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분명 한 사람인데, 작품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듯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 배우 김남희 역시 그렇다. 심지어 '스위트홈'에서는 역대급 악역인듯 등장해 역대급 선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검을 잘 다루는 국어선생님인 재헌. 다 계획이 있었다.

Q. 재헌은 서사가 나올 수록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구상하고 '스위트홈'에 임했나.

"좋은 원작이 있어서 드라마에서 조금 더 나아진 인물이되었던 것 같아요. 이응복 감독님, 작가님께서 재헌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신 것이 원작을 뛰어넘는 캐릭터라는 평을 얻게 해준 것 같고요. 재헌은 알려진 정보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걸 드라마에서 전사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국어선생님인데 검도를 잘 다루고,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모습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될수 있었던 것이 재헌에게 안 좋은 시절이 있자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모든 것을 다 잃어봤고, 허무한 삶을 살다가 종교로 극복하고, 검도로 심신을 단련하고, 다시 돌아와 국어선생님을 할 수있게 되었다고요. 지금의 재헌의 모습이 된거죠.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어떤 선택을 하든, 대화를 하든, 중립적 위치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스위트홈'의 팬들 사이에서는 재헌이 근육괴물과 싸울 때, 검과 창문이 겹치며 십자가가 표현됐고, 이것이 베드로 순교설과 겹쳐 재헌의 죽음을 암시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헌이 근육괴물을 물리칠 때까지만해도, 미래를 예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사람을 돕는건 본능적인 힘이 크거든요. 원래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남들을 도울 수 있고. 검을 들었을때 십자가 모양이 나왔다, 이런 것은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니고요. 현장에서도 의도한건 아니었어요. 때마침 창문이 십자가 모양 틀로 있는데 외부에서 카메라 앵글로 보니 칼을 들었을때 그림자와 묘하게 겹쳐지는거예요. 감독님이 이걸 보시고 '십자가로 해야겠다'고 즉석에서 연출을 하셨어요. 더 좋게 해석을 해주신 것 같아요."

Q. 재헌은 지수(박규영)에게 '당신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의 시작부터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재헌이 지수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우연히 동선이 맞춰져서 같이 움직이게 된 거죠. 재헌도 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듯, 지수 역시 거칠어보이지만 남을 위해 희생할 수있는 용기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근육괴물을 향해 지수가 먼저 달려나갔어요. 그 모습에 재헌이 조금씩 마음이 열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Q. 박규영씨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장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실제 (박)규영이 성격도 지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그런 액티비티한 액션도 좋아하고. (박)규영이랑 같이 연기할 때, 어린 여배우와 연기하는 것에 부담이있었는데 남동생과 함께하는 것처럼 편하게 연기했었습니다. 저희 둘의 대사 중에 긴 대사는 없어서 어렵지는 않았는데요. 액션을 할 때 (박)규영이도 방망이를 휘두른 적이 없었고, 저도 몸치라서 액션을 잘한다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액션 위주의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습니다."

"애드리브는 재헌이 근육괴물을 물리치고 나서 다시 지수를 찾아가잖아요. 그때 지수가 '주님 좋아하는 건 아는데, 조금 천천히 가도 되잖아요'라고 하고, 제가 '주님은 어디든 계십니다'라고 답해요. 그 다음에 지수가 화내듯 '빨리와요'라고 하는 부분이 애드리브였어요. 저도 '네?네'라면서 어리바리하게 쫓아가는 것이 애드리브였고요. 그리고 지수가 맹장수술 후에 방귀 확인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지수는 재헌 앞에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재헌이 '소리는 힘이 없었으나, 정확하게 방귀가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고, '냄새는'이라고 하는데요. 그 부분이 애드리브였어요."

Q. 재헌의 고백이 담백해서 더 긴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제가 감정적으로 더 갔었어요. 그런데 이응복 감독님께서 '아니다, 여기서 감정적으로가면  나중에 지수가 너무 슬플 수있다. 너가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낀걸 모르게, 담백하게 말하고 나가서 싸우자'고 하셨어요. 그말씀이 맞더라고요. 말을 들은 사람의 감정도 중요하니까요. '고백은 하되 부담감을 주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Q. 재헌은 선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지닌 인물이다. 실제 그린홈 속 상황이라면 배우 김남희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람들과 다같이 생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저에게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재헌처럼 뭔가 답답하고, 조용하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차라리 은혁(이도현)처럼 나서서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이렇게 해야 생존할 수있다고 말했을 것 같은게 제 성격이고요. 그렇지만 따뜻하게 표현하진 못했을것 같아요. 괴물을 물리치고 조금 생색을 냈을 것 같고요.(웃음) 싱크로율로 치면 60%정도? 실제 성격이라면 상욱(이진욱)과 은혁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결말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결말의 장면이야 멋있게 나와서 만족하고요. 더 나올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고요. 정말 마지막 장면이고, 연기니까 최선을 다해서 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 인물을 더 보고싶은데라는 그리움이나 애틋함때문에 좋게 봐주시는것 같아서요. 저 역시도 아쉬움이 당연히 있죠. 시즌2에 대한 욕심도 당연히 있고요. 하지만, 배우가 대본의 흐름을 역행해서 욕심을 부릴 수는 없으니까 시즌1에 완전히 죽은 인물로 끝나서요 바람은 있으나 기대는 안하고 있고요. 제 부러진 칼을 가지고 생존해서 남은 지수가 시즌2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가장 궁금한 것 같습니다."

Q. 배우 김남희라는 필모그래피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지, 앞으로의 각오도 궁긍합니다.

"배우로서 마냥 잘되자, 스타가 되자, 성공하자. 이런 욕심보다는 이제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많았는데요. 그런 역할을 많이 맡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아쉽고 서운한 때도 있었죠.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이지만, '삶이 내맘처럼 흘러가지는 않는구나, 시기와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담금질을 했던 때가 있었어요. 앞으로도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역할 열심히하고,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그래도 연기는 잘한다, 연기는 잘하는 친구다'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