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김희원, '아저씨→담보' "제 연기가 마음에 든 적이 없어요"
기사입력 : 2020.10.10 오전 12:01
영화 '담보'에서 종배 역을 맡은 배우 김희원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담보'에서 종배 역을 맡은 배우 김희원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다. 갈증은 노력의 근원이 된다. 배우 김희원에게 연기란 그런 존재다. 매번 갈증나게 하고, 그래서 노력하게 한다. 스토리상 필요한 기능적인 장면을 그리더라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 '담보'에서도 그랬다. 감동을 전하는 영화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종배에는 그렇게 김희원의 고민이 담겼다.

김희원은 영화 '담보'에서 두석(성동일)과 함께 빚대신 데려온 9살 승이(박소이,하지원)를 키우게 되는 종배 역을 맡았다. 석두와 승이는 '담보'를 이끌어가고, 그 속에서 종배는 '담보'에 현실과 웃음 한스푼 담아낸다. 성동일의 뒤에서 투덜투덜 대는 그의 말속에는 사실 하나하나 고민이 담겨있다.

Q. 영화 '담보'에서 종배 역할은 어찌보면 두석의 그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속에서 김희원 씨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 '담보'가 소위말해서 신파처럼 가잖아요. 그것을 어떻게하면 풍성하게 만들까.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고민을 엄청 했어요. 이를테면, 종배가 '담보'에서 처음 등장할 때가 승이와 엄마를 찾는 장면이잖아요. 시나리오에는 '둘이 걸어가며 엄마를 찾는다'고 되어있었어요. 그런데 그 컨셉이 재미 없잖아요. 그래서 (성)동일이 형은 앉아있고, 제가 뛰어다니겠다고 했어요. 골목길 끝으로 가서 막 뛰어 다녔어요. 종배 자체가 허당기 있고, 실수를 많이 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세세한 디테일을 고민했어요. 군대 고문관을 생각했어요. 왜 결혼도 안하고, 두석과 함께일까. 그 모티브를 강대규 감독님 실화에서 찾았어요. 군대에서 실연의 상처로 자살하려는 후임병을 구해준 적이 있대요. 그때 그 후임병이 종배고, 선임병이 두석이였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Q. 그렇게 고민을 많이 담았는데, '담보' 시사회에서 자신의 연기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단 제가 연기를 약 30년 정도 했는데요.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요. '어우 저거 왜 저렇게 했지' 맨날 이런 생각만 하니까, 푹 빠져서 못 보겠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예요. 예전에 '아저씨' 시사회 날은 무대인사만 하고 저 혼자 대기실에 있었어요. 도저히 못 보겠다고요. 2, 3년동안은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배우가 연기하고 난 후에, 아쉬움이 남아야 언젠가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연기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부분은 좋았다'고 한 두 방면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연기 어떠셨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 스스로 찔려요. 연기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것 같아요."

Q. 영화 '담보', 예능프로그램 '바퀴달린 집'부터 '라디오스타'까지 성동일과 함께 했다. '담보'에서는 톰과 제리 같은 케미가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실제로 톰과 제리 같은 사이라면, 절대 안 만나죠. 불편해서. 저랑 성격이 너무 반대라서요. 사실 좀 귀찮고 피곤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성동일) 형은 모가 나있는 부분이 없어요. 제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도 아주 쉽게 잘 받아들여주는 성격이에요. 그러니까 같이 했겠죠. 형은 맨날 그래요. '맨날 집에만 있으면 뭐하냐'고요. 그렇다고 맨날 밖에 나가면 뭐하겠어요. 그래도 확실한 건 제가 좋아하는 형은 맞아요. 그건 분명합니다. 계속 2,30년 끝까지 예의를 지킬 생각이에요."

Q.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했는데, 과거 MBC '무한도전'부터 '바퀴달린 집'까지 자꾸 꺼내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김희원 알리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는 그것도 그래요. 왜 자꾸 알려요. 연기자가 연기로만 알려지면 좋겠는데요. 이건 그냥 제 성격인데, 연기자가 연기 좋더라, 안 좋더라로만 평가받고 싶어요. '무한도전'도 홍보차 나갔어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니까 옆에서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뭔가를 계속 하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반응만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엄)태구가 나가면 더 난리났을 거예요."

Q.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사람' 김희원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그냥 인정받는 순간순간인 것 같아요. 기사를 봤어요. 기자 분께서 칭찬해주셨어요. 그럼 되게 행복해요. 기사를 거의 다 보거든요. 기사를 보다가 제 마음을 쓴 것 같은 그런 기사도 있어요. 그러면 인정받는 것 같고, 행복해요. 우연히 어떤 블로그를 보다가, 어떤 친구가 연기를 가르치는 강사인가봐요. 영화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첫 장면을 참 제대로 보여준 배우가 있다고 했어요. 그게 영화 '불한당'에서 김희원이라고요. 그것을 보는데 뿌듯했어요."

Q. 자신이 가진 목표가 있을까.

"그냥 좋은 연기자로 남는 게 꿈이에요. 한 70살 까지만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70살까지 좋은 연기자로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고요. 제가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이상은 힘들어서 못할 거 같아요.(웃음)"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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