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①에 이어] 이제는 만인의 연인이 된 고경표가 '질투의 화신'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성팬이 늘었는데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음식점에 가도 서비스가 나온다"면서도 가족 얘기를 할 때는 "부모님이 영화보다 드라마를 원하신다. 떨어져 살다 보니 자주 못 보는데 티브이로나마 아들 얼굴을 봐서 좋다고 하신다"면서 미소 짓던 고경표와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질투의 화신' 속 표나리의 연애 스타일은 독특해요. '너도 좋고, 너도 좋으니 우리 셋이 살아보자'고 얘기하잖아요. 대본을 봤고 어땠나요?
"재밌고 독특했어요. 세련됐다고 생각했고요. 늘 해오던 이야기 구조일 수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잖아요. 이화신도 텍스트로만 놓고 보면 미운 남자인데 조정석 선배가 표현을 잘해서 공감형 캐릭터로 연기했잖아요. 그게 배우의 힘인 것 같아서 멋져 보였어요. 그래서 조정석 선배한테 믿고 보는 배우, 대체불가 배우라고 하나 봐요."
-'세같살'(세 사람이 같이 살자)이라는 파격적인 상황들도 이해가 됐어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저도 그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고 그렇게 표현했죠. 저희끼리 '이거 이상해~ 이 상황 괜찮은 건가?' 서로 물어보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연기했어요. 감독님이랑 작가님께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여쭤봐서 바뀐 부분도 있었고요. (실제로 여자친구가 나리처럼 셋이 같이 살자고 하면 어떨까요?) 싫다고 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좋아할 수 있지만 같이 살자고 공표하는 건 전 못할 것 같아요."
-후반부에 고정원 분량이 적어서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서운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아쉽다고 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그만큼 고정원 캐릭터를 사랑해 주신 거잖아요."
-마지막 회에서 화신이와 나리가 결혼할 때 사회자인 정원이의 표정이 묘했어요. 나리를 포기하고 사회까지 봐주기로 한 거면 쿨해도 됐을 것 같은데, '왜 저런 눈빛으로 보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저라면 결혼식에 안 갔을 것 같아요. 사회를 본 것도 정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표정은 일부러 그랬어요. 제작진은 깔끔하게 잊은 정원이를 표현해주기를 바랐을 텐데 제가 몰래 그렇게 연기했어요.(웃음) 정원이를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답례라고 할까요? 그 모습을 보니까 솔직히 씁쓸하더라고요. 이야기의 마무리가 있어야 하니 그렇게 끝나지만, 정원이는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하고 수긍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마음을 내색하진 않지만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고경표라는 배우를 선우로, 고정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떤가요?
"저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작품 후에 생기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동안 많이 배웠죠. 감내하는 법,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깨닫게 됐고, 차분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완성형 인간이 아녀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런저런 일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모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통해서 배운 점도 있나요?
"여유를 갖게 됐어요. 여유가 몸에 배서 좋은 것 같고요. 저는 표현에 솔직한 편이에요. 친구들끼리 오그라드는 말도 잘하는 편이고요. 부모님한테도 매일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걸 많이 하려고 해요. 사는 게 각박해지면서 사회가 서로 살갑지 못해졌잖아요. 저는 할 수 있을 때 많이 표현하는 쪽으로 변한 것 같아요."
-연애 스타일이 궁금한데, 나리처럼 당당한 여자 어때요?
"실제 이상형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할 말은 할 줄 알고 당당한 점? 수동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분한테 매력을 느껴요. 바람직한 여성상이라고 생각하고요. '응팔'에서 보였던 보라와 직장 생활하면서 할 말 다하는 나리처럼 당당한 모습의 여성을 실제로도 좋아해요."
-화신이와 정원이의 브로맨스도 특별했잖아요. 술 취해서 볼 뽀뽀도 해주고, 주사 맞은 엉덩이도 문질러주고요.
"웃기는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모순된 감정들을 우리 드라마에서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진통제 주사를 맞은 화신이를 보는 정원이의 심리는 처참할 텐데. '암'하면 느껴지는 게 크잖아요. 한 여자 때문에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는데 친구는 암에 걸렸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요. 화신이는 '나 암 걸렸다고 봐줄 생각하지 말고 지금처럼 똑같이 하라'고 하는데 그때 참 쓸쓸했어요.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싶었고. 화면에서는 그런 장면이 웃기게 보여서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죠."
-맞아요. '질투의 화신'은 환자들이나 특정 직업군을 가진 직장인들의 애환을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로코 장르 특유의 재미도 놓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칫 균형을 잃었다간 질타를 받을 수 있고 작품의 색깔도 잃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극 초반에 기상캐스터 폄하 논란이 있었잖아요. 한두 편만 지나도 그분들의 고충을 알리고자 했다는 걸 아실 텐데 안타까웠어요. 비정규직이 이 사회에서 얼마큼 고생하고 차별받는지 사회를 풍자한 거거든요. 남성에 대한 인식도 꼬집고요. 남자는 유방암에 걸려도 참아야 한다는, 이 사회에 팽배한 성차별 인식에 대한 것을 '난 남자니까, 넌 여자니까' 등의 대사로 꼬집어 주잖아요. 풍자를 밉지 않게 잘 그리고, 거부감 없이 연기해준 선배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참 따뜻한 드라마였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풍요로운 드라마를 하게 돼서 좋았어요."
-그동안 매체를 통해 본 고경표라는 배우는 밝고, 톡톡 튀는 느낌이 강했는데 오늘 보니 매우 차분한 것 같아요.
"지금 이 모습이 편할 때 나오는 목소리(차분한 중저음)에요. 선배들을 만나면 항상 상기된 모습으로 있는데, 동생들이나 친한 친구들을 대할 때는 편하게 지금처럼 하죠. 정원이를 연기하면서는 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셔서 좋아요. 편하게 있어도 정원이처럼 봐주셔서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차기작은 결정됐나요?
"차기작으로 논의되고 있는 작품은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12월은 휴식을 취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참 좋은 시기에 끝난 것 같아요. 제가 추위를 못 견디는 데 일을 안 하잖아요.(웃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장르와 캐릭터를 막론하고 주어진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어요. 맞는 캐릭터라도 어떻게 다른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죠."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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