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권상우 "이순재 선생님 정도는 돼야 롱런 배우 아닌가요?"
기사입력 : 2017.06.08 오전 8:03
사진: 권상우 인터뷰 / 수컴퍼니 제공

사진: 권상우 인터뷰 / 수컴퍼니 제공


[인터뷰②에 이어] 권상우는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하드보일드 열혈형사 완승 역을 맡아 미궁에 빠진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추리물은 사건 배열이나 전개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추리의 여왕'은 마지막까지 특유의 유쾌함으로 사건을 이끌며 '시즌2'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 올렸다.


'추리의 여왕' 종영 인터뷰에서 권상우는 작품 외적인 얘기, 이를테면 연기자인 아내 손태영과 아빠를 쏙 빼닮은 훈훈한 외모로 이목을 끌고 있는 아들 룩희와 딸 리호에 대한 얘기까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기자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적당히 할 거면 서면 보내지 왜 인터뷰를 하겠어요?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게 즐거우니까 인터뷰 하는 거죠."


첫 질문부터 마지막 질문까지 배려심 있는 태도와 유쾌한 분위기로 이끈 권상우와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뛰어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추리의 여왕'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힘이 됐어요. 대박은 아니지만 권상우의 존재감을 재입증한 작품인 것 같아서 2017년을 재밌게 시작했죠. 아마 '말죽거리 잔혹사'를 뛰어넘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제 바람이죠. 앞으로도 모든 작품을 열심히 할 거고, 천만 작품도 하고 싶지만, 관객수 보다도 300만 관객이 보더라도 '캐릭터가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이러한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제까지 해온 작품을 보면 신인 감독이거나 두 번째 작품을 하는 감독이었어요. 이상하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함께한 감독들이 잘 돼서 서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상황이면 더 느끼는 게 많고 즐거울 것 같아요."


-액션하면 권상우잖아요.
"20년 동안 꾸준히 관리해서 체력은 언제든지 유지하고 있어요. 작품 때문에 몸 관리를 하고 음식물 조절을 해 본 적은 없죠. 작정하고 찍은 작품도 없고요. 그런 작품을 만나면 제대로 보여드릴 생각은 있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체력도 좋고, 액션 연기에 욕심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센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촬영 없을 땐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게 습관이에요. 일주일에 5일 정도 운동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몸은 아니죠."


-앞선 인터뷰에서 '주인공에서 내려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어요.
"결혼하면서부터 '누군가의 이상형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총각 배우와는 다른 걸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이 있죠.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열심히 한다 해도 50살까진 못하지 않을까요?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주·조연을 떠나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래도 과거엔 인기가 엄청났잖아요.
"엄청났죠. 일본 가면 엄청났어요. 다른 배우들을 봤을 때 부러운 게 없었죠. 다 해봤으니까요. 지금은 "나 권상우니까"라는 생각도 없고 절박해요. '천국의 계단'할 땐 몰랐는데 시간은 빨리 지나가잖아요. 어린 친구들도 모르겠죠 지금은. 그래도 다 감사한 추억이고, 그 힘 덕분에 중국에서 작품하고, 일본 팬미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추리의 여왕'이 일본에서 방영되는 건 권상우씨 덕분 아닐까요?
"당연하죠. 제가 나오는 데.(웃음) '천국의 계단' 이후로 꾸준히 일본에서 일 년에 두세 번씩 팬미팅해요. 올해는 아직 안 했는데 두세 번 할 것 같아요. 그때만큼 많이 모이진 않지만 젊은 팬들도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덕분에 즐겁고 신기해요. 나이 드신 팬분들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이 방영되니까 여고생 팬들이나 2030대 팬들도 있어요.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을 외국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놀랍죠."


-배우로서의 꿈은 무엇인가요?
"롱런하고 싶어요. (98년도에 데뷔했으니까 이미 롱런하신 거 아닌가요?) 무명 시절도 있었고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순재 선생님 정도는 해야 롱런하는 거죠.(웃음) 신인 때 인터뷰에서 서른 살인가? 마흔 살까지 연기하고 시다고 했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아직 할 게 너무 많고 못다 이룬 게 많아서 치열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 나이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76년생이니까 한국 나이로 올해 42살인데 50살까지는 치열하게 작품 하고 싶고 그 이후에는 가족들과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누릴 거 다 누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상대적인 거죠. 제가 생각할 때 저는 외톨이 배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데뷔가 또래에 비해 늦고,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닌데 운이 좋아서 데뷔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아서 주변의 시기 질투도 많았거든요. 연기 생활하다가 보면 배우들의 흥망성쇠가 보여요. 저는 영화만 하는 배우도 아니니까 영화배우들이 있는 곳에 가면 외톨이죠. 해외 활동도 하고 드라마도 하다 보면 공백기가 생기고, 여러 가지로 외톨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교류하는 배우도 없고 이런 콤플렉스를 갖고 일해요. 단점도 있으니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치열하게 사는 거죠."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영화 두 편 정도 하게 됐어요. '탐정2'가 8일 크랭크인해서 정신없이 찍어야 하고, 그 이후에도 영화를 할 것 같아요. '추리의 여왕'과 '탐정2'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인데 재미있게 본 게 있어서 기다렸다가 하게 될 것 같아요. 아직은 제목도 바뀌어야 할 것 같고 투자 배급 마무리 중이라서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즐겁게 임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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