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지훈, "촬영장서 매일 술..살 안찌는 방법 연구中"(영화 아수라)
기사입력 : 2016.09.27 오전 7:59
사진 : 영화 '아수라'의 배우 주지훈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영화 '아수라'의 배우 주지훈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란 시나리오 받고 영광스러웠고, 의미 없이 좋았어요. '신세계'를 제작한 영화사에 대한 신뢰 뿐만 아니라, 감독님, 우성형, 정민형 등 그냥 재밌었죠. 언론시사회 직후 두 형들이 굉장히 떨더군요. 저도 전염이 되서 그만, 하하하!"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10년전 드라마 [궁]의 주지훈이 아니었다. 그렇게나 말 잘하고 수다쟁이인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그의 일상은 재미있는 편이 아니다. 가끔 오토바이크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거 외엔 거의 집에 누워만 있는단다.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는 의외로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한 배우 주지훈은 9월 28일 개봉할 영화 <아수라>에서 의리와 충성 사이 줄을 타는 한도경(정우성 분)의 후배 형사 '문선모'로 또다른 연기 변신을 꿈꾼다.


주지훈은 피가 뒤범벅한 촬영장에서 새벽까지 꼬박 세우며 각자의 연기에 몰입한 분위기를 전했다. "저희 현장에서의 즉석 술자리는 정민형에서 비롯되었죠. 새벽 5시에 촬영을 마치고 형이 고민하다 '한잔 마실까. 국밥에 각 한 병씩만 마시자' 하고 그날 피로를 푼거예요. 이렇게 육체적, 감정적으로 높은 작품을 만난 건 처음이었죠. 함께 고생하며 현장 바닥을 뒹구니까 막 거기서 오는 끈끈함 있죠?"

모델 출신답게 극 중 문선모란 캐릭터의 헤어와 의상스타일도 각별히 신경썼다는 그다. "촬영전 제가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자르겠다고 감독님께 여쭈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시원하게 자른 제 머리를 보시더니 놀라셨죠. 극 초반 형사 역할을 위해 속초를 지나다가 발견한 빈티지숍에서 싸게 구입한 청재킷도, 영화 속 명품 수트라고 뽐내는 장면은 의상팀이 사전 준비한 가짜였고요. 그게 실제 아르마니 옷처럼 빛나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의중이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합니다."

주지훈은 함께 호흡을 맞춘 형(배우)들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는 것. "감독님이 저보고 '줄을 잘 탄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때릴 듯 안때릴 듯 수위를 조절해가며 형들에게 장난을 좀 쳤죠. 제 아버지와 한 살차인 감독님은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드려도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하지 않으셨고, 배우로서 존중해 주신거죠. 연기적인 측면에선 우성형이 최고였죠. 넥타이 매듭으로 형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는 데, 감정씬이라고 끝까지 잘 참아주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그 넥타이가 제대로 안풀려 큰일날 뻔 한 순간에도 제가 놀라지 않게 조감독에게 귓속말로 컷 하면 달려와 달라고 주문할 정도였다니까요."


처음부터 문선모란 캐릭터가 탐났던 주지훈은 데뷔 직후부터 늘 느와르란 장르를 동경해 왔다고. "어릴적 격투기 경기보고 출전해보고 싶은 욕구, 남자라면 다들 한번씩 생기잖아요? 만화책과 무협지에 나오는 폭력은 현실적으로는 쓸 일도 없고, 거리가 멀죠. 그런 매체를 접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좋았어요." 반면, 영화 <키친> 속 박두레처럼 달콤하고 진한 멜로연기도 잘 어울린다는 말에 "지금 촬영중인 '신과 함께'에 김향기(16)양이 나오거든요. 늘 곁에서 챙겨주고 싶은 키다리아저씨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웃음)"라고 답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배우 주지훈도 외적인 고민이 있다고 했다. "술을 마시면서 어떻게 하면 살이 찌지 않을까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술 마신 다음날엔 관절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과하게 운동을 두 배로 합니다. 촬영중인 작품에 다행히 노출이 없네요, 후훗! 감독님께서 후반작업시 얼굴에 그래픽 효과를 주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얼굴 선은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주문하셨어요.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관리 소홀을 해선 안되나 봐요. 참고로 곽도원 형님은 차기작에서 15킬로그램 감량해야 한다네요,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온다니 절로 웃음이.."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아수라>. 주지훈은 "현지 반응이 더 확실했어요, 자막으로 상세하게 미리 나올 장면에 대해 설명을 곁들여주니 더욱 그랬죠. 당황스러웠던 인터뷰 장면도 기억이 나요. 각자 연기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크게 놀랐어요."라고 생생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인기 한류드라마 [궁]으로 영국의 한 디즈니 캐릭터숍의 점원도 알아봤다던 주지훈은 이젠 외모로만 평가받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는 <아수라>를 통해 정우성과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등 충무로의 쟁쟁한 40대 연기파 배우들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막내배우로서의 연기 열정을 보여주었다.

"흥행요? 반응 뜨거우면 우성형과 사전고지 없이 극장에 찾아가 깜짝 무대인사를 해보려고요. 더 잘되면요? (청소년관람불가니) 양손 가득 맥주도 싸가지고 가서 성인 관람객에 대한 특별한 서비스도 잊지 않겠습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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