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녀괴담' 강하늘 "제 꿈은 '배우 강하늘'이라 하는 것"
기사입력 : 2014.07.02 오후 2:11
'소녀괴담' 강하늘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소녀괴담' 강하늘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누군가를 만나기 전 이렇게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들은 이가 없다. 사실 '이 사람 어때?'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칭찬 일색인 사람도 흔치 않다. 연예계는 보는 이와 듣는 귀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강하늘을 물어봤을 때는 달랐다. 사소한 것부터 놀라운 것까지 칭찬이 이어졌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 "제가 찾아봬야 되는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90도로 인사하는 이 사람을 만났다.


강하늘은 7월 3일 영화 '소녀괴담'(감독 오인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녀괴담'에서 강하늘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년 '인수' 역을 맡아 소녀귀신(김소은)과 함께 학교에 떠도는 핏빛 마스크 괴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년에 강하늘은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라고 밝혔다. '식스센스', '주군의 태양' 등 귀신을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한 전작들은 많았지만 강하늘은 그보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캐릭터를 구상했다.


"저는 작품을 준비할 때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따라 한 적은 거의 없어요. 항상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거든요. 그래서 공포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고요. 그런데 공포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 '소녀괴담'이 지향하는 감성 공포의 정서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휴먼 다큐멘터리 쪽을 많이 봤어요. 좀 더 정서적인 것을 위해서."


'소녀괴담'은 감성공포라는 색다른 장르를 표방한다. 마스크 귀신에 얽힌 공포가 영화 줄거리의 한 축을 이룬다면, 소녀귀신을 만난 소년이 느끼는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오묘한 감정은 그를 성장시킨다. 강하늘 역시 "복수보다 인수와 소녀귀신 사이의 관계가 진정성이 보이고 무게감이 담길수록 주변 상황들이 더 보이기 시작하거든요"라며 작품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한다.



강하늘은 전작인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상속자들'에서 강하늘은 김탄(이민호), 최영도(김우빈), 차은상(박신혜)를 지켜보는 효신선배로 등장했다. 공부도 잘했고 부모님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반항아의 면모도 보여줬다. 그래서 '소녀괴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크린 상에서 전혀 이질감 없이 그를 소화해낸 강하늘은 원래 자신이 "찌질하다"라고 밝히며 웃음 지었다.


"원체 찌질해요 전. 성격이 원체 까다로운 것도 없고, 가까운 사람과 불화 만드는 것도 싫어하고. '네가 좋아? 그래? 그럼 나도 좋아~' 이런 마인드예요. 연기할 때 빼고는 별로 제 주장하는 것도 없어요."


강하늘의 마인드를 입증하듯 '소녀괴담'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즐거웠다.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하루에 반드시 찍어야 할 촬영분을 소화해야 했다. 촬영 전날마다 모여서 아깝고 아쉽지만 촬영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빼야 할 컷들을 정했다. 진심으로 모두 뭉쳐야 가능한 작품이었다. 촉박하고 치열했지만 그만큼 다함께 뭉쳤다. 한 달 반 넘게 이어진 합숙생활은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 소주 네 병이 주량이라고 밝힌 그는 현장에서 '음주 가무'에서 '무'를 뺀 '음주가'의 킹으로 등극했다. 방마다 다른 요리를 주문해 한 방에 모두 모여 감자탕, 떡볶이, 찜닭 등 각종 배달 요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이들의 남다른 팀워크(?)을 자랑하는 한 가지의 에피소드로 들렸다.


강하늘은 '소녀괴담'을 통해 배운 것으로 '팀'을 꼽았다. "팀워크라기 보다는 한 작품을 할 때,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진심으로 찍어야 내 영화가 아니라 우리 영화가 되는구나. '우리 영화'를 만드는 게 제일 먼저구나 이런 걸 배웠어요."


사람을 소중히 하는 면면이 그의 대답 속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그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묻자 망설임 없이 '예의'라고 답했다. 이에 덧붙여 "제 이상형도 어른들에게 예의 있는 사람이에요. 특이할 수도 있는데 제 이상형 1순위가 택시 기사님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여자예요. 택시 기사님에게 하는 걸 보면 어른들께 어떻게 대하는지 보이거든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꼭 이런 걸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 있게 대할 수 있는 거잖아요. 좀 특이하죠"라며 웃음 짓는다.


특이한 이상형이다. 그런데 거기에 배우 강하늘은 자신의 꿈이 '배우'라고 밝힌다. "아직 한 번도 제가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요, 배우라고 제 입으로 말해본 적도 없어요. 제 마지막 꿈은 '안녕하세요,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자신이 한 모든 인사의 영상을 찾아봐도 된다며 자신 있게 밝힌 그의 현재 인사는 '강하늘 입니다' 였다. 그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배우관에서 비롯된다. 강하늘은 예술이라는 답이 없는 행동 속에 자기 생각은 확고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예술관, 배우관, 가치관들을 정립시켰다. 이에 그는 "정답도 없는 일을 하면 얼마나 굴러다니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줏대가 정확해야죠"라고 곧은 말로 답한다.


강하늘은 자신의 예술관으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변화를 가져다준다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배우관으로는 '정확한 반응'이라고 답하며 '사람들에게 더 재미있게 하고자 동작과 말투 등을 넣은 구연동화꾼'이라고 간략히 설명했다. 요약이 어려운 '개념'들을 속으로 얼마나 되뇌었을까가 보이는 대목이었다.


"올해 목표도, 내년 목표도, 내 후년 목표도 똑같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가진 생각이나 신념, 예술관, 가치관 등이 틀렸다고 생각을 안 하거든요. 믿음이 있어요. 그런데 주변 상황이 달라지며 제 스스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요. 그런 상황들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힘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쉽게 흔들리지 않고, 변질되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요. 내년이든, 내 후년이든, 그게 제 목표예요."


강하늘은 자신이 평생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인사할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하게 된다. 김우빈과 함께하는 영화 '스물', 김윤석-정우-한효주-김희애 등과 만들어갈 영화 '쎄시봉', 신하균-장혁 등과 함께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 등 그의 필모그라피에 새롭게 추가될 작품들은 이 기대감을 입증한다. 강하늘이 어떤 말투와 표정으로 '배우 강하늘'을 말하게 될 지 기대되는 이유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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