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김옥빈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악녀’ 시나리오 보고 ‘이건 미쳤다’”
“대부분 액션 홀로 소화..외신 ‘한국액션영화가 다 이러냐’ 감탄”
“’악녀’의 액션연기요? 잘 나와 기분이 좋네요.(웃음) 이 영화를 하면서 고생한 거 생각하니 서럽기도 하고..액션 뿐만 아니라, 숙희의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처절한 복수극을 꿈꾸는 여주인공이 멜로 연기까지. 많은 분들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배우 김옥빈이 하드보일드한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가 출연한 영화 <악녀>는 어린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 분)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어 136개국에 선판매 되는 것은 물론, 미국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문의까지 이어져 큰 화제를 모은 액션 대가 정병길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 개봉(6월 8일)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옥빈. “’악녀’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건 미쳤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액션영화에 대한 갈증도 있었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이 덥석 물었죠.(웃음) 감독님은 한국의 ‘매드맥스’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고, 저 또한 그런 한국적 액션 판타지가 어떻게 표현이 될 지 궁금해 촬영 두 달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몸 만들기에 집중했어요. 하다 보니, 촬영이 연기돼서 결국 석 달 반을 트레이닝에 올인 했죠.”
“이걸 어떻게 합니까?”라고 감독에 대한 신뢰가 의심스러울 즈음, 정병길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조감독이 말했다. “안 되는걸 되게 하는 분입니다.”라고. 그 한마디에 몸을 실어 육탄전을 펼친 장면이 70여명을 여주인공 혼자 난도질(!)하는 첫 장면의 숨막히는 롱테이크 액션 장면이 탄생을 하게 된 것. “칸 상영 이후, 국내 개봉을 위해 감독님께서 6분 정도를 드러낸 거 같아요. 앞서 말한대로 첫 액션 장면의 롱테이크 부분이나, 극 중 숙희와 중상(신하균 분)의 로맨스, 숙희와 현수(성준 분)의 또 다른 로맨스를 말이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최종 완성한 <악녀>에는 숙희의 액션과, 로맨스 뿐만 아니라 모성애까지 관객들의 감성 라인을 자극한다. 김옥빈은 “제 나이가 벌써 서른 한 살이죠.(웃음) 이젠 아이를 가까이 둬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실제 엄마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놓친 부분도 분명 있죠. 그래도 은혜(김연우 분)가 현장에서 절 가장 좋아하고, 장난도 많이 쳐줘서 화기애애하게 촬영을 했어요.”
<박쥐> 이후, 8년 만에, 그것도 멀리 프랑스 칸에서 조우한 박찬욱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김옥빈은 “잘 키운 딸 보듯 박수로 응원해 주셨어요. 하균이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이란 멘트와 함께 말이죠. 제 동생(배우 채서진)도 동행했는데, 칸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함께 느꼈으면 했어요. 그녀는 항상 제게 칭찬만 해주거든요. ‘우리 언니가 짱이다, 최고야!’ 등등요. 그걸 자주 들으면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하하! ”
김옥빈은 이번 칸에서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스턴트맨의 도움 없이 홀로 소화했던 절 두고 대부분의 외신기자들은 ’악녀’에서처럼 차 본넷에 매달려 직접 운전을 해본적이 있냐, 슈팅게임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된 거냐, 오토바이 체이싱 장면이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인데, 한국의 액션영화 스타일이 이처럼 강렬하냐 등등의 질문이 나왔죠. 전 슈팅게임 영감은 오락실에서, 한국의 액션영화는 멋있고 잘 찍는데, 감독님이 특이한 스타일이라고 말했죠. 한 외신기자는 ‘보통 여성이 이러한 액션영화에 등장하면 유연한 편인데, 이 영화에서 숙희는 너무 와일드하고 거친 합을 직접 다 소화한다’고 놀라워 했어요.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극 중 숙희가 사용하는 여러 무기 중 가장 아끼는 것이 바로 ‘도끼’라고 말한 김옥빈. “연습할 땐 쌍검을 가장 잘 다뤘는데, 실제 촬영장에선 유독 도끼에게 손이 착! 하고 감기네요.(웃음) 장면마다 중량이 다른 도끼들을 들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쩌~억! 하고 찍어 내리는 쾌감이…호호호!"
그렇게 숙희의 열혈 상대가 되어준 신하균, 성준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하균 선배님은 제가 데뷔 전부터 팬이었고, 배우로서 제 성장과정을 지켜본 분 중 한 분이시죠. ‘고지전’ 출연 당시에도 선배님은 항상 어른이란 느낌이 들었고요. 지금은 그의 눈빛만 봐도 서로 연기를 어떻게 나눌지 단번에 교류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웃음) 성준 씨는, 악녀 속 밝은 분위기를 담당했죠. 저와 멜로 라인을 구축할 때는 본인 대사가 거의 애드리브였고요. 감독님은 그런 성준씨나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신뢰감을 주셨죠. 단, 제가 하는 액션연기는 워낙 위험 요소가 많다 보니 일일이 꼼꼼히 따지면서 집중하셨던 걸로 기억이 나요.”
김옥빈은 <악녀>로 하여금 앞으로 더 많은 여성캐릭터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했다. “액션을 하면서 폼도 안 나고, 어설프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 작품을 끝내놓고 보니 성취감과 만족감이 최고조에 이르렀거든요. 아쉽게도 ‘청불’이지만, 2백만명은 거뜬히 넘겼으면 좋겠어요.(웃음) 석달 반 훈련한 게 아까워서라도 차기작도 액션영화? 도전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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