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가의서'에서 청조役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이유비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누구의 딸로,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불리는 것보다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의 청조로 불리고 싶다는 배우 이유비에게서 전작 ‘착한 남자’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초코도, ‘견미리 딸’이라는 수식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가의 서’의 청조, 이 캐릭터가 이유비를 다시 보게 했다.
그저 생김새대로 조잘조잘 말하고 생글생글 웃을 것만 같았고, 자신의 이미지와 맞닿는 역할만 골라 할 것 같았지만, 기자의 생각과 달리 이유비는 이제껏 선보이지 않았던 성숙하고 완연한 여인의 캐릭터를 선택했고 세 번째 작품임에도 신인이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사극을 과감히 택했다. 어려운 길일수록 성공에 대한 대가도 큰 법. 초반 6~7회 정도까지는 청조 역의 이유비가 주인공 최강치 역의 이승기와 잘 어우러져 드라마의 초석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유비는 “사극 출연 경험도 없고 청조 역할을 맡는다는 게 처음에는 좀 부담이 됐어요. 자신감도 없었고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도전해 보고 싶더라고요. 그만큼 큰 희열이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라며 청조 캐릭터를 꼭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청조가 초코였어?’라고 좋은 시선으로 봐준 덕분에 쉬운 신이 단 한 신도 없었음에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외양적인 것도 청조의 모습을 따라가고 싶은데 제가 부족하니까 맞춰가기 어려웠고, 연기나 표정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으니 부담이 됐죠. 감독님이 끌어주는 데로 믿고 따라서 완주할 수 있었어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신인 배우들에게 연기력 논란은 통과의례처럼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약과 같은 아픔이다. 하지만 이유비는 이제까지 연기력 논란을 빚은 적이 없다. 이유비는 “연기력 논란이 없도록 해야죠.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두 작품 밖에 보여 드리지 않았고 좋은 작품과 작가님, 감독님을 만나 잘 잡아주셔서 그렇지 연기력 논란을 피하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는 것 같네요”라며 연기에 임하는 진중함을 내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강치(이승기)와의 벚꽃뽀뽀 신이다. “벚꽃뽀뽀 신을 찍으면서 승기 오빠와 가까워진 것 같아요. 6시간 동안 찍었는데 다양한 컷을 담아야 하니까 계속 입술을 붙이고 있었어요. 위에서 뿌려주시는 벚꽃이 볼에도 붙고 코에도 붙었는데 카메라가 없을 때 서로 떼어줘야 했어요. 카메라가 돌았는데 없던 벚꽃이 있으면 튀니까요. 서로 떼어주면서 다정하게 웃음이 터져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어요. 스탭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하니까 서로 ‘왜 웃어~’라면서 다시 촬영에 들어갔죠.”
이승기, 수지, 성준, 유연석 또래 배우들과 이성재, 유동근, 조성하, 정혜영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이 잘 맞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함께 일할 맛이 났다는 이유비는 ‘구가의 서’의 젊은 피 4인방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승기 오빠는 부드러울 것 같은데 상남자 스타일이에요. 자상하고 친근한 면도 있지만 남자다움이 물씬 풍겨요. 수지는 계속 보게 돼요. 예뻐서 정말 마음이 간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예뻐요. 대본 리딩 현장사진에서 수지를 껴안은 것도 수지가 힘들어해서 토닥토닥 하면서 ‘수고했어~’라고 말해준 거에요. 저희끼리는 여울(수지)-청조(이유비) 커플이 더 잘 어울린다며 밀었다니까요.”
“성준이는 엉뚱하고 귀여운 친구예요. 생긴 건 멀대같이 생겼는데 남동생 같은 느낌이에요. 유연석 오빠는 정이 많아요. 저보고 자꾸 ‘꿀볼살’이라면서 ‘난 네 볼살 밖에 안 보여’라고 자꾸 놀리더라고요. ‘대사 치는데 볼살이 움직이네’라며 TV에서 제가 볼이 빵빵하게 나온대요. 나이 들면 빠진다고 하던데 나이 들어서 만나자! 언젠간 복수할 거야! (웃음)”
이승기가 인터뷰에서 이유비는 악역인 조관웅(이성재)과 친하게 지냈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하자 이유비는 “미안하지만 승기오빠 저는 조관웅 나리의 것입니다. 저를 탐내지 마세요. 여울이가 있잖아요. 모든 여자가 오빠를 좋아해야 할 법은 없습니다”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이성재와 가까이 지낸 건 “저를 예뻐해 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편안하게 하라고 해주셨어요. 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도 본인이 하는 거보다 더 감정을 실어서 제가 감정을 끌어올리게끔 해주셨어요”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 따뜻한 배려와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이승기, 유연석, 성준 세 사람 중에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 혹은 배우는 누구냐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유비가 입을 열었다. “월령이요. 월령은 자상하고 한 여자만 천 년이 넘게 사랑하잖아요. 천년 악귀가 되어서도. 한 여자만 바라보는 게 정말 멋있어요. 제가 서화였으면 행복했을 것 같아요.”
‘구가의 서’라는 24부작 드라마를 끝낸 이유비에게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이어가기 위해 발랄한 역할 혹은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할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가요프로 MC를 해보고 싶어요. 토크쇼는 수위 조절이 어려워서 힘들고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어요. 정말 팬이거든요. 한 분 한 분 보물이세요(웃음)”
3개월의 긴 여정이 끝나고 이유비는 새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청조로 기억되고 싶어했다.
“작품 안에 배우,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어요. 틀에 박힌 이미지가 아닌 작품 속의 캐릭터대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그러려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야겠죠? 애정 어린 눈빛으로 항상 응원하고 바라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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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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