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프듀2’ PD “데뷔 전 11명 그림,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사입력 : 2017.06.29 오전 9:14
사진: '프로듀스 101 시즌2' 공식 페이스북

사진: '프로듀스 101 시즌2' 공식 페이스북


[인터뷰①에 이어]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뽑은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 최종 11인에 오른 멤버들은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약 1년간 활동했고, 시즌2 최종 11인에 오른 멤버들은 보이그룹 '워너원'으로 약 2년간 활동한다.


신인 발굴부터 기획까지 국민 프로듀서의 손길로 완성된 그룹이기에 이제 막 날개를 편 '워너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논란과 화제 속에 종영한 '프로듀스 101' 시즌1,2를 연출한 안준영PD를 CJ E&M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만났다.


-'프로듀스 101 시즌1'(이하 프듀1)에 이어 '시즌2'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어떤 점을 보완하셨나요?
“생방송에 20위까지 진출한 것이겠죠. 시즌1이 끝나고 나서 메인작가와 몇몇 제작진이 생방송이 끝나고 했던 얘기는 ‘22명이 한 곡을 하면 안 되겠다’였어요. 최소 두 곡 내지는 세네 곡을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죠. 두 곡을 하려면 22명이 두 번해야 되나 싶었지만, 우리 프로가 11명이 데뷔하는 프로이기 때문에 사전에 11명의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댄싱9’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9:9 대결해서 이긴 팀이 데뷔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생방송 당일에만 보는 분들도 배려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착각은 불러일으키진 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놨다가 올 초 디테일하게 정하고 플랜A부터 C까지 만들고, 상황에 맞춰 적용했고요.”


-최종 데뷔조를 뽑는 생방송에서 순위 발표식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사실 20인컷도 처음부터 기획한 거였어요. 마치 짤려고 해도 그렇게 짤 수 없을 정도로 상위권이었던 라이관린이 20인에 들어가 있었을 뿐이었죠. 기자들도 저한테 ‘라이관린이 20등이라서 20위까지 잘랐냐’고 물어봤는데, 그랬다면 22위까지 잘라도 됐을 거에요. 처음부터 20인까지라고 정해놨기 때문에 저랑 작가는 관린이가 20등한 것에 대한 논란이 또 나오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방송을 만드는 입장에선 운이 좋았죠.”


-마지막 생방송 때 11등을 4분할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작년에도 순위 발표식에서 4분할을 많이 했어요. 4분할로 상위권과 하위권을 많이 보여줬죠. 그런데 11등을 4분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어요. 4분할이 긴장감이 넘치잖아요. 결과적으로 긴장감이 있는 건 확실했고요. 본의 아니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4분할은 미리 계획했던 부분입니다.”



-사실 뉴이스트 김종현은 데뷔 확정 멤버에 가까웠는데, 생방송에서 떨어져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저는 그때 중계차에 있었어요. 해당 시점에 11-14등을 제 옆에 앉은 후배가 보여주는데 ‘또 논란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언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그 의도가 아니었고, 11~14등인 친구들을 공개하는 게 큰 포멧이었습니다.”


“생방송을 남겨놓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게 ‘네가 원하는 11명은 누구야?’였어요. 저는 솔직히 대답 드리는 게 ‘20명 중 누가 돼도 상관없다’였어요. 그 친구들은 이미 인지도도 인기도 있어서 누가 돼도 저는 상관이 없었어요. 시즌1에서는 그러지 못했는데, 시즌2에서는 20명뿐만 아니라, 순위권에 들지 못한 친구들조차도 인기가 많잖아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누가 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자체적인 의견을 드리고 싶어요.”


-앞선 인터뷰에서 ‘아이돌의 매력이 많다고 느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셨나요?
“2년 전에 B1A4 진영군이 콘서트에 초대해줘서 가게 됐어요. 아이돌을 몰랐고, ‘프듀’도 하기 전이었거든요. 진영이가 초대해줬을 때 마침 ‘프듀’를 맡게 돼서 한번 갔는데 그때는 ‘이게 무슨 일이야?’ 빼고는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았어요. 제 앞에 가족이 있었는데 아이돌 콘서트에 가족이 왔다는 게 놀랐죠. 남자 아이돌은 1020 세대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 자녀 1명, 중학생 자녀 1명과 부모님이 함께 오셨더라고요. 부모님은 노래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셨어요. 그 순간이 감명 깊었어요. B1A4가 아이돌인데 한 가족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구나 싶었죠. 팬들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에너지를 주고, 문화생활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저도 ‘프듀1’를 하면서 1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싶었어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타겟층을 설정하는데 저는 좀 더 많은 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그때 B1A4 콘서트에 안 갔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B1A4 진영 군에게 감사해요.”


