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유정 "스스로 채찍질하는 편…완벽하고 싶진 않아"
기사입력 : 2016.11.06 오전 8:00
김유정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김유정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데뷔 13년 차 배우 김유정이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극을 책임지는 성인 연기자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일지매', '동이', '구미호:여우누이뎐', '해를 품은 달' 등 사극 작품에서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장 내시 홍라온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천진난만한 눈물과 해맑은 웃음으로 시청자의 '엄마미소'를 자아냈던 김유정은 이제 어엿한 배우가 됐다. '사극과 김유정의 조합은 흥행 불패'라는 말처럼 김유정은 사극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유정을 만났다.


김유정은 "사극을 자주 찍다 보니 한복이 편하고, 버선도 자연스럽게 신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여자 옷이 아닌 내관복도 입고 갓도 썼잖아요. 사극을 하면서 남자 배우들의 복장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하게 되니까 신기했죠. 추억을 많이 쌓았어요. 또, '구르미 그린 달빛'이 청춘사극이다 보니까 제 또래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연기하게 돼서 더 편하고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보검, 진영, 곽동연 등 동료 배우들은 매체 인터뷰에서 "연기 경험이 풍부한 김유정에게 많이 배웠고, 자극받았다"고 했다. 김유정은 동료 배우들의 칭찬에는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저는 오히려 오빠들한테 배운 것 같아요. 맞은 편에서 서로의 연기를 자세히 봐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도 많이 했고요. 믿고 의지할 수 있었죠."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묻는 말에 또랑또랑하게 답했다. "내 단점을 아는 것. 문제점을 알고 자신에게 지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을 굉장히 냉정하게 보거든요. 주위 사람들도 제게 너 자신한테 왜 이렇게 못되게 구냐고 할 정도로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김유정은 정신 차리고 단점을 보완한다고 했다.


스스로 엄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을 믿고 맡겨준 제작진과 시청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책임감' 때문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하면서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회피하지 않고 견뎌내고, 맞서려는 책임감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오빠들에게 많이 배웠고 의지했어요. 이 작품은 제게 의미 있고,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그만큼 역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돼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 애정이 많았던 만큼 아쉬움도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원작에는 있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없어서 아쉬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천천히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부끄러워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님과 얘기할 때 이영(박보검)이 라온이가 여자인 걸 알았을 때 '이리 오너라'라고 하면서 같이 목욕하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등 좀 밀어주거라' 이런 거요.(웃음) 감독님이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라면서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라온이는 이영이 남자를 좋아하는 줄 알고 노심초사하는데 이영은 여자라는 걸 알고 놀리는 거죠.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서로를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찍었던 이번 작품을 떠나보며 김유정은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화의 시점을 맞이한 그는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고의 순간에 서 있는 김유정에게 '지금의 김유정'은 어떤 배우인지 물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준비할 때 백상훈 감독님이 '너는 틈이 없어. 너무 완벽해'라고 하셔서 제가 억울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게 다가가기 어려운 게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제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저는 항상 스스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거든요. 그게 감독님 눈에 보였나 봐요. 더 많이 혼나고 채찍질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고 싶진 않아요. 조금이라도 틈이 있고 덤벙대야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되니까요. 제가 몰랐던 걸 알았을 때 즐겁고 좋은 것도 있고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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