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래원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입력 : 2016.08.27 오전 8:00
사진: 김래원 인터뷰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김래원 인터뷰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래원이 '닥터스'로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재입증했다.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종영 기념 배우 김래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시청률 20% 돌파한 '닥터스'에서 김래원은 박신혜와 사제지간에서 의사 선후배로 재회해 연인이 되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사실감 있게 그려내 큰 사랑을 받았다.


다음은 김래원과의 일문일답.


▲장르물 '펀치'와 다르게 '닥터스'로 로코 연기를 한 소감?
내가 로코를 피한 건 아니다. 로코 영화 제안이 있었지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동안 나에게 흥미로운 작품을 해왔고 '닥터스'는 내가 안 해본 직업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당시 먼저 캐스팅된 박신혜가 '나와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고민했었다. 영화 끝나고 바로 '닥터스' 촬영에 들어가야 해서 부담됐지만 내 머릿속에 그렸던 대로 비슷하게 갔다. 오랜만에 로코를 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할 계획이다.


나는 원래 로코를 좋아하고 내가 시작했던 장르이기도 하다. 또 로코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신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맞춤형보다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다양하게 해왔다. 시작할 때와 달리 반응이 뜨거워서 정말 기쁘다. 로코를 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촬영하면서도 지금도 행복한 시간이다.


▲홍지홍 특유의 말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있나
대사가 어려운 게 많았다. 너무 오글거리는 표현은 그대로 못하겠더라. 닭살이 돋는 대사를 담백하게 넘기려다 보니 몇 번 나온 것 같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요구했는데 그땐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어느 작품이나 중반 이후에는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는 대본을 많이 본다. 내 입장에서 보고, 감독 입장에서 보고, 이 회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본다. 무거운 장르가 아니라도 회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고민을 많이 한다. 이번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쉬움이 있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핵심을 놓친 장면이 꽤 있었다. 작가님도 의도대로 안 나와서 속상했을 거다. 감독님이 정신 바짝 차리자고 몇 번 얘기했다. 나는 '닥터스'를 한 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다. 드라마는 편하게 보기 때문에 회가 바뀌면 튀어도 인식을 못 한다. 예를 들면 극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든 상황을 겪고, 그 다음회 시작은 아버지의 신변을 정리하러 미국을 다녀온지 2~3주인데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와서 친구에게 손들고 반갑게 했다. 그건 지나친 것 같다. 또, 대본이 안 나와서 뒤에 설명을 몰라서 놓친 점도 있었는데 큰 건 아니다.


▲캐릭터의 20대부터 40대까지를 넘나들며 연기했다. 연령대별로 연기적 차이를 뒀나.
마지막에 20대 초반 인턴으로 잠깐 소개됐다. 개인적으로 그 신이 좋았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인턴이어서 전날부터 예쁜 생각을 하고 아침부터 첫신으로 찍었다. 다 찍고 나서 감독님이 그회가 우울했는데 그 인턴 지홍의 장면은 백미라더라. 의도한 대로 됐구나 싶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의사의 풋풋한 모습을 더 담고 싶었다. 그 신을 찍을 때 걸음걸이부터 어리바리해서 스태프도 다 웃었다.


▲'닥터스'가 사람의 변화에 대해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변화를 느꼈나.
나는 배우를 오 래했다. 그래서 항상 역할의 장점만 가지려고 한다. 박신혜도 마찬가지일 거다. 나는 역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김래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가 어두운 역할을 하면 그렇게 돼서 영화할 때 고생했다. 이제는 좀 알고 하는 것 같아서 더 편했다. 내가 느끼고 성장하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지막쯤엔 인과응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레이션으로 흘릴 게 아니라 잘 표현하고 싶었다.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장하는 친구들에게 무엇이 맞고 틀린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나.
당연히 있었다. 나는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감독님이 그랬다. 연기자는 잘하면 근사하고 멋있는데 잘못하면 굉장히 천박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20대 중후반일 당시에는 그런 얘기만 귀에 맴돌았다. 주시는 사랑에도 관심해지고, 그 모습을 사람들은 교만이라고 봤을거다. 그런 접점에서 과연 내 인생이 중요한데 이것도 내 인생의 일부인데, 내 삶이 있는데. 그런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또 그런 고민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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