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이준호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2PM 인터뷰 때는 몰랐는데 말씀 잘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돌아온 대답은 "그때는 멤버들이 있어서 말을 많이 하고 싶어도 '네 맞아요' 정도로 답했죠"라며 눈웃음을 짓던 이준호는 살뜰히 취재진을 챙겼다. 미처 몰랐던 이준호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준호는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전했다. 20% 육박하는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김과장'에서 이준호는 중앙지검 범죄 수사부 검사였다가 TQ그룹 박현도(박영규) 회장의 스카우트로 TQ그룹 재무이사에 발탁된 '서율'을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호평일색이었다.
"분량이 초반엔 없을 거라고 얘기하셨어요. 반응이 좋아서 분량이 늘어난 거면 저도 좋은데 정확히 모르겠어요. 나중에 물어보고 싶어요.(웃음)"
'김과장' 초창기 시놉은 시청자가 본 본방송과는 달랐다. 이준호가 맡은 '서율'의 이름도 본래는 '하율'이었고 38세 설정이었다. 이준호가 캐스팅된 후 나이도 32살로 바뀌고, 서율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졌다. 극도 코믹으로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준호는 '먹소'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가 '김과장'에서 먹은 음식의 종류와 횟수에도 관심이 쏠렸고, 나아가 서율이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에도 이목이 쏠렸다.
"캐릭터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았을 때 먹음으로써 궁금증이 생기는 게 좋아요.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아냈잖아요. 쟤 언더커버 아니야? 원래 착한 애 아냐? 제 캐릭터의 행동에 의문을 가져 주시는 게 좋았죠. 나중에 반강제로 언더커버가 되고 의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서율도 성룡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율은 악의 축으로 구분되는 캐릭터들과 함께 각종 악행을 일삼으며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김과장' 속 또 다른 주연들이 시원한 사이다 대사로 답답한 직장인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었다.
"드라마의 톤은 오피스 코믹이었죠. 경리부와 남궁민 선배가 코믹 요소를 담당했는데 저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위치여서 코믹 요소를 가져갈 수 없었어요. 박영규 선배님도 우리는 분위기에 취해서 들뜰 필요 없이 무게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아쉬운 건 개인적으로 저도 다른 배우들처럼 즐겁게 촬영하고 장난치고 싶었는데 계속 누르고 참아야 해서 처음엔 외로웠어요."
결과적으로 이준호는 서율을 '매력 있는 악역'으로 완성했다. 대사에 맛깔스러움을 더하고 풍부한 표정연기와 제스처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섬세한 표현력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에 있음을 그와의 인터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 대사가 '달콤한 인생'을 암시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왜 그런 거에요? 상무님한테 내가 모욕감을 줬나'라는 대사였는데 아예 대놓고 하게 됐죠. '넌 나한테 모욕감을 줬어'(웃음) 악역으로서 무게감을 잡고 있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서율은 허용될 것 같았고 완급 조절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저질렀죠."
지난 1일 방송된 '김과장'에서 서율은 "쓰레기 김성룡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고 선언한 김성룡(남궁민)에게 "이제 성룡이 재밌겠네. 그전까지는 '노잼'이었어"라며 그를 자극했다. 이 대사에 있는 '노잼'은 재미없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다. 이준호는 신조어를 적절히 녹인 이 대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원래는 X노잼이었는데 공영방송 KBS에서 안 된다고 하셔서 X을 묵음으로도 해봤는데 감독님이 '그게 뭐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손으로 '10'을 만들고 말로는 '노잼'이라 하는 걸로 대체했어요. 다행히 놓치지 않고 봐주시더라고요. 욕은 하면 안 되지만, 극단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과감하게 했어요."
tvN '기억'에 이어 '김과장'은 이준호에게 두 번째 드라마 출연작이다. 영화 '감시자들' '스물' 합녀, 칼의 기억'까지 데뷔 5년 차 배우치곤 한 해에 한 작품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야 "주도적인 캐릭터를 만났다"고 했다.
"'감시자들' '스물' 등 이전 작품에서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력, 단역이었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이 캐릭터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여줘야 했죠. 캐릭터를 위해서 한두 달은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지냈고 집에만 있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한 해에 한 작품만 하는 것이 아닌, "공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개인 활동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질문이 나오기 전에 이준호는 소속그룹 2PM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준호는 배우로서나 그룹의 일원으로서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군 입대를 앞둔 택연이 형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 2PM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2PM의 공백기를 줄이려면 개인이 활동할 때 최고가 돼야 하고, 그 안에서 2PM의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게 숙제죠. 그래야 오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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