-‘프로듀스 101’이 "기획사의 A&R(아티스트 앤 래퍼토리) 팀처럼" 신인을 발굴하고,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음악과 안무 등을 만든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국민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탄생시킨 이 시점에서 A&R 팀이 가장 신경써야 할 점과 지양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회사마다 원하는 아이돌상은 다 다른 것 같아요. ‘프듀’가 지향하는 건 ‘대중에게 사랑 받는 아이돌’이에요. 저희가 신곡을 300곡을 받았는데 제작진이 약 3개월 동안 음악을 다 들었어요. 첫 번째로 생각한 건 현존하는 아이돌 그룹, 특정 아이돌의 색깔이 나는 음악은 지양하자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음악이 세련되고 좋아도 대중성 없는 음악, 즉 3040 세대가 들어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특정 세대나 팸덤이 좋아하는 노래보다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려고 노력했죠.”


“아이돌은 음악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가수잖아요. 기획사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각 그룹별 색깔도 모두 다르죠. 저희는 대중성이 1번이었어요. 저는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어요. 이 프로는 대중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드는데 음원차트에서 밤에만 반짝 있는 거면 ‘우리가 잘 못하고 있구나’라는 게 증명될 까봐 음원 순위가 제일 무서웠어요 가장 떨렸던 순간도 음원차트가 공개되는 날이었죠.”


-‘프로듀스 101’을 보면 연습생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응원하게 돼요.
“’시즌1’ 미팅 때 연습생들이 본인들의 얘기를 하는데 모두가 가슴에 멍이 들어있었어요. 학교에서는 ‘너는 춤추고 노래하니까 공부는 안 해도 되잖아’라고 외면 받고, 회사에서는 나이가 어린 직장인의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회사 안에서도 수많은 평가를 통해 데뷔 조에 들어야 하는데, 그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니까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조연출 시절도 떠올랐고요. 제가 입봉을 늦게 한 편이에요. 9년 만에 했는데, 9년차가 되면 입봉하는 게 무서울 정도예요. 넘버2로 남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은데, ‘갑자기 입봉해서 잘 안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고, 미래를 걱정하게 되죠. 이런 코드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나 연습생 시절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공감대를 형성하는 코드가 있다면,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즌1때 제 또래 남성 분들이 ‘4050 세대도 아이오아이를 안다’고 했어요. ‘프듀1’를 보면서 딸과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죠. ‘시즌2’로 오면서 걸그룹은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 받을 수 있지만, 보이그룹은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저는 남자인데도 빅뱅을 좋아하고, 빅뱅이 멋있어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멋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리더쉽을 배우고 자라잖아요. 좋은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번 연습생들도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그게 멋있어 보였던 친구는 (김)종현이었어요. 종현이가 남자가 봐도 반할만큼 멋진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폭넓은 세대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


-앞으로 K-POP 아이돌 산업의 미래는 어떨까요?
“작년부터 아이돌 산업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제가 올해 남자 연습생들과 미팅할 때 ‘당신에게 아이돌이란?’이라고 물었을 때 처음에 어떤 친구가 좀 창피해 했어요. 아이돌이 조금은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아이돌은 우상이라는 의미잖아요. 나의 우상이 아이돌인건데 지금의 10대, 20대 초반이 아이돌을 하니까 한국에서는 '아이돌'이라는 워딩 자체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힙합하는 분들, 밴드음악하는 분들, 발라드하는 분들 만큼 열심히 활동하고, 연습하고 있는데도 몰랐던 것 같아요.”


“H.O.T 이후로 아이돌 산업은 성장해왔고, SM, YG, JYP를 비롯한 다양한 기획사에서 아이돌 산업을 키우려고 일조했고 부단히 노력했죠. 그것을 미디어가 이제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지. 아이돌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던 것 같아요. 미디어는 앞으로 더 많이 주목할 것 같고요. 먹방도 꾸준히 있어왔지만 2-3년 전부터 주목받았잖아요. 지금도 요리 프로는 방영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을 뿐이고요, 다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돌 산업도 마찬가지고요.”


“연습생들의 처우도 좋아진 걸로 알고 있어요. 계약문제도 더 좋아지겠죠. 거기에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던 지난날과 달리, ‘프듀’를 통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유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관심이 더 많아진다면 산업은 더 커질거라고 생각해요. 방탄소년단이 최근 빌보드에 들었는데, 방탄소년단을 롤모델로 하는 후배 그룹들이 나중에 빌보드에 입성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향후 몇년 사이에 빌보드에 K-POP이 당당하게 주류로 자리잡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이번에 비욘세의 ‘Listen’을 쓴 작곡가한테 곡을 받았으니깐요. 이제는 전세계에서 곡을 받으니 장벽도 없죠.”


인터뷰③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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