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스’ 김강현, “연쇄살인마役 저 어때요?”
기사입력 : 2016.09.02 오후 3:55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마성의 보이스? 처음엔 엄청난 콤플렉스”
“데뷔 17년차 동안 얼굴..10년 뒤 마흔 살 연기 기대 돼”


‘닥터스’의 강경준, 배우 김강현을 만났다. 대륙을 뒤흔든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매니저로 분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샀던 그는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의학드라마라, 어려운 전문용어를 소화한 성취감이 컸죠. ‘별그대’의 6회 에필로그 당시 제가 천송이에게 그랬죠. 법률과 의학드라마 어려우니 안된다고요, 하하!”

17년전 연극으로 데뷔, 벌써 마흔이다. 출연작품 수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그다.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 많죠. 전 아직 성장단계라 생각해요. 가족 생계를 위해서 배우를 한다? 와이프와 6살난 아들이 있는데 각자 알아서 잘 살거든요.(웃음) 결국, 제가 잘 되어야 좋은 옷 한 벌 더 입으니까. 아버지가 배우라, 제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우쭐대면 긴장 되죠.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나오는지 아직까진 창피하니까요.”

‘별그대’서 작업한 B팀 감독이 ‘닥터스’니, 김강현에겐 기회였고 편안했다. “예쁘신 분(전지현)이 있어 좋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님 덕분에 A팀에선 늘 긴장 모드, B팀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죠. 사실, 박신혜씨와 연기한 것이 편했어요. 신혜는 너무 어린 동생이었고, 같은 회사다 보니..”

사실, 김강현을 기억하는 건 특유의 목소리 톤이다. “마성의 보이스라고요?(웃음) 평상시엔 전화통화할 때, 연기할 때 주로 그 목소리가 나옵니다. 엄청난 콤플렉스였어요. 어떤 학원선생님이 학생학생 가르칠 때 제 얘길 한다네요. 잘생기지도 않은 외모에 목소리도 좋지 않은데 그걸 이겨내더라하고요. 어딜가나 있을법한 목소리인데, 지금은 저만의 목소리가 되었죠. 귀엽지 않나요? 후훗!”


‘닥터스’의 김민석-조현식-백성현과 함께 했던 ‘의국’ 촬영장 분위기는 끝장이었더라. “김민석은 가수지망생에서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그렇게 잘 할 줄 몰랐어요. 조현식은 대학로서 11년 넘은 인연으로 호흡했죠. 그 중 백성현은 초반 저희와 내공부터 달랐어요. 우린 일을 즐기면서 하려는데 그 친구는 매사 작품에 몰입하는 모습이 굉장히 진지했거든요. 결국 우리 과가 되었지만요.(웃음)”

매력적인 목소리만큼 특이했던 게 바로 그의 ‘동안 얼굴’이다. 서른이 넘었을 당시엔 늘 대학생과 재수생 역할이었다고 하소연도 잠시. 그는 “지금은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게 40대의 장점이에요. 제 어머니가 굉장히 동안이신데, 피부도 곱게 물려 받아 늘 감사하죠. 마흔 살에 서른 외모를 소화한다는 건, 앞으로 10년 후 제 연기내공이 오히려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동안 외모가 연쇄살인마로 변신한다면 어떨까. 영화감독 임필성은 배우 김강현을 두고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한다면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할거라 했단다. “19년지기 친구 중 배우 박해일이 있어요. 그가 형사 역할을 맡고 제가 살인마가 된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김강현은 처음 연기를 접할 때 개그맨 이병진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었다고. 그렇다고 개그맨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연극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웃음코드를 줄 수 있는 유쾌한 배우가 되겠노라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또, “아침밥 먹으면 무조건 나가라”고 말씀해주신 어머니 덕에 김강현은 연기 외의 휴식기에도 무조건 대학로 선후배, 감독님들 만나 술 한잔을 청했다. “주량이 두 병 반인데, 요즘엔 힘들어서 많이 못 마시겠어요. 배우란 직업을 가져 공연 마치고 한번 술자리를 하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간까지 마시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게 할증은 사치거든요.(웃음) 술자리가 아니라면, 요즘 전 복싱을 배우러 체육관에 나가는데 다이어트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거의 선수훈련 수준이라(웃음), 관장님이 안 계실 시간에만 이리저리 피해서 가거든요. 복싱을 그만두려면 작품 들어가야겠어요, 하하!”

배우 김강현은 매년 한편 이상은 꼭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드라마와 영화에 지장 없다면 더블캐스팅도 불사하겠다는 그는 바빠진 틈에 전화 오는 아들 목소리에 힘이 난다고 했다. “일산 세트장에서 한참 촬영할 때 아들이 전화로 5분 안에 오라고 하죠. 말이 통할 때까지 잘 받아주고 잘 키워보려고요. 하루 2시간을 자고 피곤해도 아이의 유치원에서 동요대회를 한다고 하면 갑니다. 그게 우리네 아버지죠.”

마지막으로, 70세가 되어도 그 세대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가 목표라던 그에게 김강현이란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고 했다. “강현은 하게 살아 남아라. 존하는 배우 중 일등이 되어라, 이 정도?”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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