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다모·시크릿가든…담보'까지, 배우 하지원을 만든 "도전"
기사입력 : 2020.10.09 오전 12:01


배우 하지원의 필모그래피는 한 눈에 담기가 어렵다. 그냥 하지원이 나온 작품을 잠시 눈을 감고 생각만 해봐도 '다모', '시크릿가든', '황진이', '기황후' 등 엄청난 작품들이 그려진다. 영화 '담보'는 그 연장선에 있다. 캐릭터의 경중을 떠나, 배우 하지원이라는 이름을 통해서다.

하지원은 영화 '담보'에서 성인이 된 승이 역을 맡았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은 엄마의 빚대신 9살 승이(박소이)를 데려온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승이를 맡아 키우게 된다. 배우 하지원은 어른이 된 승이 역을 맡아 '담보'의 매듭을 짓는다. 배우 성동일, 김희원 등 사람의 온기가 가득했던 '담보' 촬영 현장에서 행복을 느꼈던 그다.

Q. 어른이 된 승이에게 담고 싶었던 감정이 있다면.

"사실 승이는 굉장히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잖아요. 가족보다 더 진한 가족이 되어가면서요. 저는 두 아저씨의 정말 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승이가 더 당당하고, 이 사회에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가길 바랬어요. 통역사가 돼 자신의 꿈도 이루잖아요. 더 당차고 열심히 산 승이가 된 것 같아요."

Q. '담보'는 가족이 된 세 인물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촬영 중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영화 속에서 제가 많이 눈물을 흘리는 그 장면이 재촬영을 한 거예요. 배우들이 아니고, 환경에 대한 느낌 때문에 재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이미 한 번 쏟아낸 감정을 다시 하는게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몸이 기억한 메모리가 있어서 새롭게 감정을 끌어낼 수가 없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진짜 마지막이라는 느낌으로 다 지워버렸어요. 슬픈 감정을 표현할 때, 미리 준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모든 것을 지웠어요. 한발 한발 딛는 느낌으로 오히려 담담하게요."

Q. 배우 성동일, 김희원과 함께한 '담보' 촬영 현장이 따뜻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 앞서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바퀴달린 집' 같은 분위기였나.

"똑같아요. 다를게 없어요. 저는 사실 영화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촬영 장소에서 나누는 대화나 공기, 그런 것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장면을 두고 막 고민하다가, 촬영 딱 마치고 맥주 한 잔 마시는 그런 것도 영화의 일부라고요. 영화 촬영장에서 느낄 수 있는 그 공기가 좋아요. '난 배우야'라면서 따로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 같이 한 작품을 만드는 거죠. 특히 두 선배님들은 어색했다가 친해졌다는 단계가 없어요. 그냥 만나면서 훅 들어오신 것 같아요."

Q. 영화 '담보'를 찍으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도 더 많아졌을 것 같다.

"더 많이 느껴진 것 같아요. 늘 가족은 내 편이고, 나를 지켜주는 존재인데 '담보'를 통해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 가족은 늘 그립고, 옆에 있다고 생각해도 늘 그립고 그래요. 한동안 제가 '아빠'를 못 불러봤잖아요. 그러다가 현장에서 '아빠'하고 부르는데, 확 몰려오는 감정들이 있더라고요. 저에게는 그랬어요."

Q. 요즘 영화 '디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오케이 마담' 등 여성을 화두의 중심에 세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나온다. 하지원 씨도 욕심나는 장르가 있을 것 같다.

"저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해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도 엄청 많아요. 제가 뭐에 꽂히면, 이 세상 다른 건 전혀 안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고, 계속 배워도 좋은 것 같아요. 2, 30대 때 할 수 있었던 멜로나 로맨스가 있었다면, 지금에 맞는 이야기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제가 궁금한 것을 못 참아요. 그래서 영화를 해내야지라는 마음보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도, 이 사람이 취미가 뭐고, 이 사람은 뭘 좋아할 것 같고, 뭘 먹을것 같고 저 나름대로의 이사람을 탐구해봐요."

Q. 캐릭터를 탐구하며 어떤 것들을 해보는지 궁금하다.

"저만의 OST를 만들어요. 그 작품마다 향을 만들고요. 그냥 궁금한건 다 봐요. 제가 '병원선'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인데, 해부학책 사서 읽었어요. 내용을 기억하지도 못할거고, 외우지도 못하지만 그냥 한번 그 책을 봤기 때문에, 가운을 입었을때 자부심과 자신감이 달라요. 저는 그냥 한번 파봐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찾는 작업도 되게 재미있어요. 영화 '담보' 때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담겼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신 영화 'Winter’s tale' 의 OST 'Can you hear your heart'도 있었고요."

Q. 지난 2009년 영화 '해운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어찌보면 같은 지점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이런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회사원은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Q. 최근 하지원씨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

"제가 좋아하는 순간을 발견할 때, 그때 항상 행복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났는데, 새로운 것을 보게 되었는데, 혹은 듣게 되었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면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영화 '가타카'를 다시 보게 됐거든요. 그 영화도 너무 좋았어요.(웃음)"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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