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남자' 규현 인터뷰 / 사진: 레이블SJ, EMK 제공
어느덧 10년이라는 경력을 쌓았다. 이제는 '슈퍼주니어'라는 수식어 만큼이나,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 역시 어색하지 않다. 스스로 떳떳하게 뮤지컬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기에, 그의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믿고 볼 수 있다. 약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한 규현을 만났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규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 2010년 뮤지컬 '삼총사'로 데뷔한 규현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한 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규현은 "중간에 3년 반 정도 공백도 있었고, 사실 10년 차 이러면 거창해 보이는데,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해 온 연륜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규현이 처음 뮤지컬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은 '슈퍼주니어'였기 때문이다. 과거 규현은 인터뷰를 통해 '삼총사' 달타냥 역할이 '슈퍼주니어 멤버'에게 들어온 역할이었고, 자신이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밝힌 것. 규현은 "멤버들의 경우 개인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냥 팬들만 아는 가수 중 하나였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제작사 측에서 콘택트을 해주셔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뮤지컬이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규현이 뮤지컬에 첫 도전했을 당시에는 아이돌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심했다. 즉, 뮤지컬 배우라는 기회를 잡게 해준 것은 슈퍼주니어라는 '아이돌' 타이틀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걸림돌이 되는 것도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래서 규현은 더욱더 치열하게 노력했고, 계속해서 성장했다. 긴 공백 없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며 문을 두드렸고, 관객들 역시 '슈퍼주니어'가 아닌, '뮤지컬 배우' 규현을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규현은 '삼총사'를 시작으로, '캐치 미 이프 유 캔', '해를 품은 달', '싱잉 인 더 레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점점 더 뮤지컬에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규현은 "첫 뮤지컬 때 정말 '올인'해서 도전했는데 재미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생기고 더 새로운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생겨서 그 이후로 계속 작품을 한 것 같다"라며 "저라는 사람이 하는 선택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연기하는 각각의 캐릭터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제가 못하는 것을 표현하고 싸우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서 노래를 하고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매력인 것 같다"라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자신에게도 떳떳해질 수 있었다. 규현은 "예전에는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에 떳떳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그날들'을 할 때부터 뭔가를 많이 느낀 것 같다. 작품을 꾸준히 하고, 다른 것들도 많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표현법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 같다. 성장을 많이 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베르테르'를 기점으로는 연기력 측면에서도 호평을 많이 얻었다. 규현은 "레슨을 따로 받는 것은 아닌데, 나이를 먹을수록 다 연기를 잘해지는 것 같다. 그렇지 않나요?"라며 "감정이나 관점이 풍부해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또 여러 경험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눈치가 빠른 편이라서 설명해주는 내용에 대한 이해가 빠른 편이다. 또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것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규현의 연기력 변화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키스신이다. 데뷔 초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규현은 "그때는 신인이라서 그런지, 키스신이 나오면 객석에서 팬들이 소리를 지르고 그랬다. 그런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팬들도 성숙해졌고, 작품의 하나로 보는 것 같다"라며 "저도 키스신이나 스킨십 같은 경우, 뭔가 작품 속의 인물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부담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연기력이 좋아진 규현에게 향후 연기자로서도 나설 계획이 있는지 묻자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하자는 주의다"라며 "저는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좋고, 연기만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연극을 볼 때도 저기에서 넘버 하나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연기만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기만 하는' 규현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뮤지컬 배우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솔로 가수 활동 그리고 예능인으로서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규현은 "예능이나 발라드 가수 이미지가 세다 보니까, 그런 이미지가 보인다는 후기들도 봤는데, 저는 큰 부담은 없이 하고 있다"라며 "가수 규현은 그냥 규현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고 뮤지컬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연기를 할 수 있다. 뮤지컬에 몰입한 저를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규현이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일'이라고 "일이라고 하면, 되게 고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이런 일들을 계속 하고 싶다. 무대에서 팬들, 관객과 만나 호흡하는 일들이 좋다"라며 "지인들과 만나는 것도 좋지만, 국내든, 해외든, 객석이든, 콘서트든 저를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듯한 듯 보이는 스케줄에 걱정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규현은 "주변에서 괜찮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고, 팬들도 편지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몸에 좋은 것도 보내주시고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잠잘 시간도 충분하고 여덟 시간씩 잘 자고 있다. 가끔씩 지인과 만나서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 별로 힘들지 않다"라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규현은 처음 뮤지컬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규현의 이름을 보고 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답을 한 적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목표에 대해 어디까지 온 것 같은지, 또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지 묻자 "처음에는 제 공연에 팬만 오셨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일반 관객도 많이 찾아 주시고 만족하고 가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며 "10년이 지나고 보니, 많이 했다는데 싶기도 하고, 어느새 그렇게 했나 싶기도 하다. 꼭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뮤지컬 배우 분들 중에 믿고 보는 배우가 많은데, 저도 그런 선배님들처럼 '규현이는 뭘 해도 볼만해' 이렇게 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또한, 그간 대극장에서만 주로 공연을 해 온 규현은 만약 소극장이나 중극장에도 좋은 공연이 있다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되게 가깝죠? 안 해봐서 부끄러울 것 같다"라는 수줍은 반응을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편 규현은 최근 뮤지컬 '웃는 남자'를 통해 약 4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규현이 출연 중인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인터뷰②] '웃는남자' 규현 "그윈플렌의 비극적 선택?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도 용기" 기사로 이어집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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