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 유준상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배우 유준상이 9월 7일(내일) 개봉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를 통해 ‘흥선대원군’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분치고는 상당히 저평가된 분이죠. 그 당시 예술적으로 상당히 대단하신 분이기도 했고요. 더불어, 조국에 대한 사랑도 많았고,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도 가진 분이라는 걸 작품에 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유준상은 '흥선'을 연기하기 위해 사전 역사공부는 물론, 극에서 드러난 수묵화 솜씨도 익혔다. 특히, 역사를 따라간 ‘여행’을 즐겼다는 그는 흥선의 발자취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일부가 보관되어 있는 박물관에도 직접 가 당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익혔다고 했다.
“강우석 감독님의 스무 번째 작품이 정말 궁금했어요. 기대감도 컸고요. 현장에 직접 가 감독님의 차기작에 대해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죠. ‘사극’이더군요. 정말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더 의미가 깊었고 꼭 출연하고 싶었죠.”
자극적이고 임팩트한 영화가 주를 이루는 한국영화 시장을 틈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낸 강우석 감독의 뚝심이 유 배우에게 어떻게 전해졌는지 궁금했다. “사실, 극단적인 재미를 찾는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작품이죠. 저 또한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흥선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이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생각에 연일 감탄하기도 했고, 역사적 근거를 베이스로 하면서 감독님의 상상력이 더해지니 어려웠지만 무척 재미 있었고 모두가 잘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렇다고 촬영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강우석 감독과 세 번째로 만난 작품이었지만, 그때마다 유준상이 느낀 건 배우보다 더욱 넘쳐나는 강 감독의 ‘열정’이었다. “매사 최선을 다하세요. 촬영장서 감독님 옆에 서면 제가 죽을 거 같거든요. 그런 열정들과 맘가짐이 좋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조금 덜 나온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웃음)”
잘 짜여진 대본, 현장에서 미리 약속된 그림이 아니라면 절대 용납이 안된다는 강 감독의 연출스타일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끼’ 출연 당시 전 재미있는 상황이 많아 당연히 애드립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어진 대사 외엔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감독님이 저더러 ‘이 장면은 네가 정말 웃겨야 하는 씬이야, 못 웃기면 너랑 나 둘 다 죽어’라고 주문하셨죠. 실제 개봉하고 보니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빵 터지는 거에요. 배우는 이야기 전달자니 뭐든 명확해야 한다는 감독님의 지론, 다시금 존경스럽습니다.” (참고로, 이번 흥선의 대사와 행동에서도 충분히 웃음을 줄 수 있는 장면이 여럿 나옵니다.)
유준상의 강우석 감독 찬양(?)은 현장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도 계속되었다. “감독님은 모든 스태프들을 다 챙깁니다. 특히 막내들이요.(웃음) 일을 과다하게 한 날엔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은 물론, 연속된 밤샘 작업은 오래 전부터 피하신 거죠. 촬영장 속 맴도는 기운은 정말 최고였어요!”
평소 음악을 좋아해 자신이 직접 연출한 음악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로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국제경쟁부문)에 초청돼 이목을 집중시켰던 유준상. “영화연출을 하면서 느낀 건 후반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걸 느꼈죠. 또, 배우로서는 이러한 음악작업이 아주 좋은 감성의 시간이 되는 듯 해요. 다른 건 안되면 빨리 포기하는 편인데, 유독 ‘음악’만은 평생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tvN [삼시세끼]로도 맹활약중인 배우 차승원은 유준상의 중학교 1년 후배이자,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만났다. “’삼시세끼’ 게스트 출연이요?(웃음) 뮤지컬 무대 서는 것도 빠듯한데요, 뭘. 과거 제가 출연한 예능은 단지 작품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죠. 차승원씨처럼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얼마 전 인스턴트 음식 해줬다고 아이들에게 구박을 받았거든요, 후훗!”
유준상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아이들의 역사교육에 큰 힘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김정호의 동상 앞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직접 절을 시킨 것도 그러거니와, 대동여지도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며 백두산부터 금강산까지 하나하나 짚어주며 ‘과거 우리 집은 어디쯤이었을까’ 하고 퀴즈를 내주며 호기심을 발동시켜 관심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재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 지도를 보니 흥미를 느끼더군요. 더불어, 우리나라의 거대한 자연경관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30대 초반에 연변을 통해 직접 올라갔던 백두산 천지의 모습은 제 기억에 오래 남아요. 마치 CG인듯한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 거죠. 그 장면을 이 영화에서도 보고 관객들이 오해 없길 바랄 뿐입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좋은 감독, 배우, 스태프들을 만난 것이 가장 행복했다는 유준상은“저도 사람인지라, 작품활동 외엔 가족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아이들과 야구, 탁구를 치며 재미없는 아빠가 되지 않길 오늘도 노력 중이랍니다.”라고 힘차게 웃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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