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인터뷰 / 사진: YNK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신혜선이 데뷔 4년 만에 안방극장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최고 시청률 45.1% 기록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오른 신혜선은 "긴 호흡의 작품은 부담스럽지만, 초반 대본을 보고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죠"라고 운명처럼 이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작품에 대한 얘기부터 배우로서의 삶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데뷔 6년 차에 쏟아지는 러브콜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신혜선과의 일문일답을 지금 공개한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지금은 엔딩신이요. 희망적인 느낌인 것 같아요. 과하지도 않고 무미건조하지도 않은 적당히 열려있는 느낌이 좋았어요."
-서지안(신혜선)은 흙수저를 대변하는 캐릭터인데, 연기하면서 공감했는지?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감정선인 것 같아요. 지안이보다 더한 상황이냐, 덜한 상황이냐의 차이지. 사회 초년생인 청춘들이 갖는 절망감은 조금씩이나마 겪어왔을 거에요. 엄마아빠 세대도 초년생 경험은 있었을 거고요. 그래서 초반에 지안이가 공감표를 많이 얻지 않았나 싶어요."
-서지안과 아버지(천호진)와의 에피소드도 관전포인트였다. 실제 아버지도 떠오르지 않았나.
"천호진 선생님이 저희 아버지와 닮으셨어요. 그래서 싱크로율이 겹쳐보일 때가 있었죠. 저도 실제로 아버지한테 애교 부리는 살가운 딸은 아니었어요. 엄마한텐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빠한텐 잘 안 되더라고요. 천호진 선생님과 지안이도 그런 관계에요. 서로 표현을 못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대화하지 못하죠. 어느 순간 저희 아빠와 선생님이 겹쳐보여서 어떨 때는 감정이 주체가 안 됐어요. 천호진 선생님이 겉으론 투박해도 속으론 다정한 스타일이신데, 가끔씩 툭 던지는 말에도 정이 느껴져서 속정이 많이 들었죠. 선생님의 무뚝뚝함이 좋아요."
-실제 아버지는 뭐라고 하시던가
"'재미있었어. 잘 봤어'라고 하셨어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지만 '황금빛 내 인생' 촬영하면서 한달 가까이 부모님 얼굴을 많이 못 뵈었어요. 그래도 이 드라마를 하면서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빠한테 제가 '천호진 선생님이 아빠랑 많이 닮아서 힘들어 미치겠어. 너무 슬퍼'라고 하면 아빠는 '뭘 닮아 닮기는'이라고 장난처럼 말씀하셨죠. 엄마, 아빠가 말은 투박하게 하셔도 그 안에서 기뻐하고 계시는 게 느껴져서 울컥했어요."
-아버님이 평소 배우 천호진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하셨는지 궁금하다.
"저희 매니저 오빠가 닮았다고 했어요. '황금빛 내 인생' 하기 전에도 저희 아빠를 보고 천호진 선생님 닮았다고 했거든요. 그랬는데 작품 속 제 아버지로 나오니까 신기했죠. 또 오래 보니까 다른 것 같기도 해요."
-극중 서지안은 아버지와 애틋한데, 실제 신혜선의 부녀사이도 애틋한가?
"잘해드리고 싶은데 잘해드리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차마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마음은 있는 것 같아요. 아빠와 많이 싸우고, 아빠의 한마디에 상처받은 적도 있어서 항상 응어리처럼 가지고 있는 게 있었어요. 아빠가 가지고 있는 응어리가 '황금빛 내 인생' 속 태수(천호진)에게 잘 투영된 것 같아서 너무 가슴 아팠어요."
-박시후와의 호흡은 어땠나
"저는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너무 힘든데, 박시후 오빠는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제 멘탈이 흔들려도 중심을 잡아줘서 고마웠죠."
-지상파 주연 배우로서 성공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
"분량이 월등하게 많다는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요. 조연, 주연을 떠나 어떤 역할이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다 똑같이 잘하고 싶었고 한편으론 부담스러웠어요."
-나는 똑같아도 주변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을 수 있는데.
"딱히 그런 것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거나?) 오히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줬어요. 제가 감정신이 있으면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 스태프들이 귓속말로 얘기를 해요. 같이 집중해주는 느낌이어서 시너지를 얻는 느낌이었죠."
-계속해서 작품을 하는데 힘들진 않나?
"요즘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다 털어내고 리셋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긴 하죠. 그리고 제가 오래 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굳이 쉬기 위해서 작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일주일만 쉬어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2년 정도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외모는?
"전 제 얼굴이 좋아요. 예전엔 더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충분히 만족해요. 피부관리도 열심히 하려고 하죠. 제 얼굴을 좋아하는 분도,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 제 얼굴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 일하면 되는 것 같아요."
-나의 얼굴이 갖는 장점은?
"여러가지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이미지는 풍길 수 있지 않을까요? 각도에 따라서 느낌이 매우 달라서 잘 활용하면 다른 이미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 얼굴이 좋지만 어떨 때는 진짜 못생겼거든요. 근데 또 진짜 예뻐서 마음에 들어요. 평범하게 생겨서 좋아요."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싶은지?
"어떤 배우든 한 번은 이미지에 국한되잖아요. 최대한 먼 미래에 제 이미지가 고정됐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거든요.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앞으로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 30살이 됐는데 30대에 해보고 싶은 일은?
"딱히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그동안 안 해봤던 것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스카이다이빙도 원래대로라면 안했을텐데 새로운 걸 도전해 보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 싶어서 한 거거든요. 그래도 일을 제일 열심히 해야죠."
-신혜선의 20대와 30대를 정리해보자면?
"20대는 사춘기였어요. 감정기복이 이랬다저랬다 했죠. 친구들을 만나면 신났다가 미래를 생각하면 깜깜하고. 저뿐만 아니라 격정적인 기복을 느끼는 나이대잖아요. 30대는 격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내 자리를 잡아가는 시작인 것 같아요. 20대에 사춘기를 느낀 것도 30대의 시작을 위해서가 아닐까요?"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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