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혜선 "털털한 조정석, 유재석과 비슷한 느낌"
기사입력 : 2016.09.15 오전 8:01
신혜선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신혜선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조정석 선배님이요? 털털해요. 모두와 잘 어울리고 언변도 뛰어나시죠. 유재석 선배님이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서울 선릉로 한 카페에서 배우 신혜선을 만났다. “기자님, 화장실만 빨리 다녀올게요!” 연이어 인터뷰가 진행된 탓에 부랴부랴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마지막 인터뷰에 나선 신혜선은 참 소탈했다. 때로는 “사담이지만”을 덧붙이며 어떤 질문도 피해가지 않고 시원하게 답했다.


“금요일 저녁인데 인터뷰 끝나면 뭐해요?” 친한 연예인은 누구냐는 질문에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 팀과 친하다는 얘기를 막 끝낸 무렵이었다. “오늘 인터뷰 끝나고 ‘오나귀’ 팀과 만나기로 했어요. 유제원 감독님이랑 박보영, 김슬기, 이학주, 강기영 등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도 다 와요. 조정석 선배님은 ‘질투의 화신’ 촬영하시느라 못 오실 거에요.”


조정석의 평판이 좋은 것 같다고 하자, 신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석 선배님이요? 털털해요. 모두와 잘 어울리고 언변도 뛰어나시죠. 유재석 선배님이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어렵지 않은데 완벽하고, 편안한데 따지고 보면 완벽한 사람이요. 자기 할 일도 잘하고요.”



“‘푸른 바다의 전설’ 구멍 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란에 ‘탤런트’라고 기재
1차 서류 통과 못 하다 25살에 늦은 데뷔 “연이어 흥행”


신혜선은 오는 1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가제)에서 이민호의 대학후배인 차시아 역을 맡게 됐다. 이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자 전지현, 이민호가 남녀 주인공을 맡은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다. 두 선배 배우와 호흡을 맞추게 된 신혜선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에요. 아직 대본 리딩은 안 했어요. 먼저 촬영해야 하는 부분을 촬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 경우는 준비 기간이 조금 남아서 잘 준비해 구멍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라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필모그래피만 놓고 보면 ‘흥행의 기운’을 몰고 다니는 배우다. ‘학교 2013’으로 데뷔한 그는 ‘고교처세왕’(2014), ‘오 나의 귀신님’(2015), ‘그녀는 예뻤다’(2015), ‘아이가 다섯’(2016)까지 흥행작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그의 작품을 띄엄띄엄 봤다면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발랄하고 엉뚱하게”(그녀는 예뻤다) 기억할 수도, “겉모습은 유약하지만 내면은 강인한 인물”(오나귀)로 기억할 수 있다. 이처럼 신혜선은 캐릭터의 극명한 온도차를 영리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왔다.


“차분한 말투”로 참한 인상을 간직하게 한 ‘오나귀’의 은희나 최근 종영한 ‘아이가 다섯’의 연태는 신혜선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로 보이게 한다. “며느리 삼고 싶은 느낌”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혜선이 호탕하게 웃었다. “연태가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래요. 그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실제 저는 처음 듣는 말이에요.(웃음) 나중에 시어머니가 생기면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한 해에 적어도 한 작품 이상씩 꾸준히 출연하고, 출연한 대부분 작품이 흥행한 덕분에 신혜선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화 ‘검사외전’(2016)에서는 단역임에도 톱스타 강동원과의 키스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월 출연한 예능 ‘해피투게더3’에서는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실 (인기를)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인터뷰할 때 기자님들을 만나면 조금 느껴져요. 예전보다 더 다채로운 질문을 받고, 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관심 가져주시는 느낌이 드니까 보람차죠.”


신혜선의 데뷔작인 ‘학교 2013’에서 신인 배우들은 본인의 이름을 썼다. 주연급 배우들은 본명이 아닌 역할의 이름을 썼다. 신혜선은 ‘학교 2013’에서 신혜선 역을 맡았다. 스물다섯에 ‘학교 2013’을 만났고, ‘아이가 다섯’이 끝나면 스물여덟의 절반이 지나는구나 싶어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야속한 시간은 흐르고 그는 차기작을 곧 시작한다.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일했으니까요. 시간이 금방 갔어요. 그렇다고 어려지고 싶다거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맘고생도 다시 해야 하고, 회사도 찾아야 하고, 오디션도 다시 봐야 하잖아요.(웃음)”


신혜선은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에 ‘탤런트’라고 적었다. 사춘기가 왔을 때쯤에는 창피한 마음에 아무거나 적어서 내곤 했지만, 마음속에는 늘 연기자를 꿈꿨다. 그래서 국악예술고등학교에 이어 세종대학교 연기과까지 “연기자만을 꿈꾸며” 달려왔다. 초등학생 때는 “16살에 데뷔해 몇 년 후에는 주연을 맡을 거라는 인생 계획을 상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토당토않은 꿈이죠. 상상대로면 저는 우주대스타가 지금쯤 돼야 해요.(웃음) 계획이 한두 살씩 밀리면서 스무 살 이후에는 생각도 안 했어요. 21살 전에는 데뷔하자 마음먹었지만, 안돼서 21살 때는 더 생각하지 않았어요. 될 때 되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어릴 때부터 꿈은 한가지였다. 당연히 이걸 해야만 했다. 다른 일에 흥미를 갖지도 않았고, 연기에 대한 열정만 있었다. 연기자를 안 했다면 놀고먹는 백수가 됐을 것”이라던 그에게 꿈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달리 늦은 데뷔의 이유를 물었다.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저도 일찍 데뷔하고 싶었는데 소속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방법을 몰랐고 뚜렷한 계획도 몰랐어요. 대학교 1~2학년때 ‘빨리해보자’해서 휴학하고, 프로필을 찍고 영화사를 돌아다니고 모델 에이전시, 연예 기획사에 프로필을 넣었는데 1차 서류 통과를 못 했어요. 사람들이 ‘오디션 100번 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저도 오디션에 백 번 떨어져 보고 싶었어요. 부러웠어요. 저는 오디션을 볼 수도 없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데뷔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에게 “늦게 시작했지만,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냐”고 묻자 “그런 생각을 계속해야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유식한 척하고 싶진 않은데(웃음) 제가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책에 나온 구절을 얘기해 준 적이 있어요. ‘봄에 피는 꽃은 금방 시든다’는 구절이었는데, 꽃은 다 피는 시기가 다르잖아요. 꽃에 비유하자면 저는 데뷔가 늦은 걸로 미루어보아 가을에 피는 꽃이지 않을까요? 아직도 저는 피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싶고, 찬바람이 와도 잘 버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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