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성동일 "준이·빈이·율이 덕분에 '뭘 배울지, 뭘 해야할지' 알게돼요"
기사입력 : 2020.10.11 오전 12:01
영화 '담보'에서 두석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담보'에서 두석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성동일은 사실 한 번도 눈물을 강요한 적이 없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그랬고, 영화 '담보'에서도 그랬다. 혼날 일을 하면 혼냈고, 보듬을 일에는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들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없다. 등 돌려야 보이는 아버지의 눈물, 대중은 그 눈물에 함께 울어야했다.

성동일은 굴곡진 삶을 살았다. 과거 그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생아였다고 고백했다. 아버지의 사랑은 그에게 먼 이야기였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됐다. 성동일은 "평생 저 차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은 그 차를 가진 사람보다 그 마음이 클 거예요"라는 말로 애둘러 설명한다. 수많은 딸들 중 가장 힘든 딸은 역시 "친 딸"이라고 말하는 배우 성동일은 영화 '담보'에서 빚대신 데려온 9살 승이(박소이,하지원)를 키우게 되는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았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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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담보'를 아이들이 먼저 읽어보고 추천했다고 했다. '담보'를 봤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되냐'고 했어요. 그리고 '담보'를 보고나선 '아빠 연기 많이 늘었다, 전반부는 아빠랑 똑같다, 언제 대사를 다 외웠냐'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에 TV가 없어서, 아이들이 제 연기를 '미스터 고' 이후에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친부모가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뭘 느끼겠어요. 여전히 사달라는 것 많고, 불평불만 많죠. 그리고 그걸 참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그게 친자와 양자의 차이겠죠."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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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9살 승이를 보며 배우 성동일이 아닌 '인간 성동일'으로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다.

"안쓰러웠죠.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그래서 '담보'를 찍을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안했던 것 같아요. 어떤 장면에서는 '왜 성동일이 안 울지?'라고 느끼실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제가 버티고 가는 것만해도 충분할 것 같았어요. 눈물의 몫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다 눈물이 흐르면 다시 찍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 의견이 엇갈렸어요. 울어야 할지, 눈물 한방울 할지. 그래서 여러 단계로 연기를 했어요. 편집하면서 골라서 사용하라고요."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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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 정은지, 고아라, 혜리 부터 박소이, 하지원까지 가장 키우기 힘든 딸은 누군가.

"가장 힘든 딸은 일단 내 친딸이고요. 연기적으로 힘든 딸은 어린 승이(박소이)였죠. 가장 키우기 편한 딸은 어른 승이(하지원)이었고요. 친딸이 아니잖아요. 우리 딸이 잘못하면 '그만해' 혼내는데, 과연 양녀로 데려온 딸에게 친딸처럼 혼낼 수 있겠냐는 거죠. 야단을 치고, 충고를 하려면, 일단 상대가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요. 친딸이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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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 조인성, 이광수, 여진구부터 그룹 방탄소년단 뷔까지, 연령을 가르지 않고 호감형 선배가 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도 궁금하다.

"그건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좋은 안주에 술 사주고,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아요. 라면 맛도 집마다 다 다르잖아요. 살아온 게 다 다른 거죠. 나이를 먹어가니 제일 좋은 선배는 역시 '말을 잘 들어주는 선배'더라고요. 벽이 없어요. 걔들도 답답하니 저를 찾겠죠.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요. 대통령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고. 그냥 좀 더 이야기 들어주고, 받아줘요.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내 몸이 편하면 절대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요. 현장에서도 내 몸이 편하면, 스태프들이 힘들잖아요. 현장 일찍일찍 나오고, 리허설 임하고, 뻔뻔하게 돈벌지는 말자고 이야기해요."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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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알아도, 정작 하기 힘든 것이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 일'이다.

"우리 애들도 그래요. 내가 안 들어주면, 같이 안 놀아요. 내 가족이 싫어하는 건, 남들은 세배 더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답이 너무 쉽게 나와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자리만 잡으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에요. 현장에서 먹여주고 재워주죠. 또 잘 벌면 웬만한 중소기업만큼 벌잖아요. 그런데 생산과 투자가 없으면 안돼요. 고생하는 스태프나 지인들에게 고생한다고 음료수라도 좀 사주고, 그게 어려우면 현장이라도 일찍 나가야죠. 분장팀, 의상팀,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은 정말 말로 다 못해요. 그래서인지 그런 말이 있대요. 현장에서 성동일과 친하냐 안친하냐로 나뉜대요. 친하다면 그 다음 단계가 성동일 집에서 술 마셔봤냐, 못마셔봤냐고요.(웃음) 어제도 (이)광수랑 (김)성균이랑 영화 찍다가 새벽 1시에 집에 놀러 왔어요. 6시쯤 갔나?"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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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성동일을 있게 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프로죠. 저는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소중한 경험을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냐고요? 평생 저 차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은 그 차를 가진 사람보다 그 마음이 클 거예요. 지금도 가장 행복할 때가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자는 아내와 아이들 얼굴 한 번 보고 나서 담배 한 대 필 때예요. 아이들이 있음으로서 '오늘은 뭘 할지, 오늘은 뭘 배우지'를 깨달아요. 사실 저는 연기 변신이라는게 없어요. 제 연기에는 사실 모든 역할에 모델이 있거든요. 그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바퀴달린 집'을 보면, 전국에서 지인들이 있잖아요. 실제로 그래요.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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