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은경, “’특별시민’으로 연기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 떨쳐”
기사입력 : 2017.04.22 오전 7:59
사진 : 배우 심은경 / 쇼박스 제공

사진 : 배우 심은경 / 쇼박스 제공


“너무 기뻤죠. 최민식 곽도원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다니..혹여 제 연기 욕심에 캐릭터가 다치진 않을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게 아닐까 하며 촬영 전 노심초사 했지만, 영화 속 ‘박경’이란 캐릭터는 완벽함, 프로페셔널함 보단 미숙함에서 툭툭 나오는 용기, 그 속에서 피어난 정치에 대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잘 표현해 줄거라 믿었다는 감독님의 신뢰감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잘 마친 거 같아요.’”

심은경이 4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제작 팔레트픽처스)으로 정치에 입문한 열정적인 광고천재 ‘박경’으로 분했다.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배우 최민식과 첫 만남에 대해 “처음 최민식 선배님께 인사를 전할 때 벌벌 떨었죠. 제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좀 살갑게 대하며 다가서야 하는데 더듬거림이 심했어요. 그런 절 보신 선배님이 많이 답답해 하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리 프로덕션이 예상보다 길었는데, 특히 액티비티 리딩 당시엔 대사는 물론 행동까지 신경을 써야 했기에 전날 밤을 꼬박 세워가며 연습했어요. 역시나 제 생각만큼 (연기가) 나와주지 못했죠. 리딩이니까 이해를 많이 해주신 최민식 선배님은 ‘당당하게, 편하게 해라, 소심해 보여!’라며 응원해주셨고, 전 바로 네, 알겠습니다, 네네! 했죠. 막상 촬영장에 가니 선후배 분위기가 아니라, 변종구(최민식)와 박경(심은경)이 되어 버렸어요."

<특별시민>의 첫 장면은 실제 크랭크업 날이기도 했다고. 심은경은 “대사도 당일에 바뀌어서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박경이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니만큼 긴장도 많이 했고요. NG도 많았고 대사도 버벅거렸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엄지 척! 가리키며 가장 큰 칭찬을 해준 장면으로 기억이 납니다.(웃음)”

그렇게 무사히 모든 촬영을 마치고 뒷풀이로 강원도 홍천 MT를 간 심은경은 장기자랑으로 선배 라미란이 활약했던 ‘언니쓰’의 기억을 되살려 분위기를 한껏 띄우다 ‘최민식!!!’이라고 크게 외쳤단다. “다행히 선배님이 술이 과하셔서 잘 넘어 갔어요.(웃음)”라며 “촬영하면서 긴장과 고민의 연속이었는데, 그걸 가족 같은 스태프들이 많이 풀어줬거든요. 그들 아니었으면 행복하고 편하게 촬영할 수 없었을 거 같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선대본부장으로 분한 곽도원과의 호흡도 궁금했다. 심은경은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팬이 되었죠. 실제 검사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궁금했어요.(웃음) 곽 선배님도 연기 조언을 끊임없이 해주셨는데, 특히 저와 대립 각을 이룰 때는 연기적 희열을 느낄 정도였어요.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그런 느낌? 처음이었답니다, 하하!”

영화 속 엔딩 장면을 촬영하면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각성’을 떠올렸다는 그녀는 “그 장면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에, 제가 가진 기량을 전부 쏟았어요. 오죽하면 최민식 선배님이 ‘숨은 쉬고 연기를 해야지!’라고 했을 정도로요. 그 장면을 마치고 나니 마치 좀비처럼 힘없이 축 늘어지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후후!”

이렇게 열정 가득히 <특별시민>의 박경을 소화한 심은경은 인터뷰를 거칠 때 마다 “초심을 잃지 말자”라고 다짐한단다. 이번에도 그녀는 “그런 점에서 절실하게 절 일깨워준 작품이 ‘특별시민’입니다. 예전엔 연기를 잘하는 모습,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서 오는 강박감에 휩싸여 욕심이 넘쳤는데, 이번 작품은 달랐어요. 제 자신을 내려 놓은 거죠”라며 “작품이 잘 안되면 재능이 없는 거냐, 연기를 그만 둬야 하나 등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너무 만족스럽니다.”라고 밝혔다.

심은경은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열띤 ’TV토론’ 장면은 거의 대부분이 애드립이었죠. 전 그걸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이었는데, 그 순간이 실제처럼 느껴져 너무나 재미있었어요.”라고. 그는 이어 “’특별시민’은 정의와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변종구 시장의 권력욕과 비리, 그걸 통해 벌어지는 정치 세계와 주변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도를 담은 영화죠. 국민은 유권자로서 우리의 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치가 우리 삶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 건지를 꼬집는 작품이랍니다. 제가 그리는 미래의 대통령요? 우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더욱 비전있게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심은경은 “이 영화를 시작할 무렵엔 제 스스로 변화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잖아요?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 거보단 재미있게 제 일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하하!”

심은경은 차기작인 <염력>(연상호 감독)의 첫 촬영에 돌입했다. “박정민씨와 첫 장면부터 먹는 걸 찍게 돼 기분이 좋아요.(웃음) ‘특별시민’의 홍보도 게을리 하지 않을 거고요, 당분간 촬영장과 무대인사를 오가며 바쁘게 지낼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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