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 인터뷰 / 사진: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②에서 계속] '쌈, 마이웨이' 송하윤이 설희로 살았던 시간을 아주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백설희가 송하윤인 것처럼, 송하윤이 백설희인 것처럼 인터뷰하는 시간마저도 송하윤은 백설희로 1시간을 채웠다.
송하윤은 지난 11일 종영한 KBS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에서 주만(안재홍)과 6년째 열애 중인 홈쇼핑 상담원 백설희 역을 맡아 순애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극중 설희와 오랜 연애를 이어오던 주만은 금수저 인턴 예진(표예진)의 적극 애정공세에 흔들리고, 이로 인해 헤어진 두 사람은 결국 재회한다.
세상이 원하는 화려한 스펙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백설희를 송하윤은 흔들리는 눈망울로 섬세한 행동으로 연기했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다 결국엔 회사를 멋있게 박차고 나온 설희는 매실액 CEO로 우뚝 선다. "설희의 세상이었던 주만"을 위해 살아온 설희가 드디어 그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모습에 시청자는 공감했고, 설희에 온 마음을 다해 응원했다.
"설희를 연기하면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없었어요. 설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라고 말하는 송하윤과의 일문일답을 지금 공개한다.
-14년 차 배우인데 이번에 제대로 인생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
"인생캐릭터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배우 생활을 오래 하긴 했지만, 많이 하진 못했어요. 기회도 없었고 아직 못 해본 역할도 많아요. 저는 인지도나 인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며 '난 언제 가지?'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어서 무언가를 얻고자 이 직업을 택하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연기자가 된 이유는?
"나는 감수성이 남들과 달라서 내 감성을 다른 쪽으로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죠. 지금도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작품을 선택하지 않아요. 인지도를 높이고, 잘 돼야 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래서 인생캐릭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 드라마를 보는 분들께 좋은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쌈, 마이웨이'는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작가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모두를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보조 출연할 때 연기를 그만두고 싶기도 했나?
"많았죠. 늘 있었죠. 연예인이어서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그래요. 매일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단지 저는 직업이 다를 뿐이지 가진 고민은 똑같아요."
-앞으로 욕심나는 배역은?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해보고 싶어요. 못 해봤던 거요. 오디션도 천 번은 떨어졌던 것 같아요. 14년 동안 얼마나 오디션을 많이 봤겠어요. 울고불고 매달렸는데도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계속 떨어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하나로 단정 짓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애라(김지원 분) 캐릭터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어요. 세상에 치이고 끊임없이 실패하잖아요. 사회에서 겪는 고충이 대본 안에 모두 담겨 있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저는 작가 선생님의 글을 너무 사랑해요. 마지막 16회 대본을 받고 다 읽고 난 후에 대본을 덮을 때 큰 위로를 받았어요."
-송하윤이 생각하는 '청춘'은?
"'괜찮아, 우린 잘하고 있어!' 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굉장히 행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고민하다가도 그 고민을 두고 살짝 떨어져서 보면 고민할 일이 아닐 때도 있어요. 생각이 병을 키운대요. 조금 더 두고 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괜찮아요. 생각한 것보다 잘살고 있고요. 우리 드라마 느낌이 그랬어요. 느낌이 좀 달랐어요."
-세상 모든 설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네가 하는 사랑이 맞아. 확실하다면 후회도, 아픔도 자기 몫이거든요. 내가 하는 사랑이 맞을 거예요. 설희를 연기할 때도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주만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밖에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