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영광 인터뷰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보따리에서 행복하고 재미난 것들만 하나씩 꺼내는 듯 보였다.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 종영 기념 인터뷰에 임한 그 날의 김영광은 그랬다. '우사남'은 그에게 '지상파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김영광의 재발견'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갈 자신감을 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제는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수애 누나나 연출의 도움으로 제 취약점을 가릴 수 있었죠. '우사남'이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서 끝난 후에도 기분이 좋아요."
'우사남'은 이중생활 스튜어디스 홍나리(수애 분)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생긴 연하 새 아빠 고난길(김영광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김영광은 '우사남'을 통해 "5회에서 난길이가 나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깊었다" 등의 호평을 받을 만큼 남자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전에는 포인트가 없이 흔들리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포인트를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스스로 표현해야 시청자분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됐고요. 조금 힘들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독하게 힘들더라도 부여잡고 하는 게 맞겠더라고요."
비주얼 커플 김영광과 수애는 시작 단계부터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였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일각에서는 로맨스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분량상 아쉬움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김영광과 수애는 밀도 높은 로맨스 연기로 '심쿵 케미'를 발휘했다.
"상대 배우와 멜로를 한다는 걸 알고 시작하니까, 처음부터 자기 최면을 걸어요. 상대 배우를 관찰하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자극되면 내 마음이 어느 정도가 있죠.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스스로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이 사람과 만나면 어떨지 실제로 대입을 많이 해봐요."
김영광은 케미의 공을 수애에게 돌렸다. 차가웠던 첫인상과 달리 털털하고, 잘 받아주는 성격의 수애 덕분에 "호흡이 좋았고, 찍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더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실 작품 속 이미지가 차갑게 돌아서고, 단답형일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정반대였어요. 부담을 갖고 시작했던 게 한 번에 삭 가시면서 좋았죠."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바탕으로 매회를 만들어나갔던 두 사람. 핑크빛 케미를 형성하기 위해 김영광은 첫만남부터 수애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번호도 묻고, 누나가 오면 누나랑만 얘기하고요. 이수혁과는 워낙 친하니까 촬영 끝나고도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수애 누나는 역할상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고, 현장에서 가볍게 인사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더 친근감 있게 행동했죠."
김영광의 연애 스타일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극중 캐릭터 '고난길'과 비슷하다. "연상과 연애해 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수애 선배가 잘 받아주셨죠. 나중엔 제가 너무 장난쳐서 가끔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라던 그는 "저도 고난길과 (연애 스타일이) 비슷해요. 마지막 연애는 헤어졌다 만났다 한 기간을 합치면 7년 정도 되죠"라고 고백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탕하게 웃고,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답하는 모습에 김영광은 소탈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작품 질문도, 소소한 일상 얘기에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에요. '공개 연애할 거냐'는 질문에도 조심성이 많아서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결혼 계획이 있지 않은 이상 공개 연애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지금은 연애 안하고 있어요."
한두 작품 만에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그래도 누군가의 인생작으로 거론될 만한 작품(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연기를 시작해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작품(화이트 크리스마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그토록 꿈꿨던 첫 주연작(케이블: 아홉수 소년, 지상파: 우사남)까지 순차적으로 만났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그의 배우 인생의 엔딩은 얼마나 찬란할까. 추위가 가시고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드라마든 영화든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김영광의 다음 신(scene)에 기대가 앞선다.
[소소한인터뷰] 김영광 "'절친' 이수혁 머리 좋고, 정 많아" 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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