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윤현민 "야구 그만두고 불효…지금은 살가운 아들"
기사입력 : 2017.12.17 오전 11:00
윤현민 인터뷰 / 사진: 제이에스픽쳐스 제공

윤현민 인터뷰 / 사진: 제이에스픽쳐스 제공


배우 윤현민이 KBS 드라마 '마녀의 법정'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중 윤현민은 소아정신과 의사 출신 초임 검사 '여진욱' 역을 맡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여진욱은 오롯이 피해자를 위해 힘쓰는 묵직한 검사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마이듬 검사와는 상반된 인물이다.


오전 인터뷰인데도 일찍 도착한 윤현민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먼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신중한 답변을 이어나가던 윤현민은 "남성적인 캐릭터를 주로 해오다가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할 때처럼 느린 말투로 연기할 수 있고, 자신과 근접해 있는 점이 많아서 편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마녀의 법정'을 끝낸 소감?
"올해 감사한 일이 많이 생겼다. '터널'에 이어 '마녀의 법정'까지 연달아 잘 된 건 운이 정말 좋았다. 작품이 끝나고 아시아투어를 갈 수 있게 된 것도 말도 안되지만 감사한 일이다. '터널' 마지막회 마지막신을 터널 안에서 찍었는데 끝나고 "오케이" 소리가 나자마자 눈물이 났다. 고생도 많이 했고 OCN 최고 시청률을 찍어서 우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서 감독님과 끌어안고 울었다. '마녀의 법정' 끝나고도 울컥했던 게 기대를 못했던 작품인데 운이 따라준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어떤 점에서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나?
"타사에서 로코가 방송됐고, 우리는 드라마에서 처음 제작되는 이야기라서 '시청자를 한발짝 물러나게 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시국이 시국이어서 모두 스트레스받고, 일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드라마는 밝고 아름다운 로코를 더 선호할 거라는 고민도 있었다. 다행히 시청자께서 시청해 주시고 같이 공분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올해 했던 '터널'과 '마녀의 법정'이 흥행하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필모를 봤을 때 배우로서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본을 4부까지 읽을 때 잘 읽히는 작품이 재미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한다. 스토리가 좋아서 잘 읽히는 게 있고,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캐릭터가 좋으면 어떤 이야기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캐릭터 위주로 대본을 본다."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공중파 첫 메인이기도 하고, 중요한 작품인 거 알지?'라고 부담을 줘서 몸이 딱딱하게 굳으려고 하더라. 며칠 고민했는데 저한테는 모든 작품이 중요했다. 이 작품을 소화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은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매 작품 소중해서 작품의 순위를 매길 수 없게 됐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은 '무정도시'다. '무정도시' 이후로 일을 쉬지 않고 했다. 그 전에는 오디션을 수십번 봐도 떨어져서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할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났고 그 뒤로 작품이 들어와서 내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데뷔 7년차를 맞았는데 이전에는 야구선수의 삶을 살았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숙소 생활을 해서 그때는 오로지 야구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야구는 제 인생의 가장 큰 실패였다. 운도 좋았고, 몸도 건강했고, 성적도 좋아서 최고라는 프로에 갔는데 막상 프로 무대에 서니깐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1년이 지날 때마다 주눅이 들게 됐다. 그러다보니 부상도 오고,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도 없었다."


"선수생활 마지막에 본 뮤지컬의 잔상이 오래 남아서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연봉을 받았을 때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는데, 이제는 당연히 연봉도 없고 부모님께 손 벌리는게 쑥스러워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 수업을 다니곤 했다. 실패를 해가면서 30살이 넘어가니까 이제야 뭔지 알겠더라. 목표만 높아서 과정은 생각 안했던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할 때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됐을 때 이름을 알리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싶었다. 인기있는 유명 연예인이 꿈이 아니라, 평생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느리지만 평생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보다 빨리 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긴 하다."


-지금 그라운드를 보면 어떤가?
"여전히 야구 중계를 보면 심장이 뛰는 건 있다. '그라운드에서 한번 휘저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직업을 바꿨으니 미련은 없다."


-어머니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라고 했는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끼를 살려 연예계에 입문한 것 같다. 부모님은 아들이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나.
"야구를 관둔다고 했을 때 집에 큰 불효를 했다. 10년 넘게 뒷바라지만 하다가 겨우 프로에 갔는데 오래 못하고 관둔다고 하니까 속상하셨을 것 같다. 연기한다고 했을 때는 기가 찼다고 하셨다. 지금은 밥벌이하니까 괜찮지만, 힘든 생활을 겪었으면 집안에 짐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뜨끔했다. 다행히 지금은 좋아해 주시고, 처음 공연에 초대했을 때도 기뻐하셨다."


-부모님한테는 살가운 편인가?
"집단생활을 오래 해서 무뚝뚝한 면이 있다. 어머니한테도 밥 먹으러 가자고 한 지 얼마 안 됐다. 살갑게 하려고 바뀌는 과정인 것 같다. 최근에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엄마가 되게 좋아하셨다. 저보다는 형이 부모님께 더 잘하는 것 같다."


-야구선수에서 배우로 직업을 바꾸면서 인생이 바뀌는 건데 인생의 큰 결정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그 순간이 25~26살에 왔는데 고민하진 않았다. 30살에 왔으면 소름이 돋는다. 만약 30살에 왔다면 야구를 관두지 못했을 것 같다. 어떻게든 선수생활을 해보려고 재활했을 것 같다. 어려서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데 과감했다. 나이가 들고 생각이 많아지면 큰 결정을 못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풍파가 와서 다행인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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