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백진희 "자신없는 작품, 안 해야…모두에게 민폐"
기사입력 : 2018.02.03 오전 9:02
백진희 인터뷰 / 사진: 제이와이드 제공

백진희 인터뷰 / 사진: 제이와이드 제공


[인터뷰②에 이어] 데뷔 10년 차인 배우 백진희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저글러스'를 통해 '로코퀸' 타이틀을 달았다.


'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다. 극중 백진희는 사랑스러운 최고의 서포터 좌윤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저글러스' 종영 인터뷰에서 백진희는 "로코를 하고 싶었어요. 언제가 기회가 왔을 때 잘 해내고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죠. 작가님께서 윤이 캐릭터를 놓지 않고 써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로코를 몇 번 해본 줄 알았다) 그동안 어둡고 사연 많은 캐릭터를 주로 했었죠.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거나 동생이 살해당했거나 하는 그런 역할이요"라며 미소 지었다. 다음은 백진희와의 일문일답.



-좌윤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웠거나, 좋았던 점은?
"저는 평탄한 삶을 살았어요. 유복하진 않았지만 아쉬움 없이 자라서 사연 있는 캐릭터를 공감하고 그 인물이 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죠. 좌윤이는 저와 닮은 점도 많았고, 제 안에 있는 부분을 표현하면 되는 친구여서 어려움보다는 신났던 것 같아요."


-연기한 지 10년이 됐는데 어떤가?
"'저글러스' 하기 전에는 무서움이 더 컸어요. 재미가 40, 무서움이 60이었죠. 카메라가 무서운 장비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됐어요. 떨고 있는지, 가짜인지 다 포착하잖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사한 게 대본을 보고 10개를 준비하면 10개 이상을 하게끔 만들어 주셨어요. 예전에는 눈치 보고 5개도 못하고 가서 아쉬웠거든요. 의견도 마음껏 얘기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책임감 있는 성격인 것 같다.
"어렸을 땐 몰랐어요. 시키니까 하고, 각자 할 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한작품이 방송되기까지 많은 사람이 공들이고, 작가님은 몇 년에 걸쳐서 작품 하나를 선보이시잖아요. 만약 잘 소화할 능력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 작가님, 드라마를 위하는 100명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요."


-대본을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위주로 선택하나?
"그랬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오만과 편견'은 큰 도전이었죠. 장르물은 배우가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걸 끝나고 나서 알았어요. 전문직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그 드라마를 하기에는 제가 어렸고,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시작하긴 했지만 저를 잘 지키지 못해서 결과가 안 좋았던 적도 있었죠."


-필모를 보면 쉬지 않고 일하는 편이다.
"체력이 좋고 힘든 걸 잘 참아요. 좌윤이와 비슷하게 사람한테도 잘 맞추는 편이에요. 주변 사람한테 영향을 받지만 잘 맞추는 그런 스타일이요. 그래서 꾸준히 열심히 왔는데 아쉬움이 있었죠. 작품은 하는데 연기력은 올라가지 않고, 완성도 있게 끝난 적도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번 작품을 하기 전에는 약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감정 소모가 큰 드라마인 '금사월'을 끝나고 지치기도 했어요. 사월이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못 얻어서 막판에 외면당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굉장히 아픈 작품이었죠.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러고 나서 좋은 작품으로 이겨내고 싶어서 하고 싶은 작품의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분이 선택돼서 공백이 길어졌죠. 그리고서 '미씽나인'을 했는데 안타깝게 끝나서 그 이후 10개월 동안 재충전하려고 노력했어요. 여행하며 많이 보고 느끼려고 했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좋은 기운을 쓰는 배우가 될 것 같아서 그러려고 노력했어요."


-어렵게 만난 '저글러스'는 백진희에게 어떤 작품인가?
"저의 대표작이 된 것 같아요. 밖에 나가면 '하이킥'의 진희로, '기황후'의 타나실리로, 사월이로 불렸는데 이제는 '저글러스'로 불려요. 이렇게 제 피부로 와닿는 대표작이 돼가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하이킥'으로 중반에는 '기황후'로 후반에는 '저글러스'를 만나면서 성실하려고 했고 저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말 감사하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나?
"딱히 푸는 법은 없고, 그냥 일상에서 풀리는 것 같아요. 평소대로 살아가는 거죠. 제시간에 자고, 제시간에 일어나고 맛있는 걸 먹고 그래요. 아! 예쁜 옷 사서 입고 나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가는데도 없지만 네일아트를 하고, 코트와 목걸이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들어오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에요."


-차기작에서 만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따뜻하고 밝은 드라마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좋은 기운이 시청자께 전달되는 것 같아서 밝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공효진 선배가 나오는 작품은 다 봤어요. 제가 김예원 언니랑 친한데 공효진 언니랑 '질투의 화신' 이후에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멀리서라도 바라보고 싶어요. 영화 <미씽>에서는 완전 다른 느낌이셨잖아요. 한계가 없는 배우 같아요."


-취미가 있나?
"제 일과는 일어나서 청소하고, 운동하고, 밥 해 먹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다가 자는 정도에요. 친구를 가끔 만나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꽃꽂이와 도예를 했었어요. 그릇은 만들어보니까 사는 게 더 좋고, 꽃은 예쁜데 버릴 때 마음이 아파서 하다가 그만뒀어요."


-이번 설 연휴는 어떻게 보내나?
"설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이에요. 항상 설 때 일을 해서 설날에 오랜만에 가는 것 같아요. 겨울엔 작품을 했거든요."


-2018년 올 한 해 계획은?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여행도 다니고, 발목치료도 하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싶어요. 아마 길지 않은 시점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좋은 에너지를 쏟고 싶어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차기작을 하고 싶어요."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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