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무열, "바른 이미지? 욕 잘 해 캐스팅 된 것"(영화 대립군)
기사입력 : 2017.05.26 오후 2:17
사진 : 배우 김무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사진 : 배우 김무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명사수 곡수죠.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선 단 한번도 활시위를 당겨 보지 못했는데, 그 한(恨)을 이번 작품에서 시원하게 풀었어요. 전통 무예를 공부하신 선생님께 촬영 전부터 현장에서까지 계속 배웠고요, 압축 스티로폼을 가지고 다니며 촬영장을 오가며 활 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유튜브를 보니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 바로 장전해서 쏘는 분도 있더군요, 후훗!"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배우 김무열을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활 쏘기에 가장 능하고 전쟁에 도가 튼 야망이 가득찬 인물을 연기한 그에게 영화 초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우선 분장팀에게 감사드려요.(웃음) 작품 속 캐릭터로 온전하게 보여진다는 게 얼마나 큰 칭찬인지..앞으로 어떤 작품을 맡게 되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게 돼서 영광입니다."


김무열은 대립군의 수장 이정재(토우 역)와 호흡하면서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올로케로 촬영하다보니 힘든 점도 많아, 배우들끼리 화합이 잘 되었죠. 마치 회사와 싸우는 노조위원장과 그를 따르는 동지들과 같은 느낌이랄까. 촬영 후엔 서로를 위로하는 술자리가 있었고요. 누구하나 튀는 사람없이 연기할때는 진지하고 고생담이 늘다보니 이야기거리도 많아져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그가 말한 회사는 극 중 임금을 말하는 것. 그걸 대표한 세자, 광해가 대립군들 사이에 존재했으니 여진구와의 호흡도 궁금했다. "워낙 기대를 했던 동생이죠. 그 나이에 비해 독보적인 배우이기도 하고, 그와 함께 했던 배우들에게 놀랄만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웃음) 진구는 저희 대립군들 뒤에서 항상 기웃거렸어요. 백성이 아닌 왕의 신분으로 아무데서나 앉아 쉴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 같이 놀고 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게만 느껴지더군요. 이밖에도 오광록 김명곤 한재영 박원상 선배님도 연기 환경을 편하게 만들어 주셨고..무엇보다 감독님께선 제 역할을 두고 '대한민국의 흙수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셨어요, 하하!"

작년 4차 촛불집회 당시, 김무열은 <대립군>에서 광해에게 나오라고 울분을 터트리며 소리 지르는 장면을 촬영했단다. 그는 "진심으로 감정이 와 닿았죠. 이게 지금 현실이야, 과거야라고 헷갈릴 정도로 연기하면서 크게 공감을 얻었고요. 제가 맡은 '곡수'란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믿음이 없고, 나라에 대한 불신이 가득찬 인물이라 더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여러모로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인 거 같습니다."


정윤철 감독은 뮤지컬 등 다방면서 활동했던 배우 김무열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욕을 잘하는 것"이었다라고. 김무열은 크게 웃으며 "장진 감독님의 '얼음'이란 연극을 하는 데, 제가 욕쟁이 형사로 등장했거든요. 평소 바르고 착한 이미지인줄 알았던 감독님이 욕을 잘한다며 출연 제안을 줬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널 위한 노래도 썼다'고 한 게 영화 속 창을 하게 된거고..촬영전날 결정을 해 급하게 판소리 선생님을 불러 밤새도록 숙소에 갇혀 전 노래 연습을 하고, 여진구는 춤 연습을..과거 뮤지컬을 하면서도 서양 노래 위주로 불렀는데 이건 분위기가 너무 틀린 거예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현장엔 김명곤 선생님도 계셨는데 왜 제가 창을 했어야 했는지, 하하! 너무나 어렵기로 유명한 '육자베기'를 불렀는데, 약간 알앤비와 같은 장르이기도 했고요. 용기를 내려고 술 한잔 마시고 촬영해도 될 분위기였지만, 결국 물 한 모금 마시고 불러 만든 장면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무열은 또, "이 영화가 '레버넌트'인가요?"라고 감독에게 반문을 했다고. "산 속 촬영이 많아, 새벽 3시에 배우들이 집합하면 2시간동안 분장을 하고, 차로 이동해서 산을 오르면 훌쩍 6시가 되거든요. 전날 술자리를 해도 다음날 산에 1시간 가량 오르면 속옷까지 흠뻑 젖어 절로 술도 다 깨요. 각자 소품과 무기도 직접 지게처럼 짊어지고 올라가니 특훈이 따로 필요없었구요, 당연히 살 찔 틈도 나지 않아 절로 대립군에 몰입하게 되는 거죠.(웃음) 게다가, 현장이란 곳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고..특히, 날씨의 변화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어요. 스토리를 단단하게 이어가면서도 자연경관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하신 감독님이 대단하셨죠. '히말라야'보다 산 장면이 더 많이 나옵니다, 하하하!"

그렇게 온 몸으로 (사극) 체험한 김무열은 이 영화를 통해 진정한 리더쉽이란 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나 태도도 배웠고,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가능성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네요.(웃음) 지금의 대한민국과 너무 닮아 있는 '대립군'이란 영화를 통해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에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냐고 물었다. 김무열은 "사실, 이정재 여진구 두 분이 캐스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부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김무열. 그는 올해 개봉예정인 작품 <머니백>(허준형 감독), 강하늘과 촬영중인 <기억의 밤>(장항준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한편, 김무열이 열연한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다룬다. 5월 31일 대개봉.


글 성진희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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