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서면 인터뷰 / 사진: 젤리피쉬, tvN '경이로운 소문' 제공
김세정이 '도하나'를 통해 한층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간 작품 속 발랄한 캔디 캐릭터를 보여줬던 그가 전혀 새로운 인물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다.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을 촬영하며 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과거엔 연기를 하다가 김세정 자신으로서 몰입했다면, 이번에는 '도하나' 그 자체가 된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하나의 여러 서사에 깊게 설득당한 김세정은 그야말로 '찰떡 싱크로율'을 만들어냈다.
Q. 종영 소감?
이번 드라마는 이상하게도 끝이 났는데도 크게 슬프지 않았어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꼭 시즌2가 아니더라도 카운터들 그리고 감독님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니까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가사처럼 마지막이 아니란 걸 아는 듯한 안녕이었어요.
Q. 도하나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또 본인이 생각하는 도하나의 매력이 궁금하다.
하나의 성격인 거지, 어둡고 칙칙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 성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은 어두울 수 있어요. 하지만 성격이 되고 나면 어두움이 자연스럽게 종종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운터들 앞에서만 무너지는 감정을 드러내며 아이가 되고 마는 하나, 사실 하나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고, 겉으로만 센 척하는 여린 아이라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Q. '경이로운 소문'이 OCN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세 번째 작품에서 큰 흥행을 이뤘는데 소감이 어떤가.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노력과 행복이 맞닿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행복하게 노력한 만큼 결과까지 따라와 줘서 더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욕심이 있다면 한동안은 이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Q. 도하나의 서사가 많은 시청자에게 와닿았던 만큼, 김세정 배우에게도 의미 있는 연기였을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면?
스스로 연기한 장면을 뽑기에는 좀 그렇지만 (웃음) 아무래도 제가 연기했던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언니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인데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저 장면을 찍기 전, 동생이 죽는 장면을 먼저 찍었어요. 가족들이 죽고 동생을 붙잡고 우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 좋을 정도로 감정이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인지 동생을 보자마자 리허설부터 눈물이 고이더라고요. 원래 생각했던 연기 스케치가 있었는데, 오히려 자연스럽게 감정들이 울컥울컥 올라와서 스케치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우리 하영이(동생)가 잘해준 덕분이겠지만요.
Q. 고난도 액션신을 직접 소화했다. 처음 해보는 액션 촬영은 어땠나.
액션 장면이 있는 날은 가장 설레는 날. 물론 액션 장면을 찍는 날은 대기도 길고 체력도 지치긴 하지만 그날 얼마나 제가 성공해낼지는 그날의 연습과 차분함 그리고 습득력이 판가름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서 몸을 충분히 풀고 합을 안무 외우듯 외운 뒤 선생님 없이도 몸을 계속 움직여 봐요. 그런 뒤에 촬영에 들어가면 더 속(감정)을 눌러요. 차분해질 수 있도록, 흥분하지 않도록.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 있어요. 점점 할 수 있는 동작이 늘어갈 때마다 희열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아 액션 재밌다. 계속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배우가 평소 보여줬던 밝은 이미지를 벗고 아픈 과거를 가진 시니컬한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연기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 이유도 궁금하다.
이름과 학과만 적어서 제출해도 받을 수 있는 기본 점수가 10점이라면 10점이라고 점수를 매기고 싶어요. 제대로 된 시험은 이제 시작이라고 느끼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 많이 느끼고 배웠어요. 그 덕분에 저는 맘껏 발표하며 뛰어놀 수 있었고요. 아직 점수를 매기기엔 이번 현장은 신나는 수업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할게요.
Q. '학교2017', '너노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매번 연기 실력이 훌쩍 성장하는 것 같다.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는지, 또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배우 김세정으로서 가장 '나'답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점들을 도전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도 저에게도 원래 이런 면들이 있지만, 사람들이 이런 면들을 어떻게 봐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나를 어떻게 봐줄까 하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배우 김세정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인 것 같아요.
Q. '아는형님'에 나왔을 때 냈던 퀴즈가 인상 깊었다. 술만 마시면 운다고. '경이로운 소문' 촬영 현장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는데, 이번 현장은 그간 경험했던 현장과 어떤 점이 달랐나.
전에는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김세정으로 생각하고 연기에 몰입했다면 이번에 도하나를 연기할 땐 많은 순간 도하나로 몰입되서 울고 웃을 수 있었어요. 하나에게 깔린 여러 서사들에 깊게 설득당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시기상 구구단 해체 논의가 이뤄지는 중에 드라마 촬영까지 겸해야 했던 것 같다. 심적으로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스스로를 다잡았나. 김세정에게 구구단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좋은 시작점. 제 인생에 있어서, 성인 김세정이 첫걸음을 걷는 데 있어 정말 고맙고 행복했던 첫 시작.
Q. 2016년 데뷔 때부터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가수, 배우로서, 또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이런 열일 행보의 원동력은 뭔가. 자신만의 힐링 방법이 있다면?
열일 행보의 원동력은 인정받고 싶은 것. 사실 늘 저에게 만족이란 단어는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외부인들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요. 그런데 늘 인정해주는 사람과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이 공존하잖아요. 저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저의 원동력입니다.
저만의 힐링 방법은 읽을지 읽지 않을지 모르는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어떤 마을 같은 곳에 무작정 가서 눈에 보이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로 가요. 자전거를 타도 괜찮고요. 거기서 노트북을 켜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나를 놓는 것. 그럼 마치 여행 온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있을 때 가사도 잘 써지고 힐링도 되더라고요.
Q. '경이로운 소문' 그리고 도하나는 배우 김세정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
하나는 상처받기 싫어 기대하는 걸 멈춰버린 친구였어요. 사실 김세정도 그랬어요. 어느 순간부터 상처받기 전까지의 기대와 꿈만 꾸고 있는 저를 봤고,그런 나를 어떻게 다시 깨울 수 있을까, 깨어날 수 있는 걸까 고민하던 때에 꿈꿔도 된다고 두려워 말라고 지금까지도 멈춘 게 아니라 계속 걷고 있었다고, 잘해왔고 잘 할 거라고요.
수많았던 실패와 실수가 아닌 긴 여정 중 과정이었고 그 끝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늘 그랬던 것처럼 꿈꾸고, 두려워 말라고, 앞으로도 길고 힘들지라도 언젠간 이뤄질 거라고요. '경이로운 소문'은 하나도 세정이도 성장시켰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아마 다시 노래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연기로 달리고 노래로 쉬고, 노래로 달리고 연기로 쉬고. 일을 '쉼'으로 느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해요. 그래서 계속 달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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