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하선 "모르는새 매니저 사칭해 韓작품 2개 거절"
기사입력 : 2016.11.02 오전 8:00
박하선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박하선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배우 박하선이 슬럼프를 겪었던 경험을 고백했다.


박하선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혼술남녀' 종영 인터뷰에서 "공백기가 길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잊혀질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하선은 "중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 대사가 아닌 감정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때 똑같은 연기를 하는게 느껴져서 싫었다. 잠깐 활동을 중단하고 경험을 쌓은 뒤에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계속 거절하면 작품이 안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나오면 보시는 분들도 저도 좋은데 계속 똑같은 것만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는 배우의 책임감으로 기회를 엿봤지만 쉽지 않았던 것.


박하선은 "묵묵히 걸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투윅스', '쓰리데이즈'같은 작품을 못해서 아쉬웠다"면서 "일이 좋아서 열심히 했었는데 당시에는 자주 나와서 질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준비했던 작품 연달아 무산돼 좌절
술 한 방울도 안 마셨지만 신고당하기도…
서른, 나로 인정받는 느낌
하정우와 영화 찍고 싶어


평소 자신과 관련한 댓글을 모두 본다는 박하선은 "발성이 낮고 답답하다는 의견에 쉬는 동안 뮤지컬 발성 선생님께 1:1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발음도 고치려고 했고, 우는 연기도 못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눈물이 잘났다. 우는 연기도 극복하고, 그래서 힘든 시기가 있었나 싶다"면서 소탈하게 넘겼다.


공백기 동안 도예, 가죽공예, 플라잉요가, 필라테스 등 혼자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해봤다는 박하선은 "방학도 길어지니까 무료했다. 벌어놓은 돈만 쓰던 상황에서 광고 모델료까지 못 받게 됐었다"면서 "힘들 일은 한 번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를 사칭해서 중국 일만 할거라고 한국 드라마 두 개를 거절한 적도 있었다. 대표님이 잡으려고 했는데 결국 못 잡아서 속상했다. 유럽 여행에서도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는데 소매치기범이 가방을 앞으로 메도 말 시키면서 열고 있었다"며 힘든 시기에 겪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극중 노량진에 갓 입성한 국어 강사 박하나 역을 맡았던 박하선은 "배우도 비정규직이어서 공감했다"고 말했다. "운전하면서도 다짐하는 게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게 끝날 수 있으니 조심하게 되더라. 한 번은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신고가 들어왔으니, 혹시 몰라서 음주 측정까지 다하고 갔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올해 서른 살인 박하선은 "나로 인정받는 느낌, 내가 나여도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작품 리딩 때 작가님이 예쁜 척을 안했는데 '예쁜 척 하지마'라고 하시더라. '하이킥'때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예쁘단 소리를 못 들으니까 예쁘게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에 작가님이 '막영애'의 어린 버전이라고 하셔서 화장도 거의 안하고 헤어드라이도 안하고 꾸몄다. 방송을 보고 나서 작가님이 이제 좀 꾸며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그다음부터 꾸몄다. 점점 예뻐지는 묘미가 있었다."


로코인줄 알고 시작한 '혼술남녀'는 사실상 코미디에 더 가까웠다. "러블리한 박하블리가 되고 싶었다"던 박하선은 '혼술남녀' 시즌2를 꼭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2에서 시청률 6%가 넘으면 시즌제로 가고 아니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시즌2가 방영된다면 못다 한 연애를 더 가슴 아프고 처절하게 하고 싶다. '연애시대'처럼 각각 다른 이성을 만나서 재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주인공의 묘미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 아니냐. 물론 이 멤버 그대로 와도 좋다. 끝무렵에 친해져서 너무 아쉽다."


시즌2에서 또 다른 등장인물로 염두에 둔 배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고민 끝에 "하정우 씨와 영화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라면 먹는 신에서 하정우만큼 라면 잘 먹는 여자를 발견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 삼겹살도 잘 먹어서 먹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술은 몰라도 먹는 건 계속 먹을 수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내내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박하선은 "의사 역할이나 장희빈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른이 넘어서 팜므파탈도 가능할 것 같다. 나름 잘 뜯어보면 섹시한 구석이 있는 데 못 보여드린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서 권투나 마라톤 선수 역할도 해보고 싶다. 인간적인 악역이나 '왔다! 장보리' 속 악역처럼 인간 아닌 악역을 해보고 싶다"면서 하루빨리 또 다른 인생작을 만나길 바랐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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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혼술남녀 , 박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