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수진 "제 삶을 반성하게 됐어요"(역도요정 김복주)
기사입력 : 2017.01.29 오전 9:00
경수진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경수진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배우 경수진이 아름다운 몸짓으로 시청자를 제대로 홀렸다.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리듬체조 선수 송시호 역을 맡은 그는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경수진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대중에게 젊은 연기자들은 주로 예쁘고 멋진 모습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 작품이 베일을 벗기 전에는 이들이 얼마만큼 체육인의 삶을 심도 있게 그려낼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경수진은 리듬체조 선수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현역 체조선수들과 연습하고, 쉬는날은 PT를 받으며 유산소 운동과 저염식 시간을 이어가는 등 6개월 이상 준비 기간을 거쳤다.


"아침 3시간, 저녁 3~4시간 걸어 다녔어요. 오후에 촬영이 있으면 오전에는 운동했고요. 시간이 되는대로 운동에 매진했어요.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경기복을 갈 때마다 줄였어요. 근육이 생기면서 2인치 정도 준 것 같아요. 복근도 생겼다니까요.(웃음)"



극 초반 송시호는 헤어진 남자친구 준형(남주혁 분)에게 집착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악역은 아니지만, 송시호가 극의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었기 때문. "1~2회에 시호의 아픔이 드러나는 얘기들이 편집됐어요. 시호를 둘러싼 상황이 힘들게 돌아가면서 과거 행복을 줬던 준형에게 위로받고 싶었던 건데 시호의 캐릭터 설명이 집약돼서 보여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호를 연기하면서 집착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드라마에서 악역은 대부분 시청자의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송시호는 시청자의 연민을 이끌어냈다. "저는 시호를 안아주고 싶었어요. 상처도 많고 위로해줄 상대가 없다는 게 아쉽고 안쓰러웠죠. 시호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있었다면 스트레스나 아픔이 해소됐을 것 같아요."


송시호는 실제 밝고 털털한 성격인 경수진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였다. "시호가 이해된 게 리듬체조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어요. 리듬체조 연습 기간 실제 리듬체조 선수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시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거든요. 하루에 죽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 들 정도로 운동하니까 시호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도도하고 시크할 것만 같은 첫인상과 달리 경수진은 꽤 털털하고 소탈하다. 작품만큼이나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도 진중하고 앞에 앉아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 인터뷰이다. 그는 즐겁게 수다를 나누다가도 진중한 얘기를 할 때는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줄 알았다. 특히 캐릭터 얘기를 할 때 그랬다.


송시호가 초코파이를 먹는 장면에 관해 이야기할 때 경수진은 "빵을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먹고 난 후의 좌절감이 더 표현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죠"라며,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그가 잘 표현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가 이 배역에 얼마큼 큰 애정을 갖고 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누군가의 삶을 대변하는 거잖아요. 저도 시호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무조건 만들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로부터 '쟤가 무슨 리듬체조 선수냐'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촬영할 땐 연습을 못 하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하나가 주어지면 빠져있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왔죠."


리본, 공, 훌라후프, 곤봉, 링 등의 소도구를 들고 반주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여자 체조 경기인 리듬체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포츠 중 하나다.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경수진은 아름다운 리듬체조의 이면을 조명했다.


"송시호를 통해 리듬체조가 예쁜 경기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대변하는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까 함부로 연기하면 안 되겠다 싶었고, 그들을 존경하게 됐죠. 제 삶도 반성하게 됐어요. 어린 친구들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시간이 지나야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 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확실한 드라마가 대부분 그렇다. 당시에는 시청률이 낮고 관심을 좀 덜 받았을지라도 뒤늦게 찾게 하는 그런 힘 말이다. 웰메이드 청춘물인 '역도요정 김복주'가 그런 작품에 속한다.


미세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가 있고, 한낱 인기에 취해 퇴보하는 배우도 있다. 경수진은 전자다. 분량을 떠나 주어진 롤에 최선을 다하기에 대중의 신뢰를 나날이 쌓아가고 있는 것. 회자될 작품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친 경수진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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