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하나 "'보이스' 매회 기적이었다"
기사입력 : 2017.03.19 오전 9:00
보이스 이하나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보이스 이하나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보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다 보니 매우 보람 있고, 수사물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배우 이하나는 지난 2월 열린 OCN 드라마 '보이스' 기자간담회 때 '보이스'를 통해 골든타임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얻은점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한달이 지난 3월 16일 '보이스' 종영인터뷰를 위해 이하나를 다시 만났다. 이날도 이하나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의 느낌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약자를 도와주는 캐릭터를 처음 하게 돼서 매우 좋았다. 작품으로나마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괜히 뿌듯했다"며 웃었다.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담은 수사물이다. '보이스'는 방송 2주 만에 평균 시청률 5% 돌파하며 장르물 채널인 OCN 역대 최고 시청률 수치에 근접했다. 마지막까지 시청률 5.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동안 로맨틱코미디 등 밝은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던 이하나는 '보이스'를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에 도전했다.


"밝고, 사차원적인 모습이 아닌,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어떤 모습을 보고 선택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복이 잘 어울리는 큰 키가 캐스팅을 결정하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감독님께서는 무진혁(장혁)이 불같다면, 강권주(이하나)는 물 같아서 무진혁을 잡아주는 인물이라고 설명해 주시면서, 두 사람의 조화가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극 중 112 신고센터장 강권주 역을 맡은 이하나는 캐릭터의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신물 사설을 종일 읽었다. 감정을 절제하고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112 신고센터장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아나운서 친구에게 자문한 것.


"말할 때 틀리는 부분은 자기가 틀렸던 트라우마 때문이래요. 사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가 틀리는 지점이 생기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틀려도 다시 해야 하다 보니 수십번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꾸준히 훈련하다 보니 능수능란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로코물에서는 애드리브도 곧잘 했던 이하나는 '보이스'에서는 대사 그대로 소화했다. "강권주가 그런 성격이잖아요. 토시 하나도 틀리면 오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해서 대사대로 가려고 욕심냈는데 막판에는 조금 틀렸어요. 애드리브는 없었고 제가 준비한 건 작가님께 얘기하는 정도였어요. 대사 분량이 많아서 당분간 활자는 안 볼 것 같아요.(웃음)"


누리꾼 사이에서는 '보이스'가 '사이코패스 드라마'로 불릴 만큼 괴물 같은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제작진은 골든타임의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강력범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후반부에 15세 관람가에서 19세 관람가로 시청등급이 상향 조정될 정도였다. 이하나 역시 적나라한 시체 분장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귀신영화도 잘 못 봐요. 그런데 NG는 내지 않고 싶으니까 그 순간에 두 자아가 싸움이 났어요.(웃음) 집에 가서도 촬영장에서의 압박이 이어졌죠. 엄마 말로는 '코드 제로' 잠꼬대까지 했대요. '딱딱'거리는 환청까지 들렸는데 우리 강아지 콩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꼬리를 무는 소리였대요. 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났어요."


시청 등급이 조정된 데다 장르물의 특성상 시청자의 중간 유입이 어려운데도 '보이스'는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안고 막을 내렸다. 이하나는 '보이스'의 인기 비결에 대해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해준 배우들과 스태프 덕분"이라고 했다.


"공들이고 있었던 악역 모태구(김재욱)가 마지막에 등장했잖아요. 처음 제작 단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준비하신 만큼 잘 보여줘서 다행이고 모두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을 못 찍으면 어떡하나 싶을 때가 있었는데 항상 무언가가 도와줬어요. 매회가 기적이었죠."


또한 이하나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범인은 모른다"고 했던 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범인은 모른다는 게 아니라 공범은 모른다고 했던 거였어요. 스케줄 표를 보는데 대식이가 늘어서 이상하다 싶었거든요. 15회 연기를 보는데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다 울었어요. 저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의 배경이나 개연성을 도와주는 사연이 없으면 연기하기 힘들거든요. 근데 대식(백성현)이는 최소화됐던 역할인데도 설득력 있게 연기를 잘해줘서 박수 쳤죠."


이하나는 올가을, '보이스' 시즌2가 제작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맷이 정확해서 할 이야기가 많고 현실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픽션으로나마 해소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비친 것. "저는 골든타임팀 동료들과의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사 한 마디도 못한 친구들도 있는데 항상 너무 안타깝죠. 권주도 상사로서 부드럽거나 허당인 면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면도 보고 싶어요."


'보이스'를 마친 이하나는 당분간 음악을 만드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보이스' 촬영하면서 영감이 많이 쌓였어요. 음악만 할 수 있는 곳에 잠깐 조용히 있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결과물로 나오지 않아도 좋은 게 음악이잖아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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