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럭키'의 주연배우 유해진 / 쇼박스 제공
킬러와 무명배우 1인 2역 이끌려 '럭키' 출연
특별출연 '겨울이'에게 약속한 오리 선물 "시큰둥"
젊고 재능 많은 감독들과 호흡하고 파
"연기경력 20년에 설레임 보단 걱정이 되는 거죠. 다들 원톱 주연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라, 더욱 그렇습니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개성파 배우 유해진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주연한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는 냉혹한 킬러 (형욱)과 무명배우 재성(이준)의 뒤바뀐 운명을 그린 초특급 반전코미디이다.
이 작품을 통해 원맨쇼에 가까운 코믹연기를 말끔하게 소화해낸 그는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상상을 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제 연기가 너무 과장되게 표현된다면 관객들에게 멀어질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 작품은 철저하게 영화적인 이야기지만, 슬쩍 눈감아 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 대다수가 "호들갑스럽다"는 이미지에 대해 "저 나름대로 코믹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은 없었죠. 호들갑스러울 때도 있는 거고...'럭키'에선 계속 호들갑을 떨었다면 지겨웠을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니까.(웃음) 스토리상 어쩔수 없이 1인 2역을 맡게 되었지만, 기본적인 말투 외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극 중 캐릭터가 뒤바뀌며 외모에 대한 평가가 자주 나온다는 말에 유해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걸 이용한 거죠. 그게 주 내용은 아니니까요. 계속 그랬다면 이 작품은 안했어야죠."라고 웃었다.
그런 유해진의 열연을 뒷받침 해준 젊은 배우들도 대거 포진했다. 이준과 조윤희, 임지연, 전혜빈 등 후배들에게 촬영장에서 어떤 조언을 해주냐는 물음에, "가끔 합니다. 제가 먼저 이건 어떠냐고 제안하면 어떤 친구는 그걸 못 받아들일때도 있거든요, 이런 식의 논의가 많아지면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아요. 반대로, 이준씨에게는 열정을 배우죠. 그는 자신을 독하게 만드는 게 있어요. 모니터링 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은 경우가 있어 배울 점이 많은 친구랍니다."
본업은 킬러, 뒤바뀐 인생은 무명배우의 삶. 둘 중 어느 것이 더 끌리냐는 물음에 "당연 무명배우, 재성의 삶이죠. 과거에 제가 어려운 시절에 옥탑방서 살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또, 배우가 되겠다고 입에 볼펜을 악물고 발음 연습을 하는 장면 등은 제가 직접 연출해 낸거죠. 본래 입술이 두꺼워서 입이 둔한데, 볼펜을 물고 있으면 연습하기가 굉장히 쉽고 편하거든요, 하하!"
극적 재미를 위해 실제 기르던 '겨울이'란 애견도 깜짝출연했다. 이에 유해진은 "제가 없으면 혼자 지내야 하니까요. 지방촬영이 하루이틀도 아니고...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먹을 것도 챙겨주고 예뻐해주니 신이 나서 좋아하더라고요." 겨울이에게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오리를 사준다는 약속을 지켰냐고 묻자, "실제 생물이 아니니까 시큰둥 하더군요. 무엇보다 겨울이는 제게 굉장히 의지가 많이 됩니다. 촬영장서 쉬는 동안엔 산책도 함께 슬쩍 가거든요."
인생의 반려자는 언제쯤이란 질문에는 크게 웃으며 "저도 알수가 없죠."라고 적절히 회피했던 그는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 <럭키>를 선택한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밝혔다. "1인 2역의 색깔이 뚜렷한 점과 마지막에 던져 주는 메세지가 통쾌했죠. 킬러 본능에서 벗어나 김밥집에서 현란한 칼솜씨를 부리는 장면은 나중에 메이킹을 보면 아시겠지만, 제 스스로도 굉장히 웃겼어요."
생애 첫 키스씬을 한 작품에서 두 여배우와 호흡했다는 게 연일 화제가 되었다. 그는 여러 공식석상에서 "상대방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란 말을 반복 했었다. 그런 이유에 대해 "서로 직업적으로 만나는 거였지만,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차라리 맞고 구르는 액션씬이 제겐 더 편했던 거 같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그가 가진 작은 눈매가 촉촉히 젖어있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유해진. "'아수라'로 승승장구 중인 김성수 감독님이 '무사' 당시 제 눈이 좋다고 하셨어요. 때론 날카롭지만 그 반대로 선하다고요.(웃음) 멜로 도전요? 그것 보단 MSG가 없는,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살아가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그런 역할 쉽지는 않겠죠?"
베테랑 연기 경력을 가진 그에게 배우 외에 연출이나 제작에 도전하고 싶지 않냐고 했다. "아무나 못하죠. 정말 신경쓸 게 많더라고요. 체질상 맞지도 않구요. 오랜 동료인 차승원과도 이런 이야길 하죠. '다 부질없어, 뜻 맞는 사람끼리 그저 술 한잔 하면서...'"
그런 소박함을 가진 유해진이 가진 요즘 관심사가 바로 '조깅'. "한강을 뛰기 시작했죠. 평소 답답한 거 굉장히 싫어하는데, 작년에 '그놈이다' 촬영지 중 하나였던 산 속 조깅 체험이 생각나네요. 첩첩산중에서 마을까지 약 9킬로 거리인데, 그냥 뛰었죠. 뛰면서 '좋다!'란 생각만 들거든요. 그렇게 온 몸에 땀을 흘리는 걸 좋아합니다."
<럭키>를 어떻게 봐달라고 홍보라기 보다는 그저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짧고 굵게 답변한 그는 잘되면 원톱이든, 텐톱이든 가리지 않고 차기작에 임할거라고 했다. "제가 잘 모르는,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많아요. 제가 가진 시각과 표현법이 조금은 서투르거나 다르더라도 그들과 함께 작업해본다면 20년 제 연기경력이 무색할만큼 '설레임' 가득 가질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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