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택배기사? 이한열 열사? 그래도 전 ‘강동원’입니다”
기사입력 : 2018.02.14 오전 8:29
사진 : 영화 '골든슬럼버'의 주연배우 강동원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영화 '골든슬럼버'의 주연배우 강동원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심 속 터널 질주, 지독한 냄새가 내 열정 방해”
“헐리우드 진출 설레..마흔 나이, 언제나 노력 中”


영화 개봉을 앞둔 강동원을 만났다. 검정 모자에, 검은 테 안경으로..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올 블랙이다. 언제나 그랬듯 톱 모델 출신다운 큰 키에 이제 곧 마흔을 맞이할 나이인데도, 방부제 미모는 여전하다. 그런 강동원이 택배기사로 분했다. 실제 제 주변엔 저렇게 잘 생긴 분들, ‘없다.’ 영화 속 그가 가진 직업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택배기사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분들이죠.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 택시기사 역할도 했었고요. 극의 흐름상 선량한 모범시민을 대변해주는 역할이라 그랬는지 가슴 뿌듯했어요”라고 강동원이 운을 뗐다. 그가 열연한 영화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은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다.

원 톱이지만, 강동원을 돕는 조력자들이 쟁쟁하다. 먼저, 김성균은 <군도> 당시 친해졌다고 했다. 그 후 연락을 한번도 안 했단다. “제가 추천한 작품을 성균이가 거절했어요. 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걸 하더라고요.(웃음) 이번엔 제가 추천 안하고 기다렸죠. 결국, 촬영하면서 더욱 사이가 돈독해졌답니다, 하하!”

영화 초반 강동원은 또 다른 친구, 윤계상과 대면한다. <범죄도시>의 대세 장첸과 호흡을 맟춘 소감을 물었더니, “차량 내부 장면을 위해 세트 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평소 낮 가림이 많고 말씀도 거의 없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들은 터라, 서로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혹여 제가 말이라도 먼저 걸어 중간에 딱 끊기면 어색할까 봐..그게 너무 두려웠어요.(웃음)”라고 말하며 “그 당시 ‘범죄도시’의 개봉이 한창이라, 머리를 기른 상태에서 만나 스태프들이 이구동성 그 영화 너무 재미있다고 즐거워 했었거든요. 한술 더 떠 제가 현장에서 장난을 좀 치는 편인데, 김대명씨에게 귓속말로 ‘(윤계상 씨에게) 노래 한 곡 해달라’고 전했더니, 결국 대명이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김지운 감독의 <인랑> 촬영에 한창이다. 강동원의 옛 여자친구로 <골든슬럼버>에 등장했던 한효주가 역시나 그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다. 그는 “’골든슬럼버’에서 만나는 지점이 거의 없었죠. 효주씨는 이틀 찍고 추가촬영 한번 한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래서, ‘인랑’을 통해 새로운 만남이 보여질 겁니다. 성균과 대명은 각각 5일 찍었고요”라고 말하다가, 문득 자신과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긴 호흡을 보여주었던 배우 김의성을 언급했다. “얼마 전, 선배님이 ‘단톡방’에 월드스타 성룡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사진을 보여 주셨죠. 최근 김의성이란 이름을 검색하니 ‘성룡 화봉송’이 떴다고 말하면서 ‘오늘도 나, 열심히 해서 더 유명해져야겠다’라고 해 절 녹다운을 시키더라고요, 하하하!”

서울 홍제천과 성수대교 인근까지, 터널 구석구석을 돌며 냄새와의 사투를 벌였던 강동원. “너무 더러웠어요. 죽은 쥐는 물론, 역겨운 오물 냄새가 진동했고요. 게다가 곳곳에 고인 물 때문에 대사를 하는 데 잘 들리지가 않았죠. 스태프들이 마련해준 산소호흡기를 대고 연기를 했는데, 전혀 도움도 안되었고..다행인건 부패가 심한 여름보다 겨울에 촬영했기에 무사히 그 장면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신촌로터리 한복판을 배경으로 씽씽 지나다니는 차들 사이에서 별다른 통제 없이 맨홀을 통해 빠져 나오는 장면을 용기 있게 소화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의 커다란 폭발 장면은 영화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장면을 위해 감독과 배우는 “단 한 번”이란 기회로 숨가쁘게 호흡을 가다듬고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단다. “다만, 그 폭발음이 너무 센 나머지 미리 짜둔 동선이 흐트러져 프레임 밖으로 제 모습이 살짝 밀린 것이 좀 아쉽네요”라고 말한 강동원은 “마치 테러라도 난 듯, 청와대 경호실에서 직접 전화가 왔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살린 것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또박또박 입으로 재현했다.

