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엘’로 튀고 싶어 직접 작명..고민 없었다”(영화 바람바람바람)
기사입력 : 2018.03.27 오전 7:30
사진 : 배우 이엘 / NEW 제공

사진 : 배우 이엘 / NEW 제공


‘배우 이엘’을 26일, 서울 삼청동서 만났다. 4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바람바람>(이병헌 감독)의 ‘제니’역을 소화한 그녀는 ‘파격’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랐다. 이날 인터뷰에 임한 의상도 시원했다. 새하얀 오버사이즈 셔츠에 빨간색 립스틱 하나로도 예뻤다. [도깨비]의 삼신할매, [화유기]의 마비서 활약을 봤던 대중이라면 기대할만한 여배우의 품격이었다.

본명이 ‘이엘’이란 이름은 그녀가 직접 지은 가명이다. ‘김지현’(본명)이란 흔한 이름 보다는 오디션 장에서도 제 이름 적힌 프로필 사진을 한번 더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명사이트를 뒤져 발견한 이름이란다. “하나님의 진한 향기를 뜻합니다. 기독교 신자라 고민 없이 지었죠”라고 말한 그녀와 50분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엘은 <바람바람바람>에서 진한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다 접고 평범한 일상에서의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고 좋아했다. “주인공은 네 명인데, 제 위주로 봤을 땐 이 작품은 제니의 성장드라마죠. 그녀가 가진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맞물려 아름답게 펼쳐져 촬영 내내 행복했답니다”라고 웃었다. 이엘은 촬영장에 비(?)를 몰고 오는 여신이었다. “왜 저만 현장에 가면 비가 오는 걸까요?(웃음) 제목 따라 바람도 몹시 불고..그래서 영화 홍보 문구가 바람의 여신이에요”라고 마냥 좋은 날 촬영에 임할 수는 없었다고 작게 하소연했다.

이엘은 독신주의자란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제 삶이 적당한 거 같아서요. 결혼 자체가 단순한 남녀간의 문제도 아니고요, 그런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소신을 밝히며, “영화 속 제니를 많이 닮은 거 같아요. 교제하는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 사랑한다는 전제 조건이면,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남녀간의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간의 ‘진심’이니까요.”

이엘은 극 중 ‘봉수’(신하균)와 사랑에 빠진다. 당구, 레고, 요리, 게임 등등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취미와 여가로 둘 사이는 급진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요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맛집 탐방도 적극적이죠.(웃음) 그걸 제 SNS에 올려 공유하는 것도 한때 습관적이었죠. 친한 셰프들(강석현 장진우)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배우들과 호흡이 궁금했다. 그녀는 “신하균 선배님은 말수가 적어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좋다고 표현도 좀 해주시고 해야..(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진중하고 세심한 매력의 소유자였죠. 이성민 선배님은 말 그대로 ‘대장’이에요.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넘쳤죠. 지효 언니는 첫 만남부터 편했어요. 어느 시사회장에서 먼저 만났는데, 절 너무 좋게, 편하게 대해 줘서 깜짝 놀랐죠.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배려의 아이콘입니다.(웃음)” 이엘은 또, 현장 스태프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웠다라고. “현장에 낯설면 집에 와서 꼭 후회를 했어요. 그걸 최소화하려는 거죠. 말 한마디라도 ‘저기요’보단 이름을 불러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야 좀 더 관계가 편해지고 지속되니까. 그게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른 여섯 나이, 늦은 감 있는 배우 이엘의 필모그래피를 들췄다. “(신인시절) 아픔도, 욕심도 많았던 시절이 생각보다 길었죠. 그걸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이상한 ‘믿음’이란 게 생겼어요. 주변 지인들의 힘내라 메시지도 큰 도움이 됐고..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덜 공부한 거 같아 노력 중입니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털털했던 성격도 배우가 되면서 꼼꼼하고 야무지게 바뀌었다고 말한 이엘.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들도 장르를 넘어 다양했다. “’카모메 식당’,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황혼에서 새벽까지’, ‘킬빌’, ‘블랙스완’..박찬욱 감독님 작품들 등등 좋아합니다. ‘툼레이더’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더할게요”라고 말했다.

최근 근황도 알렸다. “’아마데우스’ 공연을 시작했는데, 연극 무대가 너무 좋아 드라마 촬영 중간에 시간 내서 응원 차 방문한 게 캐스팅까지 이어지고 말았어요.(웃음) ‘피터 쉐퍼’의 원작 팬이기도 했고요. 연극에만 몰입할 수 없어 배우들에게 미안함은 늘 가지고 있어요. 가수와 병행해서 활동하는 성규 씨도 제 마음과 같을 거예요. 그 친구 정말 노력파에 독학파..본 받을 만 합니다.”

배우 아닌 인간 이엘의 모습도 궁금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죠. 고양이를 키우는 데, 그래도 외로워요.(웃음)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가만히 멍 때리기도 하고..음식도 해먹고, 좋아하는 공간도 가보고..아! 제가 정말 자주 가는 곳이 있거든요. 국립현대미술관도 있지만, 명동 신세계 본점 말입니다. 과거 미츠코시백화점(일제강점기 당시 서울에 있었던 백화점)의 잔재가 남은 오래된 대리석 계단이 있죠. 거길 오르내리면 느낌이 색달라요”라고 웃었다.

인터뷰를 마친 그녀는 현재 흥행 1위를 기록중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를 언급했다. “한동안 멜로와 코미디를 찾기 어려웠는데, 그게 먹히고 있죠.(웃음) 관객들이 원하셨던 걸 보니 저희 <바람바람바람>도 많이 보실 거라 생각합니다.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제 마스크, 꼭 보러 와주세요!”라고 적극적인 홍보 멘트로 마무리했다. 이엘이란 배우가 가진 선입견을 말끔하게 벗은 봄날 오후였다.


글 더스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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