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우빈 / sidusHQ 제공
영화 <마스터>(조의석 감독/ 12월 21일 개봉)의 타고난 브레인 ‘박장군’역으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배우 김우빈을 삼청동에서 만났다. 진회장(이병헌 분)을 도와 희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로 변신한 그는 “영화는 재밌지만, 제가 출연한 장면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매우 아쉬웠다”고 부끄러워했다.
이 작품은 캐스팅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 이병헌X강동원X김우빈의 조합은 개런티부터가 남달랐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 이에 그는 “개런티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작품으로 내가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데뷔 후 단 한번도 개런티가 안 맞아서 하지 않겠다는 핑계를 댄 적이 없다. 드라마든 영화든 제 자신이 묻어난 캐릭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김우빈은 <마스터>를 통해 모델출신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강동원이 해외 로케이션 촬영 때 현지에서 김우빈의 인기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그 당시 ‘상속자들’이란 드라마가 필리핀서 방영되었다. 현지 스태프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촬영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웃음) 자유시간을 가질 때 동원형과 함께 다녔는데, 따라오는 팬들을 형이 막아주더라. 서로 보디가드를 자청하며 즐겁게 보냈다.”고 전했다. 같은 모델 출신 배우라 처음부터 편한 분위기로 친해졌다는 김우빈과 강동원. 허나, 김우빈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맞붙은 이병헌에게는 “워낙 카리스마가 있어 무서울 거 같았다”고 처음 대본 리딩 때 만났던 첫인상을 떠올렸다. “막상 촬영장에 가보니 두 분 서로가 웃음 코드가 다르더라.(웃음) 전 그 중간에서 막내답게 너무 나서지도 않으면서 묵묵히 두 형님 뒤를 챙겼다.”고 했다. 또, 여동생을 둔 김우빈에게 출연배우 중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강동원이다. 저 보다 더 좋아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유도 없이 모든 걸 좋아한다. 얼마 친구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저는 약간의 아저씨, 동원형은 오빠라고 불렀다. 그래서 기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마스터>를 통해 주요 캐릭터들과 골고루 호흡하는 ‘키 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제가 상상한대로 선배님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흐름이 깨질 우려가 있다. 철저한 리허설을 통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머리 속으로 상상해본다. 애드리브도 용기를 내서 해봤다. 그런 노력들을 선배님들이 기꺼이 존중해줬고 가능했다.”고 뿌듯해했다. 김우빈은 143분이라는 오락영화치곤 긴 런닝타임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편집본을 먼저 봤는데 3시간이 넘더라.(웃음) 그에 비하면 완성본은 짧게 느껴졌다. 감독님이 배우들을 위해 배려를 많이 해준 작품이다. 각각의 개성이 묻어난 캐릭터들을 잘 살리기 위해 본인의 연출 욕심을 과감히(?) 버렸다고 피디님이 귀띔해줬다.”고 밝혔다.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역이지만, 이 영화 곳곳에서 김우빈의 출연만으로 웃음을 주는 코드가 여러 장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욘세로 빙의한 박장군”이다. 김우빈은 과거 <스물>(이병헌 감독)에서도 막춤을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제가 즉석해서 팝스타 비욘세의 커버 댄스를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그 콘셉트로 스태프들 앞에서 추려니 매우 민망하고 어색했지만 갖은 애교를 섞어가며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라고.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마스터>가 크게 흥행해 속편 제작에 돌입한다면 출연하겠냐고 묻자, “’친구2’도 그러했듯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한 그였다.
이 시대 청춘스타 김우빈이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고민 끝에 그는 “헐리웃 배우 윌스미스 부자가 출연했던 외화 ‘행복을 찾아서’(2006)를 학창시절 매우 감명 깊게 봤다. 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성숙한 매력의 진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자 한다"고 했다. 덧붙여 그에게 <마스터> 속 조 단위 사기범처럼 큰 돈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영화에서는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으로 커졌다. 그런 큰 돈이 생긴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 같다. 주변 돈 많은 분들을 보시라. 그들이 매일같이 ‘랍스터’에 ‘티본스테이스’를 먹는 것은 아니다.(웃음)”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우빈에게 ‘마스터’란 타이틀로 스스로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냐고 물었다. “’막내 마스터’이다. 전 항상 좋은 막내가 되겠다는 다짐을 당분간 하고 싶다. 데뷔 때부터 좋은 선배님들과 훌륭한 작품에 출연했다. 정말 운 좋은 아이다.(웃음) 이 작품이 천만 돌파? 잘되었으면 좋겠고, 2시간동안 신나게 웃을 수 있는 뜻 깊은 연말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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