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날' 천우희, "'곡성'의 강렬한 이미지 벗고 싶었다"
기사입력 : 2017.03.31 오후 4:18
사진: 배우 천우희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배우 천우희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제 기사 댓글 보냐구요? 네, 보면서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팬들 응원 메세지도, 악플도 다 봐요, 하하!"

'초긍정 에너지' 천우희가 순수 영혼을 가진 시각장애인 역할 '미소'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4월 5일 개봉)


3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천우희를 만났다. "어제 시사회에서 제 의상이 과했나요?(웃음) 항상 코디네이터와 상의는 하는데..예전보다 좀 더 어리게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왜 어리고 싶어하는 지 이제서야 알거 같아요"라며 "이날 처음 영화를 봤는데, 편하게 감상하기엔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어요. 편집이나 연기 등등 말이죠."라고 간략한 후기를 전했다.

천우희는 <어느날>로 만난 김남길에 대해 "오빠가 워낙 장난을 잘 쳐요. 현장 분위기도 잘 바꾸고,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거든요. 그게 오빠에게 본 받을 점이죠. 저 또한 남길 오빠와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은 본인이 직접 쓰신 시나리오가 아니어서 그런지 배우들에게 모든 걸 오픈하고 의견을 잘 들어 주셨죠. 처음 시나리오를 건네 받고 제가 고사한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 속 판타지가 가지고 오는 캐릭터에 대한 식상함? 그걸 넘어서게 된 건,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적 색채와 배우 김남길과의 시너지가 기대되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거든요."

'미소'란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천우희는 기존의 캐릭터가 주는 식상함을 최대한 탈피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단다. "쾌활하게 연기 했어요. 조금 더 밝고, 표현력도 풍부하게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칭찬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 제 연기를 보고 마음에 드시면 그저 엄지손가락을 살며시 치켜 올려주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났어요."


전작 <곡성>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일부러 그런 작품들만 고르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물론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죠. 일상적인 데다, 지극히 평범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중요한 건 단 하나, 작품 속 캐릭터가 흥미를 유발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그런 쎈 캐릭터의 이미지를 벗고 싶은 도전도 있었지만, 굳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진 않거든요. 연기를 하다보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곡성>에 이어 <어느날>에도 의상은 줄 곧 하나였다. 이에 천우희는 "하나의 의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심사숙고 했죠. 이 작품에선 환자복이냐, 일상복이냐를 두고 말이죠. 감독님 또한 환자의 영혼이지만, 강수 외에 다른 캐릭터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씀 하셔서 그걸 절충했는데요. 같은 의상을 다섯 벌 정도 사전에 제작을 해놔서 위생상의 문제는 없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천우희는 시각장애인 연기에 대해 "잠깐이라도 흉내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죠. 그게 주는 아닌데, 절 도와주신 선생님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가급적 실제 체험은 멀리 했어요. 이유는 그걸 보고 스스로 더 능숙해질까봐 두려웠던 거죠. 감정선이나 시선처리 등 어려움 없이 현장에서 몰입하며 마무리를 잘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녀는 또, "미소가 코마 상태에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장면도 편한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어요. 숨 조절이나 시선처리 등 쉽지 않았죠."라고 덧붙였다.

장르불문 배우라지만 호러물은 질색한다는 천상여자 천우희. 최근엔 <시카리오>, <컨택트>란 외화가 인상 깊었다는 그녀는 우디알렌 작품도 좋아한다며 "휴식기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일상을 즐기지만, 적어도 배우니까. 현장에 있어야 보다 활기가 넘치더라구요.(웃음) 현장에서 마시는 술? 다음날 촬영 스케쥴이 있으면 잘 마시지 않죠. 다만, 오늘은 정말 술을 마시는 날이다고 못을 박아 두면 소주 2병에 소맥은 그 이상? 해 뜰때까지 마셔보자고 맘먹게 되더라구요. 요즘엔 위가 좋지 않아 6개월간 술을 끊었어요. 건강관리차 음식 조절을 했는데, 살도 빠지고 좋네요, 하하!"

차기작이 될 예정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도 있지만, 혼자 훌쩍 떠나는 여행도 구상중이라는 천우희. 마지막으로, 그녀는 "(영화)홍보로 마무리를 하자니, 김남길 오빠처럼 잘 하는 것도 아니고..'어느날'을 기대해 주시는 지인들은 물론, 배우들간의 케미, 거기에 이윤기 감독만의 감성영화니 많이 보러 와주시면 고맙죠. 아픈 사연을 간직한 분들에게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앞으로도 좋은 사람, 좋은 배우로 꾸준히 긍정적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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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한국영화 , 어느날 , 김남길 , 천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