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에픽하이를 보며 꿈을 꾼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기사입력 : 2017.10.25 오전 8:50
에픽하이 인터뷰 / 사진: YG 제공

에픽하이 인터뷰 / 사진: YG 제공


누군가 나에게 '에픽하이의 음악이 왜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노래가 전하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는 남녀노소, 메이저와 마이너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는 그룹이다. 지금은 '믿고 듣는' 에픽하이가 됐지만, 에픽하이가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에픽하이는 2003년 'Map of The Human Soul'을 발매하며 데뷔했다. 타이틀곡은 'Remember'로,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는 사실 아니다. 에픽하이의 이름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평화의날'(2집 High Society 타이틀곡)부터였다.


이어 발매한 'FLY'(3집 Swan Songs 타이틀곡)를 시작으로, 발매하는 앨범들이 히트했고, 에픽하이는 '믿고 듣는 음악'을 하는 그룹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이들은 '꽃길'을 걷기는 커녕, '가시밭길'을 걸었다. 타블로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타진요'의 존재,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후에는 '색깔을 잃었다'는 혹평도 있었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에픽하이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갔다. 그 결과, 긴 공백기를 보내고 돌아와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에픽하이의 음악이 나온다면 찾아듣게 만드는 그룹이 되었다. 에픽하이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음원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기록할 정도로 거의 모든 수록곡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종완(넬)과 협업한 '개화'가 눈에 들어온다. 타블로가 작사 및 작곡한 '개화'는 분명 위로를 전하는 내용인데, '나처럼 되지만 않으면 돼'라는 가사가 있어 아프게 느껴진다.


타블로는 "그 노래 가사는 제 마음을 곧이곧대로 담은 곡이다"면서 "바탕이 된 생각은 후배들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듣고 꿈을 꾸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이 에픽하이 'FLY'를 듣고 꿈을 꿨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항상 그게 뇌리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친구 뿐만 아니라, (최근) 연습생을 하는 친구들도 나오고 꿈을 꾸고 도전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주로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는 긍정적인 편인데, 제가 저를 보고 꿈을 꾸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저라서 좋은 이야기만 해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걷는다면, 상처를 받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더 위로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타블로는 "앞에 제가 '마이 차일드, 내가 걸어온 길'이라고 하는데 저희 아이들이 커서 제가 걸은 길을 걷게 된다면 이 노래를 들려줄 것 같다. 저는 제가 이 일을 해서 저희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개화'에서 그런 가사를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에 대한 죄책감이 굉장히 크다. '개화'의 내용이 슬픈 조언같이 들리는 것 같기는 하다"며 말을 마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타블로는 "에픽에 하이를 붙였을 때, 높이 비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생각할 때 '하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로우'를 경험해 봐야 하는 것 같다. 저희가 쭉 행복했던 그룹이 아니고, 하이-로우를 오간다. 그래서 '하이'에 대한 감사함이 남다르다"면서 다시금 에픽하이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이렇게 탄생된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시간이 무려 14년이다. 긴 세월을 보내며 에픽하이 멤버들은 누군가의 남편이 됐고, 아빠가 됐다. 많은 세월이 지난 만큼, 변할 법도 한데 에픽하이의 음악도 서로를 대하는 태도도 변함이 없다. 에픽하이는 친구 같은 관계를 오래가는 비결로 꼽으며 "같이 있어야 뭐라도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해 겸손한 태도 또한, 에픽하이의 롱런 비결인 것 같다. YG 내에서 에픽하이의 존재감(?)에 대해 묻자 에픽하이는 "저희는 뭐 '등'이죠"라면서 "그 질문을 스스로 한다. 잘난 사람이 정말 많다"면서 "특히 가장 바쁜 분이 양현석 회장님이다. 상사 같은 느낌이 아니라, 동료 연예인 같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다. 꼭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록 와닿는 말이 많았다.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이 좋은 성과를 얻은 것과 관련해 "다음에도 음악해도 되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다음에도 에픽하이의 음악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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