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런온' 최수영 "화려함 빼야 한다는 강박…제 자신 시험해보고 싶어요"
기사입력 : 2021.02.12 오후 3:00
'런 온' 최수영 화상 인터뷰 /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 제공

'런 온' 최수영 화상 인터뷰 /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 제공


최수영이 '서단아'라는 꼭 맞는 옷을 입었다. 그간 배우로서는 무대 위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런 온'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가감 없이 담아낸 '찰떡 캐릭터'를 완성했다.

극 중 최수영이 연기한 '서단아'는 스포츠 에이전시 수장이자, 대기업 상무다. 태생이 귀족인 그는 부모님의 뜻으로 축구의 꿈을 접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 언제나 당당한 애티튜드로 무장한 그의 앞에 순수하면서도 돌발적인 미대생 '이영화'가 등장하면서 서단아의 세상에 색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런 온'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최수영과 작품 종영 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대본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오고 가는 대사 속에서 말맛이 느껴져서 캐릭터끼리 티키타카가 있었어요. 가볍게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농담도 있지만, 반대로 외롭고 황량하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도 있었죠. 그 지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할법한 고민과 아픔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작가님이 젊은 세대셔서 그런지 청춘의 아픔이 정말 잘 나타나 있었어요. 재치있는 대사로 숨겼어도 숨겨지지 않는 외로움, 황량함이나 시대에 대한 고민들이 있어서 작품을 더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서단아'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어떤 인물이라 이해하고 접근했나.

단아는 축구를 하지 못하게 했던 부모님 빼고는 거절이란 걸 당해본 적 없는 캐릭터에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단점과 결핍이 좀 무례한 말투로 나타난 것 같아요. 밉지 않을 수 있는 건, 단아가 상대의 감정을 알고 일부러 상처 주려는 무례함이 아니라, 정말 자신은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단아를 이해할 때, 결핍이 있어서 그 방어 기제 때문에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설정을 했어요. 그랬더니 무례한 말도 단아 입장에는 일리가 있는, 당당한 말투가 되더라고요. 그런 당위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했어요.

Q. '단화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응원이 많았다. 로맨스 상대인 '영화' 역의 강태오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강태오 배우는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대사 이렇게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아'라고 얘기해주면 너무 잘 알아듣고 소화를 하더라고요. 제가 선배라서 무조건 '좋아요' 하는 게 아니고, 좋은 건 좋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면서 같은 배우로 존중해주는 태도가 너무 고마웠어요. 태오의 성품이 좋아서 완성될 수 있는 케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해보니까 태오는 상대방의 호흡에 의해 본인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배우더라고요. 유연한 완급조절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게 저에겐 좋은 경험이었어요.

Q. '단화커플'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겸미커플의 임시완, 신세경 배우와의 호흡은?

임시완 오빠는 머리가 진짜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임시완이라는 배우는 16회를 모두 보는 시청자를 위해서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선겸이라는 생소한 캐릭터를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었어요. 정말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세경이는 연기도 좋지만 태도가 정말 좋아요.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에 연예계를 지내왔기 때문에 그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에 대한 존경심과 유대감도 있어요. 저는 오미주를 연기할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세경이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오미주 특유의 담담함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해줬어요. 제가 상상했던 오미주의 모습에 500%를, 때로는 의외의 톤으로 소화를 해준 적도 있어서 너무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Q. 미주와 단아의 워맨스도 작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워맨스를 소화한 소감은 어떤가.

저는 늘 여성 캐릭터와의 워맨스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걸 제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세경이라서 더 좋았죠. 현장에 갈 때 아이디어를 생각해가면서도 '상대 배우가 불편해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세경이는 그런 걱정이나 불안을 전혀 하지 않고 '이거 어때?'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도록 너무 편하게 해주더라고요. 맨날 세경이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해주고, 제가 무슨 말만 해도 다 웃어줘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게 본인이 가진 여유에서 나오는 것 같았고, 주인공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완벽하게 해줘서 참 고마웠죠.

Q. '런 온'을 통해 연하남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하셨더라고요. 연하남의 어떤 매력을 느꼈나요? 정경호 씨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연하남이랑 연기를 하게 됐는데, 어떤 면에서 단아가 영화를 사랑하게 됐을까를 생각해봤어요. 영화의 불쑥 튀어나오는 이유 없는 자신감 같은 것들이 단아를 당황시킨 적이 많아요. 그게 패기일 수도 있고, 뭣도 몰라서 질러볼 수 있는 용기일 수도 있죠. 그런 어필에 흔들리는 단아를보면서 저도 '이런 게 연하남의 매력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하면 다양한 사람의 형태를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니까 그분도 이해하시지 않을까요. (정경호에게)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 부분이 당연히 있어요. 그 자체가 안정감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 고민을 늘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Q. 전작 '본 대로 말하라'에서는 꾸밈없는 형사 역이었는데, 이번엔 최수영 배우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제 주변 사람들이 항상 제 작품 모니터링하면서 '저 때구정물 언제 지우고 나오나' 그런 말을 많이 하셨어요(웃음). 사실 무대에 서다가 연기를 하는 경우에는 화려함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에 서던 친구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수수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그런 게 그런 포인트를 저한테 말해주시고 용기를 주신 게 저희 회사 대표님이에요. '더 화려해도 되니까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해주셨어요. 늘 작품을 할 때 '화장을 덜어내야지. 못생겨도 좋으니까 예쁜 척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는 여한이 없이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작가님도 '왜 최수영이라는 배우한테 예쁜 옷을 입히지 않지? 난 최수영이 정말 멋있는 여성으로 나오는 게 소원이야'라고 해주셨어요. 작가님의 애정 덕분에 더 응원과 힘을 얻을 수 있었죠.

Q. 작품과 서단아에 만족도가 높으신 듯한데, '런 온'과 '서단아'가 최수영 배우의 연기인생에 어떤 작품과 캐릭터로 남을 것 같나.

제가 여태껏 연기했던 캐릭터와 서단아는 결이 많이 다른데, 처음으로 제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도 모험일 수도 있는데, '수영이는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응원을 해주셔서 저에게 큰 위로가 됐어요. '런 온'은 내가 막 나서서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고, 믿음에 대해서 자신감을 얻고 연기할 수 있게 한 작품이에요.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장르가 있다면.

제가 다양한 장르를 하는 것 또한 저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지점이에요. 수영이한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함도 있고,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저도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저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실패하더라도 배울 수 있도록, 스스로 물가에 내놓는 이유도 있어요.

아직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걸캅스' 장미와 '런 온' 단아를 하면서 강한 캐릭터를 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던지 더 다크한 인물도 해보고 싶고, 당당한 전문직 여성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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