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침묵'의 배우 박신혜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스’ 촬영 중에 ‘침묵’ 제안을 받았죠. ‘은교’를 보고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의 변화에 매료되어 시나리오도 안보고 곧바로 감독님을 만났어요. 감독님의 연출력도 기대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존경했던 최민식 선배님과의 호흡이 가장 궁금했죠. 이 작품을 놓치면 그 분을 또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침묵>의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신혜를 만났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그녀가 선택한 <침묵>. 극 중 변호사인 최희정 역을 맡아, 재력가인 임태산 역의 최민식과 한 사건을 두고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친 박신혜는 최민식의 첫인상에 대해 “카리스마 넘치신 건 당연한데, 첫 미팅 때부터 무척 설렌 표정을 하셨죠. 절 만나 그러신 게 아니라 하늬 언니와 진한(!) 멜로 연기를 한다는 것에 말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신혜는 <침묵>이란 영화가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많이 달라요. 디테일 하게 읽는 거 보단 작품에 임하기 전 촬영장의 분위기나 톤만 느끼려고 노력했고요. 초임 변호사란 입장에서 위기 상황에 놓여져 있는 희정의 무기력함, 압박감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제 연기의 포인트였던 거 같아요. 극 중 변호사란 직업은 이를 돕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고요.”
<침묵>을 촬영하면서 박신혜는 정지우 감독의 <4등>(2015)을 봤단다. “’은교’가 동화라면, ‘4등’은 굉장히 현실적이죠. 사회적 이슈를 담은 내용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편이라 그런지 더욱 몰두를 하며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러한 정지우 감독에 대한 박신혜의 신뢰감은 현장에서는 분석 그 자체. 촬영을 거듭할수록 희정이란 역할에 몰두하며 등장하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거침없이 척척 맞았단다. “유나(이하늬)가 임미라(이수경)와 화장실에서 살벌하게 다투는 장면을 볼 때면 마음속으로 박수가 나왔어요. 특히, 수경이는 평소 아기 같아 장난끼도 많았는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돌변했거든요. 몰입감이 상당했죠. 류준열 오빠는 워낙 스폰지 같은 배우라, 현장에서 제가 연기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으면 서슴없이 들어주고 고민도 덜어주었죠. 법정에서의 하이라이트 장면의 주요인물이었던 정승길(조한철)도 긴장감의 연속으로 몰아주는 데 공이 컸어요. 그래서인지, 다들 모였다 하면 명절 느낌의 ‘한 가족’이 된 거죠.”라고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박신혜는 아역배우 출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그런 그녀에게도 숱한 인생의 곡선이 있었을 것. ”요즘 방송을 보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한편으론, ‘내 자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란 불안감도 생긴 게 사실이고요. 특히, 아역출신 후배들을 보면 대견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연기하는 것이 즐겁게 시작했는데, 그게 곧 직업이 되어 버리니까. 거기서 오는 압박감이 그들을 가둔다고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거든요. 김유정, 김소현, 진지희 등 다들 너무나 예쁘게 성장하고 있고, 잘 버텨주는 거 보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연예인이란 게 늘 노출되어 있고, 수 많은 악플러와 전쟁을 해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걸 또 견딜 수 있는 게 팬들의 응원 덕이라 함께 잘 이겨 낼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냐, 배우냐를 두고 박신혜는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 지 궁금했다. 그는 “’닥터스’도 한류 팬들을 겨냥해서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작품마다 남자 주인공들이 워낙 팬 층이 두터웠고..그래서인지 한류드라마로 잘 풀어진 거 같거든요. 제 의도는 전혀 아니랍니다.(웃음)”라며 “’침묵’에선 변호사로, ‘닥터스’에선 의사로 분했지만, 90년대 ‘종합병원’ 시절에나 여의사가 드물었지, 요즘엔 여성 전문직이 많잖아요. 그만큼 시대가 변하면 콘텐츠도 다양하게, 저란 배우도 여러 삶을 통해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라고 소신껏 답했다.
박신혜는 2년전 매니저, 코디 없이도 없이 혼자 이탈리아 여행을 훌쩍 떠난 추억이 아주 좋았다고 회상하며 “3주간 다녀왔는데, 현지에서 배낭 여행하는 대학생들과 어울려 맥주도 마시고, 가이드와도 친해지고요. 연기 아닌 각각의 삶을 추구하는 그들과 함께 먼 나라에서 숨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국내 친구들과도 틈만 나면 수다를 떨며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하고요.(웃음) 연기를 하면서도 늘 새로운 경험에 대해 두려워 하지 말자는 게 제 신조랍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 <침묵>에서의 변호사 최희정도 자신의 삶의 하나로 여기고 최선을 다했다는 박신혜. 아역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그녀의 20대 무르익은 열정을 확인하려면 11월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한국영화
,
침묵
,
박신혜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