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여진구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제 역할이 광해인데, 연기할 때 만큼은 그를 버렸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비춰졌던 광해를 전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왕이 가진 용맹함과 비범함 보다는 무능력함과 찌질함을 심어 줬어요, 백성 하나하나를 살필 줄 아닌 광해의 기본 품성은 고이 간직한 채 말이죠, 하하!”
배우 여진구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왕세자로 거듭났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잘 생긴 여진구도 커다란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 감추고 싶은 외적 콤플렉스가 있다고 했다.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적이 있는데, 견디다 못해 긁어 흉터가 남은 자국이 있어요. 클로즈업을 하면 겁이 나죠. 그런 부분은 부각되고 싶지 않네요.”
여진구가 <대립군>을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건, 그런 외적인 스트레스 보다 산 속 ‘가마씬’이었다고. “제가 왕세자라, 극 초반 가마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굉장히 편했죠. 아마 저만 매일 아침마다 가볍게 등산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장에 나온 거 같아요. 절 호위하는 주변 분들에겐 죄송합니다.(웃음) 또, 첫 촬영 때 인상 깊었던 건 이정재 선배님을 비롯한 대립군들의 카리스마에 제 자신이 눌렸어요. 캐릭터에 몰입한 선배님들을 보는 순간 놀라 ‘저 아저씨들이!!!’라고 속으로 외쳤죠. 그 연장선으로 제작보고회 때 이정재 선배님께 “(무서운) 아저씨”라고 한 건데..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라고 적극 해명도 했다.
여진구는 작품에 임할수록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겠다”고 늘 다짐한단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시절 제 연기가 정말 편하고 좋았어요. 그 당시엔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그런걸 못 느낀 거죠. 그래서 편하게 연기했어요. 제 연기를 보면서 막혀있는 느낌, 부족한 느낌은 작품 수가 늘어갈수록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되더군요.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마냥 순수하게 연기를 좋아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립군’ 만큼은 많은 걸 내려 놓고 편하게 임했던 거 같아요.”라고.
그렇게, 배우로서 성장통을 거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놀면서 연기했다”는 어린 고니 역의 드라마 [타짜] 였다고 말한 여진구. 그는 또, “가장 저 다운 작품? 아직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제 목표입니다"라며 "지금 나이 대라면 ‘청춘’물을 좀 더 해보고 싶죠. 멜로는 낯간지러워서요.(웃음) 서투른 사랑이야기 정도로만 표현된다면 좋지만, ‘해를 품은 달’과 같은 로맨틱 멜로는 정말 어색합니다.”라고 말했다.
“잘 먹고, 밝게 웃고, 애교가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상형도 밝힌 여진구는 “다만, 배려심 없고, 예의 없는 건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친구들은 많은데, 아역출신의 공인이라 그런지 부담스러워 소개팅 자리도 주선해주지 않는 듯 해요. 그게 좀 시원섭섭합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특별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박종철 열사 역할을 맡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최근 5.18 기념일도 있었는데, 뭔가 가슴 찡한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덧붙여, 진정한 리더쉽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담은 <대립군>의 배우 여진구는 “생애 첫 투표 자격으로,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도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 도장을 들고 찍으려고 하니 엄청 떨리는 거예요. 제 작은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니까.(웃음) 많은 생각이 스쳐간 값진 경험이었죠. <대립군>이 주는 메시지도 그 순간 절로 떠올랐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여진구는 <대립군>으로 500백 아닌 700백만 공약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관객에 대한 보답은 선배 배우들과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갚겠노라며 “우선, 100만 관객이 들면 가까운 영화관에 찾아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배우 활동중에 부모님께 물질적으로 해드린 것이 있냐고 물었다. “(크게 웃으며) 아, 글쎄요! 제가 돈 관리를 안해서..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은 해드렸죠.”라고 소박하게 웃었다. 그가 열연한 영화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한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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