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김래원 / 쇼박스 제공
"'해바라기' 엔딩 씬 찍고 병원에 일주일간 누워 있었죠. 맞아서 기절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달라요. 에너지를 잘 분배해서 합리적으로 연기에 임하거든요." 어느 덧 데뷔 20년을 맞이한 배우 김래원의 말이다.
영화 <프리즌>을 통해 7년 낚시 인연으로 함께 한 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김래원. 그는 작품 선택에 있어 선배 한석규가 직접 관여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한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되셨죠.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건네줬는데, 김래원을 잘 아느냐고 물었답니다. 선배님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제가 직접 연락은 하지 않으셨죠. 작품 선택에 있어 제가 직접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고, 부담을 안주고 싶어 그랬었나 봐요." 김래원은 그 이후로 낚시터에서 <프리즌>이란 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한석규에게 귀띔했고, 한석규는 그 결심을 제작사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후문이었다.
그렇게 작품 선택에 있어 배우란 직업을 서로 존중해줬던 김래원과 한석규는 극 중 적대 적으로 만난다. 절대 악인의 무한한 신뢰를 받으려는 전직 형사 유건 역의 김래원은 악인 연기 비결에 대해 "지금까지 필모를 보면, 스스로 부끄러운 작품이 몇 있다. 어떻게 했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렸다"라며 "지금은 다르다. 맡은 역할에 대해 그것이 선인이든 악인이든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진 게 아닐까.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프리즌>(나현 감독)의 주연배우 김래원을 만났다. 개봉을 앞두고 배우로서 누구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공통점으로 남는다. 김래원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드라마 보단 여유있는 영화이지만, 가끔은 제한된 시간내에 소화해야 하는 장면이 있죠. 신인감독이지만,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가일을 해왔던 분이라, 본인 그림대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끊임없이 현장에서 설명해 주셨어요. 전반전에는 적당히 라이트 하게, 후반전에는 묵직하게 말이죠."
김래원은 악인 한석규와 연기대결을 펼칠 때, 고생은 본인 스스로 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줬다. "찬 바람을 맞으며 교도소에 수감중인 죄수들과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몸싸움을 할때, 관객에게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죠. 찍을때는 정말 죽기살기로 했어요. 특히, 후배인 신성록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선 극 초반엔 제가 많이 두들겨 맞지만, 실제로는 제가 어떻게 때렸는지 189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체구가 붕 하고 날아갈 정도였어요, 하하! 과거엔 운동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 준비로 액션 스쿨은 두어 번 찾아간 게 전부랍니다."
스무 살 청년배우 김래원은 영화 <청춘>(곽지균 감독)으로 이듬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 이후, 일약 청춘스타로 발돋움 했지만, 스타보단 연기, 배우를 택한 그였기에 2016 SAF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쥔 [펀치]에서는 배우 조재현과, 이번 작품 <프리즌>에서는 한석규와 호흡을 맞추며 명실공히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때, 가장 신선했던 건 통제받아야 할 사람이 죄수란 것이죠. 죄수가 교도관을 통제하고, 바깥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절대 악인의 모습 등이 너무 신선했어요.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분위기도 음산했던 실제 교도소를 배경으로 촬영 했으니, 연기도 자연스레 흘러나왔던 거 같아요."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던 김래원에게 <프리즌> 속 여배우의 부재는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전혀! 함께 출연한 모든 남자배우들이 좋았죠. 똑같은 죄수복을 맞춰 입고 쉬는 시간에는 농구과 족구를 즐기며, 제가 좋아하는 낚시를 전남 장흥에서 함께 즐기기도 했어요. 허나, 한 선배님은 일부러 안가셨죠. 그런 이유는 분명 있었던 거 같아요.(웃음)"
또한, 여러 장르 외에도 과한 코믹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그는 [닥터스] 이후 5개월을 쉬면서 본 작품 중 톰행크스의 <캐스트어웨이>가 문득 생각난다고 했다. "외로움에 대한 한 인간의 처절한 싸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메세지가 너무 좋았어요. 멜로, 코미디를 넘어 또 하나의 도전을 하고 싶은 거죠. 제 성격이 스스로 생각해도 굉장히 피곤해요.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원래 그런 아들이 아닌데 하시면서, 하하! 정리하자면, 한 가지에 집착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나봐요. 배우에겐 좋은 거잖아요. 낚시를 해도 고기를 잡겠다는 일념이 생기고, 골프도 마찬가지구요."
김래원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곽경택 감독님의 차기작 크랭크인이 6월이 될 듯 하네요. 빨라야 스크린으로는 차기작 개봉이 내년 봄?(웃음) 그 동안 좋은 작품 있으면 드라마 한 편 해보고 싶구요. 다들 분위기가 극장가 비수기라고 해서 걱정이 많던데, 제 영화 얼마나 보러 오실까요? 제가 한 (연기) 방식이 맞다면, 그 속에서 진정성이 전달이 된다면 많이 보러 오시겠죠? 앞으로도 그 색깔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잘 봐주세요!"라고 웃었다.
한편, 김래원 외에도 한석규,정웅인,조재윤,신성록 등이 출연하는 영화 <프리즌>은 한 교도소의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분)와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분)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범죄액션영화다. 오는 3월 23일 대개봉.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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