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임지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인간중독'은 파격적이다. 두고두고 회자될 몸 사리지 않는 베드신도, 요즘 스크린에서도 보기 힘든 한 사람을 향해 모든 걸 내던지는 사랑도, 파격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중심에 신예 임지연이 있었다.
'인간중독'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임지연을 처음 보고 애매하면서도 추상적인 모습의 종가흔 역에 '이 사람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중독'을 완성한 뒤 임지연이 아닌 다른 종가흔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임지연은 김대우 감독과 처음 대면한 오디션장에서 매니저에게 '거봐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안될 줄 알았어요. 당연히 안될 줄 알았는데 같이 하고 싶다고 만나보자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셔서 정말 꿈같았죠."
임지연이 꿈같다고 표현한 순간은 현실이 됐다. 이후 김대우 감독과 만나서 종가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화교 설정인 종가흔의 말투와 목소리, 몸짓의 섬세한 부분부터 베드신 준비까지 김대우 감독은 세세하게 임지연에게 요구했고 임지연은 들은 것보다 더욱 많이 감독에게 물었다.
"왈츠를 출 때 농염한,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지을 수 있는 표정이나 감정들을 섬세하게 디렉션을 주셨죠. 가흔이 복숭아를 깎을 때 자세나 이런 것들도요. 감독님께서 직접 몸을 움직이시면서 디렉션을 주셨어요. 왈츠도 직접 추셨고, 총에 맞는 것도, 총을 쏘는 것도, 베드씬도 그렇고요.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인간중독' 송승헌-임지연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사실 김대우 감독은 '방자전', '음란서생'등을 연출하며 色의 대가로 꼽힌다. 신인 여배우에게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노출'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을 터. 이에 임지연은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인 것 같고. 그런데 노출보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이미 이 작품이 좋으리라는 것, 노출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부담을 느끼고 들어갔지만, 상황들을 잘 만들어주셔서 베드신보다 상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앞선 김대우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는 임지연의 첫 베드신 장면을 회상하며 '멘탈 갑'이라고 칭했다. 차 안에서 첫 베드신을 찍은 후 멍하게 앉아있는 임지연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드신을 만들어줄게'라고 말했던 감독에게 그는 "최대한 열심히 다양한 걸 해볼 테니 편집하실 때 골라서 쓰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던 것.
"차 안 베드신이 첫 베드신이었어요. 그 장면에 가흔과 진평(송승헌)의 감정이 보이려면 다양한 각도가 필요했을 텐데, 제가 처음이다 보니 여러 가지 소리나 움직임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저 혼자 생각하는 제 한계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드린 거였거든요. 전 사실 성격 자체가 '해보자'는 게 있어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들어가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아져 자신감만 떨어질 것 같아서 '이왕 하는 거 즐기자'고 생각했죠."
자신의 베드신을 큰 스크린에서 대면했을 때를 물었다. 수줍거나 움츠러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아름다웠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종가흔의 감정을 가진 임지연은 "말 그대로 야한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역시 감독님이시구나 했죠"라고 덧붙였다.
김대우 감독은 '인간중독'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송멋임예'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송승헌 멋있어 임지연 예뻐"라는 현장에서 유행어처럼 번진 말이 촬영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임지연은 당시를 회상하며 송승헌과 온주완을 비롯해 자신과 심엔터테인먼트 한솥밥을 먹는 유해진의 응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항상 응원해주신 것 같아요.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유해진 선배님께서는 현장에서 재미있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잘할 건데 뭘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니?'라고 긴장도 풀어주시고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도움이 많이 됐죠."
임지연은 관객들이 '인간중독'을 132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몰입하도록 해야 하는 주연이다. 그리고 때로는 청초함으로, 다른 장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모습으로, 또 사랑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여인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이를 소화한 임지연은 '인간중독'을 통해 충무로 신성으로 꼽히지만 실상 갑자기 등장한 스타가 아니었다.
임지연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준비했다. 또한, 다수의 단편영화와 연극무대에는 지난 2010년부터 배우로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독립영화나 작은 학생 영화들은 많이 찍었지만, 상업성 있는 장편영화는 처음이에요. 경험이 없다 보니 현장에 모르는 것도 있고 주인공이라 짊어질 짐이 많을 것 같다는 부담도 있었는데 선배님과 감독님을 비롯한 현장의 모든 분이 제가 잘 할 수 있게 터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라며 고마움을 전한다.
당당한 여배우로 선 임지연은 대중들에게 보여줄 게 많다. '한국의 탕웨이'라고 까지 꼽히는 그에게 '인간중독'은 한 시작점이다. 감독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스태프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은 임지연은 영민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요. 각기 다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색깔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라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듣고 싶어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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