습했어요. 춤이 점점 는다는 게 회차별로 보면 보여요.”
남몰래 흘린 구슬땀이 많았던 이번 작품에서 곽시양은 2회에서 세찬(B1A4 진영)과 세종(곽시양) 형제가 부른 패닉의 ‘정류장’을 베스트송으로, 마지막회에 나왔던 ‘힘겨워하는 연인들에게’를 최고의 무대로 꼽았다.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곽시양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부른 노래와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연기 고민만 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현장이 시끄러웠어요”라던 곽시양은 헨리의 하트 모양 콧구멍을 발견해 웃다 NG를 냈다는 일화를 전하며 ‘칠전팔기 구해라’ 팀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여타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에서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칠전팔기 구해라’ 출연진들의 자유분방함(?)은 현장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간담회 때 (다른 드라마 기자간담회와 달리 유쾌해서) 많이 놀라셨죠? 저희 모두 쉬는 날에도 노래 녹음과 안무 연습으로 바빴지만 다들 긍정적인 마인드여서 재미있게 지냈어요.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다 같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한 명이 악기를 치면 다른 악기를 가져와서 연주하는 식으로요. 뮤직드라마라서 그런지 팀워크가 매우 좋았어요.”
노래를 즐겨 들을 뿐, 뛰어난 소질은 없다던 곽시양은 가수 제의가 들어와도 도전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칠전팔기 구해라’로 춤과 노래를 준비하며 성취감을 느끼게 됐지만 지금은 연기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신나게 놀면서 착실한 학창시절을 보낸 곽시양은 처음엔 낯을 가리지만 활발하고 장난기와 애교가 많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연기하면서도 너무 답답하고 힘든데 그걸 딛고 일어나면 계단처럼 천천히 성장해가는 느낌이에요. 지금이 칠전팔기죠.”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에서 한 여자로 인해 변해가는 남자 재경(현빈)과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곽시양의 최종 목표는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배우”다. “저로 인해 웃고, 울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제 눈에서 진실함이 묻어났으면 좋겠고요. 10년 후 제 모습이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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