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별시민’ 최민식, "정계 진출? 그걸 아무나 하나요.."
기사입력 : 2017.04.21 오전 7:59
사진 : 배우 최민식 / 쇼박스 제공

사진 : 배우 최민식 / 쇼박스 제공


“3시간도 훌쩍 넘긴 최종 편집본에서 감독과 저, 배우들 고민이 많았죠. 130분이란 한정된 시간 안에 담아내려고 하기엔 너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합니다.(웃음)”

배우 최민식이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제작 팔레트픽처스)의 시장으로 스크린 컴백했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외국엔 이미 정치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우린 이번이 처음이죠. 배우로서 항상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은 당연한 거라 생각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니 완성된 대본을 받기 위해 멍하니 기다릴 수는 없었죠. 감독과 술자리를 하며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그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찔한 기운으로 촬영에 임했던 거 같아요, 하하!”


영화 속 장면 중 서울 문래동의 한 공장에서 벌어지는 시장 변종구의 격정적인 연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에 최민식은 “너무 더웠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고생이 많았죠. 대사가 워낙 많은 15분짜리 시퀀스였는데, 나중에 모니터링을 해보니 제 연기가 대사 외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나중에 후회하는 것 보단 욕먹을 각오로 재촬영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대사도 많이 걸러냈고요."

최민식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싱크홀 사고 장면이 나오는데 선거본부장과 시장이 둘이서 도시락으로 비싼 스시를 먹는 모습은, 과거 세월호 사건 때 교육부장관의 컵라면 이슈가 도마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려 곽도원과 즉석에서 만들어낸 장면이었거든요. 그런 끔찍한 참사 앞에서 정치인들의 속성, 즉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집어 넣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영화 첫 등장부터 주목 받았다. 다름 아닌,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이하 다듀)와 함께 무대에 오른 것. 극 중 젊은 표심을 얻기 위해 일종의 쇼를 시원하게 보여줬던 그는 “촬영하면서 짬짬이 연습을 했는데, 잘했나요?(웃음)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도 잠시..다듀가 그냥 느낌 나는 대로 움직여보라고 응원해준 것이 다예요, 하하하! 제가 어찌 보면 나이가 있어 그들에겐 꼰대 느낌이라 거리감이 생길까 봐 먼저 다가서려고 했는데, 오히려 ‘형, 왓썹!’하며 반겨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후배 배우들에게도 제가 먼저 말을 건네는 게 요즘 분위기에 맞다고 봅니다, 하하!”


앞서 언급했지만, 영화 속 선거전이 나오면 대중을 설득하는 ‘연설’ 장면이 그 주를 이룬다. 과거 웅변 경험이 있었냐고 최민식에게 물었더니, “제 군 시절에 5월이면 ‘사고예방 강화의 달’이라고 부대 대표로 나가 웅변을 하면 3등까지 10박의 포상휴가를 줬거든요. 무조건 한다고 했죠. 결과는 3등했어요.”라고 군대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또, 시장 최민식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되었지만, 그를 돕는 주변 인물들과의 시너지, 앙상블도 궁금했다. “누가 더 잘 맞고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다만, 제 촬영이 아닌 날에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알고 싶어 다른 배우들의 연기 모니터링을 하며 촬영장을 틈나는 대로 지켰어요. 간식차의 회오리 감자 맛도 일품이거든요. 생맥주와 곁들여 스트레스도 풀고..배우가 뭐 특별히 할게 있나요?(웃음)”

이를 더해 최민식을 촬영장서 즐겁게 해준 또 하나의 캐릭터가 바로 진돗개 ‘해치’다. 최민식은 “시장 옆에서 묵묵히 지켜준 우리 해치요? 진돗개 협회에서 기증할 테니 저더러 키우라고 했어요. 저도 애견을 키우지만, 진돗개는 정말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워야 하거든요. 진짜 식구가 못된 게 너무 아쉽습니다.”라고.

<특별시민>의 최민식에게 연기를 하면서 혹여 정계 진출로의 욕심이 생기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손사래를 치며 “정치인은 공익을 위해 투표로 선택되어진, 보통 직업이 아닙니다. 하나의 권력을 잡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사생결단하는 승부의 세계에 직접 뛰어 들라고요? 전 자질도 없을 뿐더러, 그저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른 투표를 하는 게 제 도리일 뿐이랍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최민식은 영화 <특별시민>이 5월 대선을 앞둔 “투표 장려 영화처럼만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며 “흥행이야 배우로서 당연히 많이 봐주시는 게 좋지만, 그 숫자(관객수)에서 만큼은 자유롭고 싶은 심경”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극 중) 시장으로서 흥행에 대한 공약도 부도수표처럼 남발해서는 안됩니다.(웃음) 권력욕은 없지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욕망은 늘 멈추지 않거든요. 지금도 격정 멜로? 찍어보고 싶고요.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공과 사를 지킬 줄 아는 완급조절을 잘하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최민식을 비롯해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진선규가 열연한 영화 <특별시민>은 오는 4월 26일 개봉한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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