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이정재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우 이정재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개봉을 앞두고 "99년 '이재수의 난' 이후 가장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현장에 밥차가 못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산 속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이다.(웃음) 밥차가 없으니 촬영하면서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살찔 겨를이 없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제가 연기한 토우가 개인적인 멋스러움을 보였더라면 극 중 상의 탈의를 할 때에도 현장에서 운동을 많이 했을 거다. 하지만, 전란시대의 대립군이 절대적으로 근육질 몸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투 장면도 마찬가지다. 당장 칼이 몸에 들어오는 데, 그걸 피하려면 몸끼리 먼저 부딪쳐야 한다. 그런 몸싸움이 치열했던 (전투) 장면은 실제로 제 의견이 많이 전달되었다"라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연기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정재는 한글로 쓰여진 <대립군>이란 제목의 시나리오를 받고 "대체 누구와 대립한다는 말인가"라고 의아해했단다. 그는 "조선시대 사회상과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잘 풀어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감독님이 직접 써주신 극 중 대사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토우'란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목소리 톤 마저 새롭게 재정비했다는 이정재. "덥수룩한 분위기의 산적도 아니다. 또, 전형적인 사극 톤으로 연기하면 새롭지 않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그만큼 톤 잡는 게 무엇보다 굉장히 어려웠다. 영화의 대부분이 세트 촬영이 아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개방된 곳에서의 제 목소리는 유독 커야만 했다. 전투를 밥먹듯이 하는 역할인데, 거기서 나오는 목소리가 편할리가 있겠는가"라고 웃었다.
과거 <관상>(감독 한재림)의 수양대군 역할로 말타기와 활쏘기가 익숙했던 터라, 크게 어려움은 없을 거 같다고 물었다. 그는 "한 달을 넘게 연습한 게 있다. 산에서 말을 타고 내려오는 건 장검으로 싸우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런 대립군의 든든한 수장이 된 토우는 어린 세자, 광해(여진구 분)의 신변을 보호하는 보디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정재는 여진구에 대해 "그 친구의 풍부한 감성을 뺏어오고 싶다.(웃음)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아주 진중하고, 열정이 대단하다"고 아낌없는 칭찬도 했다.
이정재에게 같은 날 개봉하는 외화 <원더우먼>이 현실 속 대립군이 아닐까 하는 농 섞인 질문도 했다. "(껄껄 웃으며) 신경이 쓰인다. 앞서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도 그렇고..'대립군'도 작은 영화가 아닌데, 상대적으로 위축은 된다"라고. 절친 정우성과 설립한 아티스트 컴퍼니의 경영자로 그런 마인드가 생긴게 아닐까 재차 물었더니, "회사라기 보다는 배우들의 공유를 위한 건전한 모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다. 선후배 사이의 대화를 통해 서로 좋은 선택을 찾고 자 한다. 후배들에게 조언? 시간을 잘 분배해서 썼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준다"며 "작은 시간이라도 잘 써서 배우로서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립군> 속 세자의 모습을 비추어 볼 때, 지금 시대와 잘 어울리는 올바른 '리더상'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이정재는 "함께 하는 거다. 이 영화를 보면 어리고 나약하고 겁많은 왕자가 백성들을 보고 좋은 왕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이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정재 외에도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배수빈 등이 출연한다. 5월 31일 대개봉.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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