작년 말 개봉해 7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1987>에서 강동원은 특별출연 해 그 의미를 더했다. “워낙 장준환 감독과 오랜 인연이었고, 제일 먼저 시나리오도 받았죠. 원래 다른 이야기를 주제로 감독님과 함께 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1987’로 출연하게 될 줄은..제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현실이니까, 며칠간 공부를 했어요”라고. 영화 <1987>에 대해 물어본 건, 다름 아닌 그 역사 속 인물(이한열 열사)을 강동원이 맡으니 언론/배급시사회는 물론, 일반 관객들마저 탄성 소리를 냈으니 말이다. “(웃음) 그런 반응을 직접 들으니 너무 궁금할 수 밖에요. 그래서, 기대감을 품고 관객들 몰래 극장엘 가봤는데, 오히려 제가 갔을 때 반응이 미미하면 어쩌지란 걱정이 더 들더군요. 반면, 극의 긴장감과 개연성에 방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한 것도 있었고요.”

장준환 감독과 머리를 짜며 마스크를 쓰고 나오면 어떨까 싶었지만, 그 또한 실패하고 말았다고 회상했던 강동원. 이처럼 그는 의미가 있고 좋은 선택이라고 하면 손해는 필히 감수한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골든슬럼버’에서도 제가 평소에도 말하던 ‘손해 보면 어때? 선택을 하라고’란 대사가 나와요. 저를 감싸고 있는 주변 좋은 분들의 영향 때문에 저 또한 그렇게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사진 : 영화 '골든슬럼버'의 김건우(강동원) 캐릭터 포스터

사진 : 영화 '골든슬럼버'의 김건우(강동원) 캐릭터 포스터

영화 <골든슬럼버>를 통해 ‘휴머니즘’이란 미덕을 강조하고 싶었다던 배우 강동원. “평범했던 보통사람이 억울한 사고를 당했을 때, 힘이 없어 복수마저 할 수 없었던 상황이고, 피의자의 주체로 모르고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그런 걸 통쾌하게 꿰뚫어주는 작품이 ‘골든슬럼버’입니다.”라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곧 헐리우드 진출작인 <쓰나미 LA>의 촬영을 위해 잠시 떠날 준비를 한다고 했다. “요즘 영어공부에 푹 빠졌죠. 필히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웃음) 해마다 두 작품 이상은 꼭 선보일 생각은 변함 없어요. 올해도 그걸 꼭 이루는 게 목표랍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설 연휴 개봉을 앞둔 <골든슬럼버>의 경쟁작(조선명탐정 흥부 블랙 팬서 등)이 굉장하다고 했다. 그는 “전 언제나 경쟁 속에서 버텨왔어요. 선의의 경쟁은 언제나 좋은 것이죠. 장르가 제각각 달라 선택의 폭도 넓어지니 좋습니다.”라고.

영화 속 친구들과 과거 밴드시절 연주 장면을 위해 비틀즈의 ‘골든슬럼버’를 수 백 차례 연습을 했다는 배우 강동원. “배우니까, 역할을 위해 뭐든 다 할 자신이 있어요. IS(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있는 곳을 빼곤 전 세계 어디에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한다면 날아갈 용기, 있고요. 또, 박경림씨가 영화 홍보를 하면서 제게 ‘내 마음속에 저장’은 제발, 안 시켰으면 해요.(웃음) 앞으론 제 나이에 걸맞게 귀여움? 보다는 성숙함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길 원합니다.”

강동원의 열정이 빛난 영화 <골든슬럼버>는 2월 14일(오늘) 개봉한다. 

글 더스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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