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윤계상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퇴보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 2016.09.10 오전 8:25
윤계상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윤계상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①에 이어] 행거 치프에 볼펜, 세팅된 머리까지 ‘굿와이프’ 속 서중원(윤계상)은 풀장착 스타일로 세련되고 젠틀하며 시크한 로펌 MJ의 대표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쿨하고 망설이지 않아 “섹시하다”는 칭찬을 듣던 캐릭터였다.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배우 윤계상에게는 “처음 숲을 보고 연기해 득을 본 캐릭터”였다.


윤계상은 ‘굿와이프’를 “슬럼프의 막을 내린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몇 작품의 흥행 실패를 놓고 그는 “나의 연기 혹은 작품 선택의 실패에 대한 자책으로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굿와이프’를 만나 슬럼프를 끊고 힘을 얻었기에” 더 듣고 싶은 칭찬은 없다고 했다. 그저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어요”라는 말뿐이었다.


본인에게 맞는 역할을 조금씩 찾아 나가며 필모그래피를 다시 쓰고 있는 배우 윤계상과의 일문일답.



- tvN 드라마의 강점은?
대본이 많이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도적인 극을 많이 해서 그런지 뻔하지 않다. 요즘은 영화 스태프들이 드라마를 찍기도 해서 앵글도 매우 좋다. 카메라도 2대씩 돌고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다. ‘굿와이프’는 A,B팀없이 끝까지 A팀이 다 찍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콘티가 다 있었고, 순발력도 뛰어났다. 감독님이 빨리, 잘 찍으셨다.


- ‘굿와이프’는 어른들의 성장을 처음으로 건드린 작품이다.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지점이 있었나.
세련된 멋이 있었다. 어른이 된 사람들이 수많은 책임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책임을 지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복합적인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다 모순된 거다. 법정도 법의 잣대에 있지만, 법을 어긴 사람들을 승소시키고 불법적으로 증거를 얻지 않나. 좋은 척하지만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죄를 면하고자 하는 것들이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행복’이다. 내가 연기하면서도 헷갈렸고 생각도 많아졌다.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인 것 같아. 누구나 얘기할 수 없는 걸 건드린 것 같다. 누구도 이태준을, 김혜경을 나쁘다고 욕할 수 없다 모든 것들이 겹쳐져 있는 교집합을 이 작품에서 얘기한 것 같다. 이러한 점들이 우리 드라마의 강점인 것 같다.


- 극중 혜경과 중원의 모습이 불륜을 미화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혼한 스태프들이 ‘혜경과 태준(유지태)처럼 쇼윈도 부부로 살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난 이해 못 하겠더라.  아이가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 아이가 중요하니까. (실제로는 중원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급하게 하진 않을 것 같다. 기다릴 거다. 태준과 이혼하고 정리한 후에 시작하자고 할 것 같다. 나이가 있으니 무책임한 결정은 하지 않을 것 같다.


- ‘발레교습소’(2004)로 데뷔했으니 연기자로는 올해 12년 차다. 그때 생각했던 미래가 있었을 텐데.
섣불렀다. 잘할 줄 알았는데 정말 어려웠다. 지금은 노력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연기도 계승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에게 보고 배우고 습득돼서 또 다른 후배들에게 계승되는 게 연기인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멘토 같은 존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계속 봐야지만 알 수 있고, 호흡하면서 배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 다수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나온 질문은 무엇인가.
출신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내가 더 잘하면 그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바꿨다. (가수 출신 연기자의) 선구자가 되고 싶다. 요즘은 다들 정말 잘한다. ’38 사기동대’에서 서인국이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 전혀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를 매우 잘해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 시간에 맞춰서 본 적은 처음이다. 재미있으니까 찾아보게 되더라. 연기에 레벨이 있다면 서인국은 경력에 비해 다섯 단계를 앞서가는 친구인 것 같다.


- 배우로서 윤계상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는 성장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퇴보하지 않는다. 매 작품 느리게 성장하지만, 한번 배운 것은 잘 안 잊어버린다. 예전에는 겉모습만 인정받으려고 하는 절실함이 컸다면, 지금은 연기가 매우 재미있다. 좋은 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눈물 날 정도로 재미있고 완전히 바뀌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아마도 나는 계속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거라 믿는다. 48~50세가 되면 연기를 잘하지 않을까.(웃음)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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