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미생'에 출연하는 배우 변요한 / 사진 : 더스타 하나영 인턴기자,star5425@chosun.com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개봉을 앞둔 작품을 홍보하는 목적일 거다. 하지만 변요한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유는 최고로 심플했다. 그냥, 궁금했다.
동성모터스 MINI 부산전시장에서 만난 변요한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비전' 섹션에 초청된 영화 '소셜포비아'의 관객과의 만남을 금방 마친 후였다. 어떤 반응이었냐 묻자 그는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당황했어요, 사실"이라는 놀람으로 많은 말을 대신했다.
"공부하고 노력해서 '소셜포비아'를 완성했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게 큰 고민이었거든요. 그런데 첫 질문이 '이 영화를 보고 되게 불쾌하다, 하지만 알아보고 싶고, 여쭤보고 싶다'였어요. 사실 이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처음 만난 관객께 첫 질문으로 받아서 저희끼리 눈짓을 막~했죠."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는 SNS에 자살한 군인에 대한 폭언을 남긴 '레나'를 찾아 나서는 인터넷 모임에 참여하게 된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 등이 결국 목맨 채 죽어있는 한 여성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셜포비아'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왜냐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지금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당신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네티즌일 테니까.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다. 변요한이 맡은 캐릭터 '지웅'은 그 고민 속에서 달라졌다. 원래 관찰자로 바라보는 시선일 뿐이었지만 점차 '레나' 원정대의 일원이 되고 '경찰 공무원'이라는 꿈을 위해 봉인된 휴대전화를 열고, 늘어가는 회원 수와 반응하는 네티즌들에 희열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웅의 변화는 대다수의 보통사람인 네티즌들의 표정을 대변한다. 그래서 섬뜩하고, 관객의 말처럼 '불편하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지웅이 지금보다 더 말도 없었어요. 대변하는 부분도 없고 느끼는 부분도 없고, 그냥 애매모호한 시선으로 바라만 보는 사람? 처음엔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다행히 많이 열어주시고. (이)주승씨와 같이 얘기하면서 너가 타살이라고 바라볼 때, 나는 자살이라고 바라보고 이런 지점을 많이 얘기 나눴었어요."
감독과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변요한이 작품 속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대화'였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시나리오를 가장 처음으로 보지만 그 다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순간이 아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을까 여부다. 그는 현장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강하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앞선 작품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로 더욱 단단히 다져졌다.
'소셜포비아' 팀의 의리(?)는 남달랐다. 촬영 준비부터 지금까지 약 1년여의 세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소셜포비아'의 단체 카톡창은 활발하다. 전작 '들개'는 감독님부터 스탭 대부분이 별로 말이 없어서 조용하지만 '소셜포비아'팀은 자고 일어나면 500개의 카톡이 쌓여있다. 거기서는 아직도 변요한을 '독립영화계의 송중기'라고 표현한 기사를 캡처해서 놀리곤 한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도, 마음도 열려있다.
얘기할 수록 그의 주변에는 참, 사람이 많다. 변요한 역시 자신이 좋은 배우의 길을 잘 가고 있다면 "그건 제가 만났던 사람들, 좋은 감독님들의 교육이 훌륭했던 것 같아요. 저한테 너무 좋은 양식을 주셨고. 저는 잠이 오지 않으면 새벽 3, 4시에도 친한 감독 형들을 만나러 가서 연기에 대해 물어봐요. 촬영 감독 형한테도 '제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 거 같아?'라고 묻고요. 그러면 작은 것들을 하나씩 얻어요. 다들 너무 아낌없이 코멘트를 해주시죠. 그러다 싸우고 집에 간적도 있고"라고 웃음 섞인 하지만 진심 어린 말로 이유를 든다. 그의 말로 배우 나이 4, 5살이 되어 겨우 걸음마를 뗄 수있게된 공로를 변요한은 자신의 곁에 있는 좋은 분들로 돌린다.
변요한이라는 배우와의 처음이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는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그는 이미 여러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성공적인 데뷔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많이 넘어졌던 것 같아요"라는 말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회상한다. "그때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연고도 발라주고 반창고도 붙여주시면서 '이러면 넘어지는 거야'라고 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래서 이제는 잘 뛰고 싶고, 더 높게 보고 싶죠"라고 앞으로의 배우로서의 욕심을 보였다.
그의 목표는 그를 만난 이유가 심플했던 것처럼 심플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 그리고 그는 소통하는 법을 이제서야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제가 기자님과 소통했는지 모르겠어요, 제 입장에선 저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궁금했던 사람과 자신을 솔직히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이 만났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면서 대중들은 아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람 소중한 줄 아는 배우는 자신이 보여줘야 할 인물역시 소중히 여길 줄 알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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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산=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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